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고, 쓰다 (20) - 달 사람

by 숨CHIP

제목 : 달 사람

작가 : 토미 웅거러 글·그림 / 김정하 옮김

출판사 : 비룡소




너무 맑아 파랗게 보이는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그 중심에 커다랗고 하얀 달이 떠 있습니다. 둥근달을 가만히 쳐다보면 그 속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달 사람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 아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가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잔치가 열리는지 악기 연주 소리에 맞춰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부엉이 한 쌍이 앉아 있는 나뭇가지에는 붉은 꽃이 피었고 은은하게 어둠을 밝혀주는 등불도 걸려 있습니다. 그 모습을 저 멀리서 달 사람이 밤마다 부러운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달 사람은 셀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을 달에서 있었기에 너무 따분하고 심심했습니다. 한 번만이라도 사람들과 같이 잔치를 즐기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 광대한 우주를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별똥별이 달 근처를 지나가자 달 사람은 훌쩍 뛰어서 별똥별의 꼬리에 매달립니다. 달 사람이 꼬리에 매달려 방향이 변한 걸지도 모릅니다, 별똥별은 지구를 향해 속도를 냅니다.


별똥별은 지구의 한 숲 속에 엄청난 굉음을 내며 떨어졌습니다. 어둠이 깔린 고요한 숲 속에 살던 동물들은 별똥별이 떨어진 소리에 놀라 도망을 쳤습니다. 부엉이의 두 눈은 얼굴만큼 커졌고 여우는 뒤도 보지 않고 달립니다.

그 소리에 놀란 건 비단 숲 속 동물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근처에 살던 인간들도 별똥별이 떨어진 곳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별똥별로 인한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소방관을 태운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갑니다. 그 옆으로 경광등을 단 경찰차가 바싹 따라붙습니다. 전쟁이라도 난 것이라고 생각한 건지 총부리에 무시무시한 칼을 장착한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출동하고 군을 지휘하는 장군은 커다란 칼을 든 채 기관총이 달린 탱크를 타고 있습니다. 군인들의 트럭 옆으로 아주 비싸 보이는 자동차가 달립니다. 조수석에는 어린 여자 아이가 타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한 상황에도 이를 구경하고 싶은 부자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앞서가는 이는 따로 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올 걸 예감한 아이스크림 장수가 자전거에 연결한 아이스크림 수레의 페달을 열심히 밟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별똥별이 떨어진 곳으로 모여듭니다. 쇠스랑을 치켜든 채 무서운 눈빛을 한 농부, 특종을 잡으려는 기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사냥개도 보입니다. 별똥별이 떨어져 움푹 페인 자리에는 투명하고 부드럽게 생긴 무언가가 잘린 별의 꼬리를 잡고 버둥거리고 있었습니다.

정부와 고위 관료들이 긴급히 모였습니다. 정치가들은 이 사태에 대해 논쟁을 하고 대통령과 과학자는 아주 커다란 망원경을 이용해 안전한 곳에서 별똥별이 떨어진 곳을 살펴봅니다. 그들은 모두 겁에 질려 덜덜 떨었습니다. 군 장군은 급히 전화를 걸어 공습경보를 발동합니다. 알 수 없는 방문자를 침입자로 판단한 겁니다.

달 사람은 긴급 체포되어 경찰차를 타고 감옥으로 이동합니다. 법원은 달 사람의 죄를 따지는 특별 재판을 진행합니다. 감옥 안에 달 사람이 슬픈 표정으로 앉아 있습니다. 지저분한 물병과 식기가 놓여 있고 한쪽 다리에는 커다란 쇠공이 달린 족쇄를 차고 있습니다. 쥐가 드나드는 감옥은 어둡고 차갑습니다. 쇠창살이 쳐진 조그만 창으로 달 사람이 살고 있던 달이 보입니다.


감옥 안에서 달 사람은 곰곰이 생각합니다.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는데 감옥에 갇혀 있는 것이 억울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몸의 반쪽이 없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름달이 반달로 변했고 달 사람 역시 달의 변화에 따라 변한 것이었습니다. 초승달이 뜨자 달 사람은 쇠창살 틈으로 빠져나갈 정도로 작아졌습니다. 족쇄는 오래전에 풀렸고 달 사람의 식사를 독차지한 쥐는 통통하게 살이 올랐습니다.


