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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기옥 Mar 23. 2021

대화의 기술

장사는 아무나 하나

사람들은 옥섭 씨를 좋아한다. 가게에 오는 손님은 대체로 옥섭 씨하고만 대화한다. 무뚝뚝한 희경 씨는 힘쓰는 일에 주로 투입되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거의 그녀 몫이다. 거래처 담당은 보통 희경 씨였지만, 최근에는 사장들님도 가능한 한 희경 씨를 패스하고 옥섭 씨와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옥섭 씨는 수십 년 동안 장사하면서 다양한 인간형, 오만 가지 사건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부부 싸움할 때, 할머니가 속 썩일 때를 제외하고, 그녀가 누군가에 큰 소리는 내는 걸 거의 본 적 없다. 옥섭 씨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딱딱 할 말을 하지만 거친 표현은 쓰지 않는다. 처음 오는 고객도 살뜰히 대한다. 그래서인지 손님들이 옥섭 씨에게 반찬이며, 간식거리 같은 선물을 자주 남기고 간다. 가히 옥섭 씨는 커뮤니케이션의 대가이다. 


"이것 하나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대체 그동안 뭘 한 거야?"


지난주, 신입 J 과장에게 나는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내 기준으로 시간도, 정보도 줄 만큼 주었는데 예상과는 많이 다른 결과물을 들고 와 화가 폭발했다. 어째서 이 정도 일도 제대로 못할까, 실망이 컸다. 결국 J 과장은 오늘자로 퇴사했다. 수습기간 삼 개월을 일주일 남긴 채다. 모질 게 내친 건 나인데, 또 마음이 쓰렸다. 


'조금 더 친절히 알려줬어야 했어'. 

'내가 너무 성급하게 성과를 기대했나'.


떠나는 그녀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속이 더 쓰렸다. 


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도 못하는 주제에 국민과 소통한다는 홍보회사에서 버젓이 일을 하고 있다니. 무능한 건,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나였다. 진짜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옥섭 씨에게 대화하는 법, 이해하는 법을 제대로 배웠어야 했다. J 과장이 나 따위가 내뱉은 큰 소리는 마음에서 지우고, 꽃길 잘 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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