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고, 쓰다 (16) - 접으면-FOLD AND UNFOLD
제목 : 접으면-FOLD AND UNFOLD.
작가 : 김윤정 · 최덕규
출판사 : 윤에디션
표지의 영문 제목에 화사한 꽃들이 피어나 있습니다. 표지를 넘기면 오른쪽 페이지 가운데 라인이 보입니다. 살짝 접어서 표지 쪽에 붙이면 하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란에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이 책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구매할 수 없고 윤에디션 스토어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어떤 출판사에서도 책을 발간해주지 않아 직접 회사를 차리고 제작했다고 합니다. 비용 절감의 목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구매하는 사이트 주소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맨 하단에는 이 책을 보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오래된 책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언젠가부터 사라진 ‘인지(印紙)’(저작(권) 자의 도장이 찍힌 작은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색과 모양이 제각각인 다양한 나무들이 숲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 사이로 운동하는 사람, 반려견과 산책하는 여인,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아이, 아이를 안고 산책 나온 엄마, 숨바꼭질하는 아이들, 데이트하는 연인, 나무에 기대어 쓸쓸해 앉아 있는 친구를 손을 내밀어 위로하는 아이, 홀로 길을 가는 학생이 보입니다.
접으면, 그 시작은 나무 한 그루입니다.
나무들이 모여 산을 이룹니다. 산 뒤에 산이 있고 그 뒤에 크고 작은 또 다른 산들이 이어집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풍성하게 피어난 구름 떼가 산을 감싸 안습니다. 땅에서 자라나는 나무들은 기꺼이 자리를 내어줍니다. 나무가 내어준 자리에 집을 짓고, 마을과 농지로 이어지는 길을 내고, 땅을 일구어 농작물을 키웁니다.
숲 속 들판에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풀들이 옹기종기 모여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가만히 서서 꽃을 바라보거나 꽃다발을 만들어 가슴에 품기도 합니다. 발밑에서 이제 막 돋아나는 새싹을 구경하거나 직접 식물을 가꾸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 들판에 물을 가득 품은 호수가 있습니다. 호숫가에는 더욱 다양한 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호수는 아이들이 종이배를 띄우는 놀이터이기도 하고 백조들이 목을 축이고 쉬어가는 쉼터이기도 합니다.
접으면, 넓은 호수도 물 한 방울에서 시작됩니다.
물방울과 물방울이 만나 강이 되고 호수가 되어 흐릅니다. 물은 흐르고 모여 깊은 바다를 이룹니다. 바다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나무와 풀, 동물들이 그 안에서 살아갑니다. 다양한 색을 지닌 열대어들과 거북이, 오징어도 보입니다. 바다 동물들과 함께 사람들도 헤엄칩니다.
아이들이 뛰어오자 비둘기들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꽃핀을 머리에 꽃은 아이의 머리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접으면,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들도 작은 알에서 시작합니다.
해안가를 기준으로 육지와 바닷속에는 알에서 시작되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다. 육지에는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숲에 화려하게 장식된 날개를 사뿐히 펄럭이는 나비들, 가을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잠자리, 점박이 무당벌레와 알록달록 장수하늘소, 노란 줄무늬가 귀여운 꿀벌과 우렁찬 울음소리의 매미도 알에서 시작합니다. 그 곁에 밤을 지키는 부엉이, 하루 종일 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 성큼성큼 큰 걸음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타조, 바닷가의 터줏대감인 갈매기도 알에서 시작합니다.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개구리와 세상 느리게 움직이는 달팽이도 알에서 시작합니다. 드넓은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들과 장수의 상징인 거북이, 열 개의 다리를 가진 오징어, 새우와 게도 모두 알에서 시작합니다.
활짝 핀 꽃들이 화면 가득합니다. 해바라기, 양귀비, 제비꽃, 국화도 보이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색을 뽐내는 꽃들이 자유롭게 존재가치를 뽐내고 있습니다. 이 꽃들은 모두 어디서 온 걸까요.
접으면, 이처럼 화려한 꽃도 한 알의 작은 씨앗에서 시작합니다.
꽃은 피고 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꽃이 진 자리에 풍성한 열매를 맺습니다. 한 알의 작은 씨앗에서 시작하는 식물은 여린 싹을 틔우고 땅과 하늘의 기운을 받아 잎을 키우고 꽃을 피웁니다. 꽃이 진 자리에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모아 귀한 열매를 탄생시킵니다. 수박, 배, 사과, 호박, 가지, 파인애플, 토마토, 산딸기, 옥수수와 참외, 황금빛 감까지 인간에게 양식을 제공해 줍니다.
새들이 힘차게 날아오릅니다. 남산타워 위로 아침 해가 떠오릅니다. 남산 아래에 자리 잡은 빌딩들도 서서히 햇살에 물듭니다. 빌딩들 사이 남대문과 DDP도 보입니다.
접으면, 활기찬 아침도 깜깜한 밤에서 시작합니다.
달빛이 환한 밤입니다. 호수 공원에는 꽃잎이 흩날립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빛처럼 빌딩들이 불을 밝히고 그 빛이 호수에 반사됩니다. 밤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느리게 지나가고 눈부신 초승달에서는 누군가의 꿈이 발현됩니다.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합니다. 초승달에 줄을 걸어 그네를 타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고양이 한 쌍이 호수 공원 벤치에 앉아 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와 빌라 밀집 지역에서 초록 나무들이 길게 늘어선 가로수 경계를 지나면 낮게 지어진 주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옥상에 장독대를 놓거나 텃밭을 만든 집이 보입니다. 한 집은 옥상에 정원을 만들려는지 화분들과 원예용품이 널려 있습니다. 아이와 고양이 한 마리가 끊어질 듯하면서도 이어지는 골목길에 들어섭니다. 저 멀리 강아지와 새들이 뛰어노는 놀이터가 보입니다.
