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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Flash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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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흐니 Jan 19. 2021

에스프레소 하우스, 그리고 으니와의 대화

늘 그렇듯 단짝 으니와 맞은 스웨덴에서의 두번째 주말.

으니가 가보고 싶은 미술관이 있다고 해서 같이 걸어서 다녀오기로 했다. 

   

같은 길을 걷고 같은 것을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날이었지만 어쩐지 우리의 마음은 같지 않았다.

      

나는 계속 플래닛비라는 팀에 남지만 으니는 으니만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자연스레 느껴지는 거리감.     


으니가 그런 거리감을 일부러 준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던 상황 속에 놓여있었다.     


우리는 이제 같은 목표를 가진 팀이 아니었다.

으니는 이제 정말 나의 친구로 함께 주말을 보냈다. 

     

이날도 함께 또 걷고 걸었다. 

괜찮은 카페를 찾고 찾았지만 좋은 카페를 찾을 수 없었던 날, 

결국 찾아 들어간 에스프레소 하우스(스웨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우리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으니는 그동안 해왔던 고민들과 한국으로 돌아가서의 계획들을 편하게 공유해줬다.     



으니의 이야기를 듣는 나는 뭔가 멍해졌다. 

결코 예전처럼 이야기를 들어줄 수 없었다. 

늘 함께 팀의 미래를 고민하던 친구가 이제는 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이제 같은 팀이 아니구나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몰두하고 있는 것, 으니가 몰두하고 있는 것이 이제는 다르다.     

 

고민의 소용돌이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또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잡아가는 으니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팀에만 집중하는 것이 맞나?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그때의 일기에는 ‘현재에 집중, 팀에 집중하자’고 썼다. 나를 다잡고 있었다.      


어느새 우리 팀에는 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고민을 하는 멤버는 조이뿐이다.      


그때 계속 느꼈던 그 감정을 올해 내내 계속 느껴왔다.

혼란스러우면서도 마음을 다잡고, 공감이 되지 않으면서도 일단 듣고 있던 그때 내 모습, 감정     


혼란스러운 감정이 정리되니     

에스프레소 하우스에서 으니와 했던 대화를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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