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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호 Sep 24. 2022

나는 87년 5월, 1.7kg으로 태어났다.

일에 대한 생각

2022년 9월 23일은 할머니의 첫 기일이었다. 2021년 10월 04일에 소천하셨었다. 천사 10.04.로 우리 집안에 오셔서 할아버지를 전도하셨고, 할아버지는 자녀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다.


한 인생이 가장 값진 선물을 하고 떠나는 그 자리엔 복음이 있다. 범사에 감사하라 하신 말씀 본문을 함께 읽고, 이 쓸데없는 자 찬송가를 불렀다. 오후 6시 정도 되었는데, 때마침 입추여서 선선했다.


2022년 9월 29일, 30일 정도에 태어날 예정인 하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3.4kg이 넘었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아버지가 이젠 이야기해도 괜찮겠다 하시며 내가 태어난 1987년 5월 7일을 이야기하셨다.


어머니가 임신 중독에 걸려 1.7kg에 나를 낳으셨다는 이야기였다. 하랑이 몸무게에 반 정도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어머니 혼자 병원을 퇴원하며 많이 울었다고 하셨다. 병원비는 한 달에 120만 원. 그 당시 아버지의 택시는 호황이라 비용 걱정은 안 됐다고 하셨다.


하지만 인큐베이터 안에 내 오줌이 있어도 관리가 안되어 그걸 지켜보는 게 화가 나 퇴원시켜 집에서 우유를 먹이셨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안 크던 아이가, 집에서 한 달 만에 정상 체중으로 올라가 안심했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도 나에게 미숙아로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내가 서른 살이 넘었을 때 처음 이야기하셨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다음날, 창원으로 내려오셔서 나를 보셨다. 5월 8일 어버이날에 할아버지가 어머니께 오셨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인큐베이터 안에 들어가 있는 나를 보고 깜짝 놀라셨다고 했다. 팔과 다리 얼굴 몸엔 털이 많이 나 원숭이 같아 보였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부모님이 나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으니, 부모님께 앞으로 효도하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아버지가 하랑이와의 만남을 앞두고서야 힘겹게 꺼내신 이야기. 미숙아 이야기. 선희가 오늘은 초음파 검사를 하고, 출산일을 28일 저녁 8시로 잡았다. 29일이나 30일에 하랑이가 태어난다.


나는 지금까지도 주변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마을이 키워낸 아이처럼 자랐다. 나는 하랑이가 태어나니 이제야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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