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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아프레스 May 06. 2021

짤랑짤랑

으쓱으쓱

어릴 적 동요는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어도

그 가사들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기타를 처음 배워보던 때,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로 코드를

익혔는데, 몇몇 친구들이 내 옆에 앉으면

자연스레 그 노래를 연거푸 불러주었다.

기타 연습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대학 신입생 시절 그렇게 동요로 기타를 배우며

친구들과 과방에서 밴드 추억을 쌓았다.

언제인가, 친구들이 그 곡을 불러줄 때

나는 이 노래가 왜 이렇게 슬픈 건지 물었다.

'먼 옛날의 과수원길'로 끝나는데,

그럼 지금 이야기가 아니잖아,

처음엔 현재 시점처럼 얘기하다가

마지막에 반전이야? 왜?

얼굴 마주보며 싱긋 대고

아카시아 향내 맡던 그들은 지금 헤어졌어?라고

물었다.

기타 코드 연습용으로 노래를 불러준 친구들이

발라드 음색을 가져서,

더더욱 노래가 슬프게 들렸던가 보다.

굳이 비교하자면

한 명은 이승환스러운 음색을, 한 명은 동아뮤직 스타일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는데,

그 동요가 시간이 많이 흘러도 종 기억나고,

지금도 난데없이 기억 저편에서 올라왔다.


오늘 쉬러그라는 운동법을 학습했던 까닭이다.


움추린다(shrug)는 영단어 글자 그대로의 뜻인지,

어깨를 올렸다가 내려주며 반복했다.

승모근을 쓰는 운동이다.

뒤로 바를 잡고 팔을 쓰는 게 아니라

어깨를 썼다. 자세는 일자로 바르게

배 집어넣고 제대로 서서.


멍하니, 아니 집중하며 이 운동을 하다 문득 나는,

이 운동의 영어 이름을 한국말로 바꿔주고 싶었다.

또 스스로 이름짓기 놀이에 빠져서,

오늘부터 너의 이름은 '으쓱으쓱'이야,라고.


어릴 적 체조 음악, 짤랑짤랑 짤랑짤랑

으쓱으쓱. 짤랑짤랑 짤랑짤랑 으쓱으쓱.

그렇게 시작되는 동요.

바로 그 자세였다.


어린이들도 그렇게 어깨 운동을 하는구나.

그런데!

노래가 생각나서 전체 가사를 머릿속에 떠올려 보니,

이 노래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닌 것 같았다.

심지어 하나의 존재도 아니고,

계속 바뀌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떼구르르 구르고 벌떡 일어나 떼구르르 구르고.


동작도 너무 다채롭다.

하늘 보고 뚝딱딱 땅 보고 통통통. 심지어 훨훨이라니.

대놓고 토끼도 깡충거린다.

동물 움직임 사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곰돌이가 튀어나오는 것 같다가 나비가 날아왔다가,

온 동물이 수선스레 왔다갔다하는

그런 동물농장 느낌이었다.


작사 작곡가가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원제는 으쓱으쓱이 아니라 <짤랑짤랑>이었고,

이 동요를 만든 분들이

그 유명한 어린이명곡,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과 <솜사탕>

등을 제작한 분들였다.

정근 작사.이수인 작곡.

짤랑짤랑 가사를 쓸 때 어떤 맘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티브이유치원 방송 일이어서,

후다닥 만드신 것일까. 심혈을 기울여 계속 고치셨을까.


이렇게 체조 노래를 여러 동물 움직임을

섞어 만들 듯 다채롭게

그림를 그려주신 데 감탄했다.

시리즈로 나와도 괜찮을 콘셉트 노래 같았다.

가령 아이들 운동 부분별로,

체조 시리즈 곡으로 말이다.


그러다

으쓱으쓱 운동, 엄밀히 쉬러그 운동이

뭔지 찾아 보니

심지어 다음 사전에 운동 움직임 사전이 있었다.

운동 업체가 제작한 동영상 목록을

다음에 전체 목록을 서비스하고 있었다.


스크롤을 내려보다 내가 배운 것들이

두서너 개 보여서

이걸 다 배운다면 무슨 과자선물세트처럼

신나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다.

이런 운동 사전 서비스를 하는

이 업체는 또 어디지? 궁금해서 로고와 장소를 보니

지하철 7호선 반포역 지하에서 봤던 헬스장인 듯했다.

고속터미널 지하 매장에서 연결된 통로를 지나,

반포역에 보면 유휴공간이 꽤 큰지

헬스장이 있었다. 덕후를 위한 공간이라는 공공시설과

고터 상인들이 사용하는 창고 같은 것들이

그 길목에 주욱 있었고 통로가 꽤 길었다.

지하철과 연결된 헬스장이야말로

대중교통 이용 시 운동을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 위치가 좋다고 여겼다.

(홍대입구역 경의선 출구 지하통로에 바로 연결되던

댄스 학원을 다닌 적 있는데

당시 집에 가는 길에 너무 매일 가서,

오히려 사람이 안 찬 날은 수업이 취소돼

나와 둘로 남아 수업취소를 맞은 수강생과,

매번 아쉬워하며 헤어진 기억이 있다.)

그곳 브랜드에서 정리한 아카이브인 듯했다.

그런데 읽고 보려다 보니,

실제 운동은  Do!해봐야지

영상을 보고 글로 읽는 것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목적이 될 순 없을 듯 했다.

최근에 <백년 허리> 책을 읽고

그 책의 허리 스트레칭을 유용하게 따라하곤 했는데

그간

나는 허리보다 목을 재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실제로 허리 스트레칭을 배우면서

허리 아래 들어간 부분을 누르고 밀어주는

동작 교정 연습이 좀 더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짤랑짤랑도 마찬가지. 노래가 본체같지만

사실 거기서 핵심은 체조이고,

으쓱으쓱 자세 교정도 결국 내가 해봐야 느는 법이니,

몸을 움츠리지 말고,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 마음 먹었다.

그래서 좀 더 자유롭게

몸의 날개뼈를  '훨훨 내리고',  

마음이 자유로이 훨훨 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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