긴 칼을 찬 군 총사령관이 감옥 열쇠를 든 교도관을 앞에 두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달 사람을 조사하려고 했는데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대검을 장착한 총을 든 군인이 족쇄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텅 빈 감옥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두 주일이 지나 보름달이 뜨자 달 사람도 원래 크기로 돌아왔습니다. 달 사람은 지구에서의 자유를 만끽합니다. 커다란 나무에는 꽃이 만발합니다. 땅에도 온갖 종류의 꽃들이 만개하였습니다. 달 사람은 숲 속을 거닐며 꽃향기를 맡고 꽃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도 만납니다.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부엉이와 숲에 사는 고양이와도 인사합니다.


숲 속 산책을 마친 달 사람은 고대하던 무도회장을 찾아갔습니다. 단상 위에서는 악단이 트럼펫과 호른,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있고 무대에서는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습니다. 해적, 광대, 늑대, 아랍 상인, 카우보이 등 다양한 복장과 가면을 쓴 사람들이 짝을 이뤄 춤을 추고 있고 달 사람도 그 무리에 섞여 같이 춤을 추었습니다. 그 누구도 달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달 사람 복장을 한 누군가로 생각했습니다.

무도회에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무도회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는데 너무 소란스러운 나머지 이웃 주민이 시끄럽다며 신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경찰을 발견한 달 사람은 재빨리 숲으로 도망쳤는데 크고 밝은 보름달이 떠서인지 그만 들키고 말았습니다. 경찰은 사이렌을 울리고 총을 쏘며 달 사람을 쫓았습니다.


경찰의 추격을 따돌린 달 사람은 시골 마을로 도망쳤습니다. 그 마을에는 오래된 성이 있었는데 숲에서 이를 본 달 사람은 성에 다가갔습니다.


성에 들어서자 마법사 모자에 이상한 안경을 쓰고 과학 도구를 들고 있는 사람이 그려진 그림이 보입니다. 오래전에 사람들에게 잊혀진 분젠 반 데르 둥켈 박사입니다. 대머리에 빨간 코, 턱수염은 그림보다 더 길어졌고 황금색으로 개조한 안경을 쓰고 한쪽 팔에 두꺼운 책을 끼고 담배 파이프를 든 박사는 달 사람의 방문을 환영했습니다. 생쥐가 드나드는 허름한 박사의 연구실에는 다양한 버튼과 전선, 여러 개의 계기판이 달린 과학 장비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박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달까지 갈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드는 연구를 해 왔습니다.

오래된 성의 가장 높은 성곽에는 박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우주선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우주선에 대한 연구와 제작까지 완료했지만 그사이 늙고 뚱뚱해진 박사는 우주선을 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박사는 자기 대신 달 사람에게 우주선에 타 줄 것을 부탁했고, 달 사람은 기꺼이 승낙했습니다. 인간이 아닌 달 사람으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박사는 달 사람이 작아지는 그믐달이 뜰 때를 기다렸고 드디어 우주선에 탈 만큼 달 사람은 작아졌습니다. 그믐달 아래 우주선에 탑승하는 달 사람도 달 사람을 우주선에 태우는 박사도 모두 작별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침내 달 사람을 태운 우주선이 우렁찬 엔진 소리와 강력한 불꽃을 내뿜으며 달을 향해 발사됩니다.


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박사는 업적을 인정받아 과학자 모임의 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정부 관료와 군인, 학자들이 기다란 테이블에 모여 앉아 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테이블 보가 쳐진 책상 아래에는 개 한 마리가 눈을 멀뚱멀뚱 뜬 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

너무 맑아 파랗게 보이는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그 중심에 커다랗고 하얀 달이 떠 있습니다. 둥근달을 가만히 쳐다보면 그 속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달 사람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달 사람은 다시는 인간들이 사는 지구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 초승달은 점점 커지는 달, 그믐달은 점점 작아지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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