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된 이야기
가끔은 내가 왜 이리 운이 좋은가, 또는 간혹 나는 왜 이리도 운이 나쁜가 생각한다. 아픈 마음을 끌어안은 몸을 일으켜 오늘의 하루는 운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저울질을 하는 것이다.
참 나쁜 버릇이다. 아니 좋지 않다고 볼 순 없다. 나는 얼마나 운이 좋기에 이렇게 살아남았는가 감사하기도 하면서, 나는 얼마나 빚을 졌기에 생존해 냈는가 안절부절 못한다.
하루는 어머니의 심부름을 다녀왔다. 오래된 시계의 배터리를 가는 일이었다. 돌아가신, 나는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친할아버지의 유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어머니가 아가씨였던 시절에 선물 받은 시계이기 때문이어서였기에 그랬을까. 그것을 내 손에 쥐어 걸으며 느낀 감정은 대단히 묘했다. 세대를 건너 만나 뵌 적도 없는 무언의 심상, 그것이 기억을 통해 전수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한 그리움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과연 그것 뿐일까. 기억하지 않으면 지워져 가는 이름들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을까. 누군가가 기록하지 않으면 흐려져버리는 말들이 있을 것이다. 모두가 유일하다지만, 유일하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움직임이 있을텐데 말이다.
지워졌으나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믿고 싶다. 나의 삶도 너의 이야기도, 그렇게 하루들의 쌓임이 모두 기억되진 못할지라도. 지워졌으나 사라지지 않았다고,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에 살아서 전해져 간다고, 조심스레 읊조리듯 말해주고 싶은 날들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