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네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고 가정해봤다. 그랬더니 너무 기쁜 나머지 역겨웠다. 그런 내가 웃기고 싫어서. 너는 어떻게 지내냐는 말 한마디도 먼저 꺼내지 못할 나의 용기 없음이 너무 웃겼다. 지독했다.
그런데 정말 너는 말 한마디, 지척에 있는 내게 걸어오지 않아서 짓물러가는 마음만 여기 있었다. 가만히 앉아서 조용한 휴대폰을 만지작만지작했다. 무음 모드로 바꿔놓은 척하면서 괜히 바쁜 척했다는 말이다.
어지럽혀진 길거리를 보면서 어쩜 내 마음도 저렇게 비슷할까 생각했다. 바람에 쓸려가는 낙엽을 보면서, 아니 쓸려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긁히는 느낌에 아파왔다. 너는 왜 말을 하지 않을까. 굳이 다시 한 번 만지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