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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쓴 Apr 20. 2021

수상한 세상

바라보는 날갯짓

세상이 하 수상하다. 명료히 읽을 줄 아는 눈이 없고 분명히 말할 줄 아는 입이 없는 내게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입 주변을 근질거리게 하는 모습들이 보이는 이유가 나의 박한 지식에 있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요즘 내 눈앞에는 얼마 전 새로 산 독서대와 그 위에 놓인 랩탑, 전공 서적, 그리고 논문 더미가 있다.

이것이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를 생각할 때 흔들리는 것들 사이로 조금 덜 움직이는 무언가를 잡으려고 애쓰는 것일까, 일종의 균형 잡기인가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세상이 내 체감보다 더 단단하다는 가설을 세운 채로 내 밥벌이와 의지를 위해 눈을 감는 것은 아닐까 한다.

나는 그저 흐르는 강물을 지켜보며 무엇을 뱅뱅 맴돌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방으로 눈이 달려 불안해 떠는 작은 곤충의 날갯짓에 속한 존재인가 싶기도 했다.


며칠 후 오랜만에 투고라는 것을 했다. 요구하시는 양을 맞추려고 했더니, 그동안 썼던 대부분의 글을 다 쏟아부어야 했다.


그러자 잠이 안 온다. 사실 어제부터였지만, 어찌 되었든 그 이유를 이곳에서 찾는다. 피곤이 매일 쌓여도 자지 못하는 이유를 이곳에서 찾는다. 그것은 아마도 오랫동안 싸우고 동거했던 우울과 다시 만났기 때문이고, 그것이 나의 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글을 세상에 내놓으면 그것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라고. 사실 다 마찬가지 아닌가.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서, 매일 던져지는 자신을 나로서 지키며 사는 일 말이다. 거 참 갑자기 이유 없이 미래의 슬픈 일이 떠오르는 날이다. 우울한 건 아니다. 그냥 슬플 뿐.


편지함이 비워진 것처럼, 뭔가 비워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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