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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쓴 Feb 11. 2021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했다

차가운 저곳은 더 따뜻할까

밤하늘은 세상의 시작을 이야기하게 하고, 고귀한 존재를 상상하게 하고, 차마 알지 못했던 아름다운 삶을 발명하게 한, 인류의 오랜 고향인 별의 세계이다. 그 세계가 무척이나 멀리 느껴지는 요즘이다.

모든 존재가 별의 탄생과 죽음 사이에서 태어난다. 그러나 어느 순간의 맺어짐을 따라 삶을 꿈꾸는 일의 난도가 너무 다른 까닭을 물어도 답하는 존재는 폭발하는 빛 가운데 없다.




맑은 것은 하늘뿐이었던 그 어느 날의 충만한 풍경이 전 지구적 위기를 시작으로 재현될 거라고는, 게다가 일 년이 넘게 지속될 거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다. 누가 알았을까. 어떤 노래의 가삿말처럼 그때로 다시 돌아가 이러한 날들을 예측했더라도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었을까.


과분하지만 애매모호한 지능을 지닌 우리들이 텅 비어버린 것을 참지 못해 모여들고 또 모여드는 본능을 따라 위험한 재능을 발휘한다. 이것은 저주인가, 축복인가. 당신의 존재로 위로받다가 이내 위협받는다. 불나방처럼 뛰어들어서는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고야 마는 불안을 안고 살아가서다.




잘 기능하며 살아가는 일이 무지막지하게 중요하다지만 어느 순간에 배어 나오는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 아픔이어서 가끔은 우는 일이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곤 하면서도, 정말 반가운 감정은 우울이 아니라 닥쳐오는 슬픔임을 가슴 한 켠으로 받아내며 살아야지, 생각했다.


몇 백 년 전, 먼 곳을 바라보며 완전한 구들의 붙박이 세계를 상상하다 조금씩 찌그러진 행성들의 조화로운 움직임을 발견한 오래전 전통을 따라, 별들의 이야기에서 인간을 찾기보다는 인간의 이야기에서 별을 찾겠다고 생각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낮의 하늘과, 수도 없이 박혀있는 별들의 밤하늘은 우리가 모두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익숙한 하늘은 구름 약간, 뿌연 미세먼지, 너무 많은 빗방울과 조금 덜 빛나는 달의 모습이다. 그것이 현실이라면,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 수도 있을 나날이다.


반려동물들은 인간과 대화가 불가능한데도 인간과 어울려 사는 방법을 터득했다. 뜬금없지만, 이 사실에 나는 항상 놀라곤 한다. 인간은 대화가 없으면 못 산다는데. 그래서 조금 더 유동적인 게 좋겠다 싶다. 지금 정해진 것을 지키려고 살기보다는 살면서 지켜야 할 것을 찾는 게 나은 생활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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