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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 Jan 22. 2024

자영업자의 증명은 어디까지일까

하나님 부처님 장사 잘되게 해주세요 

"이번에 추웠는데 좀 괜찮았어요?" 

"(동파 이야긴가?) 아 네네, 저도 걱정했는데 괜찮았어요" 

"동네 사람들이 좀 오긴 오나보네. 안녕히 계세요~" 

"..?" 


동네 구석에 위치한 이 카페는 종종 누군가의 걱정거리가 된다. "왜 쉬었어? 문을 맨날 열어야지", "여기 장사 좀 돼요? 겨울인데?", "월세나 내겠어?" 등등.. 이 말들이 내 마음을 콕콕 찌르는 이유는 정말 장사가 잘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두 달째. 딱 가게를 열고 닫고 할 유지비 정도만 벌고 있는 나는 가짜 걱정들 앞에서 잠깐 속이 상한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한 달 정도 되었을 때는 하루에 세네번을 듣기도 했다. 심지어 커피를 사드시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문 열고 들어와서 그 말만 하고 가실때도 있다. 


겨울에 시작했고 전 영업장과는 다른 분위기라 예상은 했지만 여기저기서 펀치를 날리고 가는 환경에 놓이니 자꾸만 초심을 잊어버린다. 이제 두 달밖에 안되었다는 것도 잊어버린다. 장사가 엄청 잘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고 개인 시간이 많이 있을 것도 예상했으며 그 시간에 글을 쓰고 새로운 것을 기획해 보기로 했는데 장사가 되니 안되니 하는 말들에 휘둘려 자꾸 움츠러든다. 


회사를 다닐 땐 "일은 어때?"가 안부인사였다면 자영업자에게는 "장사 잘돼?"가 안부인사가 된다. "그냥 그래"라고 하는 순간 왜 그런 것 같은지 토론의 장이 열린다. 이야기하고 나면 휘발되는..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글쓰기 모임도 하고 있고 소소하지만 엽서도 두 개나 팔렸고... 이렇게 자꾸 증명을 하게 된다. 


그래 나도 알아. 장사는 장사니까 돈을 벌어야지. 나도 안다고! 

쫄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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