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03/수/흐렸다 맑았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어제로부터 배우고,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바라보며,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
(Learn from Yesterday, Live for Today, Look to Tomorrow, Rest this Afternoon)
너무 늦게 세상에 데뷔했다. 멋진 말들은 앞서 살아간 사람들이 다 해버렸다. (위안이 안된다. 비겁한 변명이다.)
어제 제주의 바람이 시전 한 비행기와의 밀당으로 인한 지연도착과 몰아치는 비바람 때문에 예매를 취소했던 ‘스누피 가든’.
오늘 아침 또 한 번의 기상 이슈로 바다낚시를 취소하고 살짝 즉흥적으로 다시 찾았다. 후텁지근했지만 쨍한 날씨.
사실 큰 기대 없이 시간을 때울 심산이었는데 의외로 잘 짜인 실내외 코스와 알찬 콘텐츠에 두 시간 순삭. 알찬 일정이었다.
제주 한라산 중산간 지역 2만 5천 평 대지에 자리 잡아 오름과 비자림 같은 천연 야생의 제주 자연이 둘러싸고 있는 곳. 안개와 같은 구름이 수시로 몰려왔다가 비가 내렸다가, 햇볕이 나기도 하고, 겨울에는 눈으로 뒤덮이는 변화무쌍한 기후가 특징이라는 곳. 그래서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다는 이곳에 우리의 삶과 많이 달라 보이지만, 또 많이 닮은 만화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가볍게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 싫어하는 편인데 취향저격 당했다.
‘피너츠(Peanuts)’는 찰스 먼로 슐츠가 그린 미국의 만화 및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라는데 애니메이션은 본 적이 없다. 등장인물들 캐릭터를 좋아한다. 내 방 장식장에 피규어가 꽤 많다. 책도 한 권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만화의 제목이 ‘스누피’인지 ‘피너츠’ 인지도 헷갈렸다. 친숙하지만 새로운 캐릭터들과의 만남은 즐거웠고, 기상천외한 사고방식과 그에서 비롯된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철학적이어서 곱씹어 보게 했다. 명언의 향연, 어록이다.
얼마나 삶에 천착해야 촌철살인의 한 줄을 만들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경험하고, 생각하고, 써야 지워지지 않을 한 줄 남길 수 있을까?
어제로부터 배우고,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바라보며, 일단 오늘 저녁엔 또 쓰자. 그래, 또 쓴다.
제주도의 둘째 날. 즐겁고, 행복했고,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