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 이루러 어디까지 가야 하나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아니, 농담으로 듣고 넘기려고 했다.
이런 나를 잘 안다는 듯 남편은 천연덕스럽게 다음말을 이었다.
2019년의 마지막날 우리가 모스카토다스티를 마시며 적었던 버킷리스트는 많고 많았다. 그중에 유일하게 겹쳤던 딱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외국에서 한 달간 살아보기'와 '에어비앤비 운영'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항목은 이미 앞에 간절한 리스트를 나열한 뒤 재미 삼아 써 내려갔던, 정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부산이라니, 그건 더 당황스러웠다. 경기도도 아니고 충청도도 아니고 부산이었다! 남편은 부산에 가서 주거를 위한 아파트 한 채를 산 뒤 허름하고 무너져가는 집을 사들여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남은 돈으로 투자도 가능하다고 나를 설득했다. 그가 드디어 사표를 던질 수 있고, 우린 다주택자의 꿈을 이루는 동시에 에어비앤비로 수익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이 솔깃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에서 줄곧 자라온 내가 갑자기 터전을 부산으로 옮기며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은 부산에서 살아볼까, 싶다가도 '가긴 어딜 가!' 하고 고개를 내저어가며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나는 그만 우연히 본 부산의 영도에 운명처럼 반하고 말았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속에서 만나는 영도바다는 아름다웠다. 바다 뒤로 오밀조밀한 골목들 사이사이에 자리한 개성 있는 에어비앤비와 젊은이들이 운영하는 카페는 생기가 넘치다 못해 사랑스러웠다. 그곳에 집 한 채를 구해 화이트와 우드가 어우러진 인테리어로 채울 생각을 하면 조금 설렜다. 그쯤 나는 우리의 결혼 1막이 지나고, 자영업자로 변신해 결혼 2막을 여는 갈림길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아직 젊은데 못해볼 것도 없지 않나, 싶은 마음이 되었고 어느새 나는 부산에서 사는 삶을 꿈꾸고 있었다.
내가 화이트와 우드가 어우러진 실내, 중정과 통창을 가지고 있으며 마당에는 새하얀 조약돌과 대나무로 둘러싸인 노천탕이 있는 숙소를 지을 생각을 해보는 동안 남편은 좀 더 현실적인 면에서 접근했다. 그는 네이버 부동산으로 영도, 그중에서도 바다와 근접한 동네에 나온 매물들을 따로 뽑아 리스트업 했고, 우리가 거주할만한 지역을 점찍어 예산을 수립하는 동시에 괜찮은 건축사무소도 찾아뒀다. 나는 문과여자답게 그런 것들엔 큰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도 남편에게 질세라 미리 에어비앤비의 이름을 정하느라 분주했다. 고민 끝에 '어느 날 부산' '하루 부산'이라는 뜻을 가진 원데이비(onedayB)를 생각해 냈고 주저하지 않고 인스타 계정도 만들었다. 그곳에 부산 이주의 모든 과정을 옮겨 기록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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