접으면, 멀게만 느껴지는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합니다.
온통 새하얀 세상입니다. 까만 하늘에도 별빛처럼 눈이 날리고 파란 바다에도 보석처럼 눈이 내립니다. 나무들도 눈으로 만든 옷을 입었고, 토끼도 부엉이도 북극곰 가족도 모두 하얗습니다. 숲 속에는 멋진 뿔을 가진 순록이 살고 거대한 빙하를 탄 펭귄도 보입니다. 바다에는 유빙이 떠다닙니다. 이글루 앞에는 물범이 낮잠을 자고 있고 에스키모가 당신을 환영한다는 듯 양팔을 치켜듭니다. 목표를 전하고 한걸음 씩 가다 보면 세상의 끝이라는 북극과 남극도 갈 수 있습니다.
숲 속에 집이 있습니다. 집 밖으로 한 걸음만 나가도 들판에 핀 다양한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면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높은 산이 있습니다. 구름보다 더 높게 솟아오른 산은 하늘을 뚫을 기세입니다. 아이가 산을 향해 다가갑니다.
접으면, 높은 산도 한 걸음에서 시작합니다.
용기를 내어 첫걸음을 떼기만 하면 우주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저 아래 지구와 대한민국 땅이 보입니다. 우주선 한 대가 막 지구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지구 위에는 둥근달이 태양 빛을 받아 노랗게 빛이 나고 그 주위를 우주 비행사가 식물이 담긴 유리관을 들고 우주를 유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환경을 가진 행성들이 가깝게 또는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먼 우주 공간에 가득합니다.
푸른 동산에 꽃이 만발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고 자라나는 식물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합니다. 여자아이가 비눗방울을 만듭니다.
접으면, 후- 민들레 씨앗이 바람을 따라 두둥실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날아간 씨앗들이 다른 곳에서 잘 자랄지 알 수 없지만 건강하게 다시 꽃을 피울 거라는 믿음에 마음이 설렙니다.
아이가 정성스레 싹을 틔운 식물을 정원에 심으려고 합니다. 세상의 온갖 식물들이 아이가 만든 정원에 가득합니다. 민들레 씨앗을 날려 보내던 아이는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용기를 내어 식물 박사가 되기로 하였나 봅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길을 갑니다. 우산은 모양도 색도 제각각입니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학생도 회사원도, 신사와 공주도 우산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습니다. 우산에 가려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없습니다.
접으면, 비에 젖은 강아지가 무심히 걸어가는 사람들 틈에서 떨고 있습니다. 아이가 다가가 강아지에게 우산을 씌어줍니다.
나무와 숲이 잘 어우러지게 만들어진 공원 한구석에 고양이들이 모여 있습니다. 아이가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줍니다. 어떤 고양이는 가까이 다가오지만 쉽게 다가오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는 고양이도 있습니다. 비에 젖은 강아지에게 우산을 씌어주었던 그 아이입니다. 아이는 그날 이후로 도시에 사는 동물들을 꾸준히 돌보고 있습니다.
번화가입니다. 아빠 손을 잡은 아이가 고양이에게 인사합니다. 풍선을 든 아이도 보입니다. 건물 뒤로는 높이 자란 나무들이 있고 건물에도 화분들을 배치해 나무들과 잘 어울리는 거리입니다. 그중 한 건물에 이 책을 만든 회사인 윤에디션 간판이 보입니다. 그리고 갈 양옆에 꽃을 든 여인과 강아지를 안은 남자가 있습니다.
접으면,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집 주위로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고 곳곳에 흰 벽과 파란 지붕을 한 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저 멀리 부드럽게 솟아오른 산이 들판 마을을 보호해 주고 있습니다. 집으로 이어진 길들과 들판에는 푸른 나무와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고 평화로운 호수도 있습니다. 호수에서는 오리 가족이 노닐고 있습니다. 다양한 식물과 꽃이 피어있는 오솔길 끝에 집이 한 채 있습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집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정갈합니다. 꽃을 든 여인과 강아지를 안은 남자는 오솔길을 따라 그 집으로 향합니다.
오후 다섯 시 삼십팔 분. 아내와 남편은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소파에 앉아 정면으로 난 커다란 창을 통해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늘은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어갑니다. 호수에서는 오리 두 마리가 한가로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들판에는 푸른 생명이 가득하고 집 안에도 여러 화분에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집 안에는 강아지 한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낮잠을 자고 있습니다. 거실 창의 양옆 벽에는 사랑스러운 가족사진들이 걸려 있습니다. 아빠, 엄마, 아들, 딸. 거실 왼쪽 일인용 소파에는 윤에디션 쿠션이 있습니다.
접으면, 꽃을 들었던 여인과 강아지를 안았던 남자,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고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오리가 헤엄치는 호수가 있는 들판에 대가족이 모였습니다. 부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고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았습니다. 아이들은 먼 과거의 아이들처럼 공놀이를 하고 식물에게 물을 주고 동물들을 사랑하며 성장합니다. 여기저기에 활짝 피어난 꽃들처럼 모든 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닙니다.
접으면, 이 모든 것이 사랑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