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수/맑음
아들의 새로운 주거지는 안산에 있는 ERICA캠퍼스다.
에리카. 발음이 참 예쁘다. 첫사랑 소녀의 이미지.(나만 그런가?) 느낌 살려 지레짐작으로 ERICA의 'C'는 Culture, 'A'는 Art라고 생각했다. 아들이 디자인 전공이지만 팔이 안으로 굽어도 너무 굽은 추측이었다.
ERICA(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at Ansan), 안산에 있는 학연산 클러스터.
아들은 수업이 없는 금요일에 내려와서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 버스를 탄다. 주말과 주일에 일을 하니 그중에도 저녁에만 보는 샘이다. 아, 맞다. 아침에 출근시간이 늦으니 아침에도 잠깐 본다. 전날 밤 음주나 게임에 지쳐 침대에서 자고 있는 모습으로. 그래도 좋다. 재수를 경험한 내겐 바로 대학생이 된 녀석이 고맙고 자랑스럽다.(팔불출 오지고요)
'이 녀석 이번 어버이날에 빈 손으로 오려나?' 지난주 아내는 잔뜩 벼르고 있는 듯했다. 선물에 대한 기대보다는 싸가지 판별. 하나로 키우다 보니 자칫 자기중심적으로 살까 봐 걱정한다. 민감하게(내 기준, 아내가 일기를 읽을 일은 없지만 그냥 뭐 주절주절). 부모의 책임으로 이어져있다. 살짝 피어나는 걱정. 내려오는 전 날 톡을 보냈다. '혹시… 엄마 어버이날 선물 준비했나?'... '당연하지 ㅋㅋ'. 아들은 당연했고, 난 다행이었다.
커피 마니아 엄마 건 파란 병이 그려진 커피 원두 세 봉지. 내 건? 안쪽에 비빔밥이 양각된 작은 소주잔. 뮷즈다. 어학사전은 물론이고, 백과사전에도 없는 신조어. 뮷즈. 뮤지엄 굿즈. 어릴 적부터 취향을 공유해 온 보람이 있다. 예쁘다. 뮷즈라니 더 힙하고 좋다. 엄마는 세 개, 난 하나...라는 농담을 던지려는 찰나. 대림미술관표 리유저블컵(무려 limited edition item!)을 하나 더. 이런 예쁜녀석 같으니라고.
"Nothing is Sacred' 컵에 새겨진 문구.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 '친구'(곽경택 감독, 2001년 작 영화)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을 거다!' = '아들'.
언제부터인지 녀석이 든든하다. 죽는 그날까지 기댈 마음 일도 없지만. 그냥 든든해서 좋다.
어버이날 선물. 바로 너다. 네가 뮷즈다.
p.s. 1. sacred를 scared로 읽고 있었다.(scared라니 컵이 더 섹시해 보인다.)
노안이슈보단 무식이슈 쪽에 가깝다. 그냥 밀어붙여본다.
p.s. 2. 재미있는 사실 하나. 검색해 보니 나 같은 블로거들이 생각보다 많다. 무식이슈 언급 철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