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고, 쓰다 (18) - 프레드릭

by 숨CHIP

제목 : 프레드릭

작가 : 레오 리오니 그림·글 / 최순희 옮김.

출판사 : 시공주니어.




알록달록한 꽃들이 푸른 풀밭에 피어있습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풀밭의 파수꾼인 것처럼 늠름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 풀밭을 따라 크고 작은 돌들을 쌓아 올린 돌담이 있습니다.


나비 한 마리가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돌담 위에서 들쥐 가족이 부지런히 먹을 것을 나르고 있습니다. 돌담 근처에 헛간과 곳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들쥐 가족 중 한 녀석은 일은 하지 않고 넝쿨이 자라나는 돌담 사이를 한 줄로 기어오르는 개미 무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농부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곡식을 저장해 놓았던 헛간은 버려지고 곳간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들쥐 가족은 기나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식량을 모읍니다. 옥수수, 나무 열매, 밀과 짚을 들고 식량 저장고로 향하는데 한 마리는 그 행렬에 동참하지 않습니다. 프레드릭입니다.

태양이 높게 뜬 한낮입니다. 커다란 옥수수를 든 들쥐들이 커다란 나무 밑 울퉁불퉁한 풀밭을 지나가고 있는데 프레드릭은 눈을 감은 채 태양 밑에 앉아 있습니다. 들쥐들이 일을 하지 않는 프레드릭에게 묻자 이렇게 답합니다.

춥고 어두운 겨울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들쥐들이 일렬로 늘어선 채 나무 열매를 나르고 있습니다. 풀밭에는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힘을 발하는 들꽃들이 가득 피어있습니다. 이번에도 프레드릭은 혼자 돌담이 앉아 풀밭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들쥐들이 기다란 밀짚을 들고 이동합니다. 풀밭에는 겨울을 견디어야 하는 풀들이 새잎을 올리고 있습니다. 새잎 사이에서 졸고 있는 듯한 눈으로 앉아 있는 프레드릭에게 들쥐들이 나무라듯 말하자 프레드릭이 대답합니다.


졸고 있는 것 아니야, 난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기나긴 겨울엔 얘깃거리가 동이 나잖아.

풀밭에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첫눈이 내리자 들쥐들은 돌담 틈새로 난 구멍으로 모두 들어갑니다. 맨 마지막으로 들어가던 프레드릭은 아쉬운 듯 멀어지는 풀밭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돌담 틈새에 마련한 들쥐 가족의 보금자리는 일 년 동안 부지런히 모아 놓은 식량들로 가득합니다. 들쥐 가족은 풍성한 식량을 먹으며 여우와 고양이에 대한 모험담을 이야기하며 행복했습니다.

겨울이 깊어집니다. 열심히 준비했던 음식들이 조금씩 줄어만 갑니다. 곡식으로 가득 찼던 보금자리는 부스러기만 남은 채 텅 비게 되었습니다. 곡식이 사라진 자리는 돌담 사이로 스며든 찬바람으로 채워졌습니다. 들쥐들은 더 이상 재잘대지 않았습니다. 어떤 들쥐는 우울해했고 어떤 들쥐는 예민해졌습니다. 프레드릭만 빼고요.


침울해하던 들쥐들은 프레드릭이 하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햇살과 색깔을 모으고 이야기를 수집한다던 프레드릭의 일 말입니다. 그래서 프레드릭에게 묻습니다.


프레드릭, 네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니?

프레드릭이 커다란 돌 위로 올라갑니다. 프레드릭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찬란한 금빛 햇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머지 들쥐들은 눈을 감고 프레드릭이 전해주는 금빛 햇살에 집중합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몸이 점점 따스해지는 것 같습니다. 주변 바위도 금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은 들쥐들은 색깔에 대한 이야기도 해 달라고 조릅니다. 프레드릭은 파란 넝쿨꽃, 노란 밀짚 속의 붉은 양귀비꽃, 초록빛 딸기 덤불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들쥐들은 눈을 감고 프레드릭이 들려주는 색깔에 집중합니다. 들쥐들의 마음속에 파랑과 노랑, 빨강 그리고 초록색이 그려집니다.

햇살을 받고 색깔을 품은 들쥐들은 프레드릭이 수집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합니다. 프레드릭은 목소리를 다듬고 잠시 침묵을 유지합니다. 준비가 된 프레드릭은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배우처럼 말하기 시작합니다. 자연의 변화와 계절의 변화에 대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들쥐들은 관객이 되어 프레드릭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듭니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를 치며 프레드릭을 칭송합니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칭찬을 받은 프레드릭의 볼이 빨개집니다. 박수를 쳐준 관객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수줍게 답합니다.


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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