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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영 May 01. 2024

처음 하는 이야기

봄이 오는 것이 싫었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


처음 하는 이야기 속 [봄이 오는 것이 싫었다]는 외할머니와 겨울과 이른 봄 사이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해 겨울

갑자기 홀로 된 할머니의 곁을 지켜줄 누군가 필요했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화자가 함께한다.


뽀글 머리에 꼿꼿했던 할머니,

시들지 않던 꽃 같았던 할머니도 외할아버지를 먼저 보낸 후 언뜻언뜻 비치던 쓸쓸한 주름진 얼굴에서 화자는 어른들의 외로움, 슬픔을 본다.


소설 속 화자는 할머니와 곧잘 티격태격한다.

[할머니도 여자이면서 늘 앞에 '가시나가, 가시나는'를 붙였다. '가시나'는 할 수 있는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더 많았다. 조신해야 했고, 조용조용 다녀야 했고, 뛰어서도 안되었고, 목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서도 안되었다. 나는 늘 할머니가 말하는 그 가시나라는 존재가 궁금했다. 가시나라고 불리면서 행동의 억제를 받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유행도 모르면서 왜 자꾸 내 머리를 댕강 잘라 버리라고 하는지 원망스러웠다. 보란 듯 찰랑거림이 좋아 찰랑찰랑 고개를 흔들며 길을 걸었다.]


짧았던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화자는 투박한 말속에서 손녀를 애정하는 할머니를 알게 된다.


어린 시절, 청소년기 외할머니는 화자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시골집,

함께 길을 걸었던 석양이 지는 농촌길,

오래되어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삭힌 감의 맛,

겨울밤 내게 해주던 엄마와 이모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기억들을 남겼다.


화자는 아직도 입학식을 위해 떠나던 날 배웅하던 할머니의 뽀글 머리는  잊지 못했다.  


처음 하는 이야기


처음 하는 이야기 속 [봄이 오는 것이 싫었다]는 내가 처음으로 쓴 단편소설이다.




책 읽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했지만,

한 번도 내가 직접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러던 중 소설 쓰는 법을 배우는 강의를 알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소설에 쓰는 법에 대해서 배웠고,  그리고 첫 단편소설을 완성했다.


배우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 꼼꼼한 피드백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짚어 주셨던 부분이 가장

좋았다. 혼자 쓰고 읽을 때는 내 글이 좋은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부족한 부분을 수정해야 할 부분을

알려주시니 글이 더 잘 보였다.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써야겠다는 생각은 사실 오래전부터 해왔다.

다만, 그 시기를 은퇴 후의 어느 시점으로 잡았었다.


이번에는 짧은 단편이었지만, 할머니의 삶을 장편 소설로 담고 싶은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실제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오는 경험은 신기했다.

두근두근 거렸고, 울렁였다.

이런 팔딱거림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모던북스 (modernbook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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