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고, 쓰다 (17) - 미영이

by 숨CHIP

제목 : 미영이

작가 : 전미화

출판사 : 문학과 지성사




표지에는 무표정한 얼굴의 미영이가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미영이가 홀로 앉아 있고 버스가 떠나갑니다.

어른이 된 미영이에게 보내는 이 책은 사용연령 8세 이상입니다.


눈도 뜨지 않은 채로 일어난 미영이가 엄마를 찾습니다. 엄마는 화장실에 간다며 미영이를 다시 재웁니다.

잠에서 깬 미영이는 이불을 반듯하게 개어놓고 엄마를 기다립니다. 미영이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화장실에 간다던 엄마는 미영이가 기다리는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사라졌습니다.


미영이는 겨울에 태어났습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겨울, 미영이의 생일에도 엄마는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미영이는 엄마와 살던 곳을 떠나 식구들이 많은 친척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단둘이서 살던 집보다 크고 마당도 있지만, 이곳은 미영이의 집이 아닙니다. 집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중심으로 자녀와 손주들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가족사진에 미영이는 없습니다.

친척 집은 집도 크고 식구도 많아서 집안일이 많습니다. 그 집에는 미영이와 동갑인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웃으며 학교에 갑니다. 미영이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멀찍이서 등교하는 아이를 바라만 봅니다.


미영이는 한글을 잘 모릅니다. 발음이나 받침이 어려운 글자를 자주 틀립니다. 미영이는 한글을 잘 모르는 자신이 창피하다고 느낍니다. 미영이도 학교에 다니는 걸까요.

이 글은 ‘어터캐 익느…….’ 걸까.


미영이는 이 상황이 힘들고, 불편하고, 속상해서 항상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갑내기 친척 아이는 미영이는 항상 화가 난 표정이라며 그래서 혼자라며 엄마에게 묻습니다. 친척 아이 엄마는 미영이가 고집이 세서 그렇다는, 아무런 근거도 없는 말로 아이의 질문에 답합니다.

미영이가 아픕니다. 양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열이 나서 이마도 뜨겁습니다. 너무 아파 이불을 덮고 누웠지만, 약만 줄 뿐 누구도 아픈 이영이의 이마를 짚어 주지 않습니다. 몸까지 아픈 미영이는 엄마에 대한 점점 어두운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이불속으로 제 모습을 감춥니다.

엄마가 진짜로 나를 버린 걸까?

엄마 따윈 보고 싶지 않아.


주인 잃은 강아지가 친척 아이를 따라 집에 왔습니다. 주인을 찾는 전단지까지 붙였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고 그 일은 전부 미영이 몫이 되었습니다. 밥도 주고 똥도 치우고 산책도 시켜주어야 하는 강아지가 예쁘게 보이지 않습니다.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강아지가 낑낑거립니다. 무서워서인지 외로워서인지 엄마가 보고 싶어서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미영이는 짜증이 납니다. 낑낑거리는 강아지를 달래주는 일도 미영이 몫이기 때문입니다. 강아지가 낑낑거리면 머리를 쓰다듬거나 손가락을 입에 물려주면 조용해집니다.

미영이가 친척 집에 오고 난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친척 집에 올 때 입고 있던 옷들과 신발은 작아져서 더 이상 입을 수도 신을 수도 없습니다.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미영이의 생일이 있는 계절입니다. 하늘에서 눈이 내립니다. 엄마에 대한 소식은 아직도 없습니다. 엄마는 정말로 미영이를 버린 건지 어쩌면 미영이를 잊은 건 아닌지 미영이의 마음은 심란합니다.


어느 날 친척 집에 미영이를 찾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엄마라고 합니다. 미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설거지하던 손을 뒤로 감추었습니다. 부끄러워서 볼까지 빨개졌습니다. 미영이는 엄마와 함께 친척 집을 떠납니다. 배웅해 주는 친척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사이 제법 커진 강아지만이 떠나는 미영이를 보고 짖습니다. 앞으로 강아지 밥은 누가 주고, 똥은 누가 치우고, 누가 산책을 시켜줄지 알 수 없습니다. 마당에는 빈 밥그릇과 강아지 똥이 널려 있습니다.


미영이가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갑니다. 오랜만의 재회가 어색한지 땅만 보고 걸어갑니다. 엄마 손은 차갑고 단단했습니다. 앞서가는 엄마에게서 설거지 냄새가 납니다. 한 손으로는 미영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에는 커다란 가방을 든 채 걸어가는 엄마에게 용기를 내어 말을 걸어봅니다.


엄마, 어디 갔다 왔어?


목구멍에 무언가가 걸려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립니다. 엄마가 울었습니다. 저 멀리에서 목줄을 매단 채 강아지가 졸졸 따라옵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엄마 손을 잡았습니다. 차갑고 단단했던 엄마 손이 금세 따스해졌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차창 밖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며 눈이 내리는 날 돌아오겠다던 엄마를 기다리는 소설 속 주인공이 된 기분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덜컹거리며 멀리서 다가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미영이, 엄마, 강아지의 뒷모습이 따스하게 보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미영이는 한 손은 엄마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은 강아지를 쓰다듬고 있습니다.


뒤표지는 빨간 볼을 한 미영이와 강아지가 사이좋게 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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