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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랍 애미 라이프 Dec 13. 2023

웹소설 읽다가 밤을 꼴딱 새웠다



이모티콘으로 버무려진 귀여니의 소설을 읽으며 보낸 학창 시절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당시 그 웹소설을 두고 언어파괴네 문학성이 어떠네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았었는데 당시의 우리들에겐 '얄리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라고 외치는 외계어는 떡하니 교과서에 실어놓고 이런 거 가지고 뭐라 하는 어른들이 영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얄라리 얄라보다 재미있으니까 읽는 거지. 



웹소설을 읽던 80년대생이 엄마가 되었다. 그때는 PC로 이런 창작물을 소비했지만 (간혹 프린트해서 주변에 빌려주는 선심 좋은 친구들도 있었다.) 이제는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접속해서 읽어나간다. 잠든 아이를 살짝 내려놓고 젖병을 씻으러 가기 전에 잠깐 짬을 내어 읽기도 하고 이동 중 대중교통 안에서 읽기도 한다. 웹소설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란 세대가 경제력을 갖게 되었고 더 이상은 이런 걸 읽는다고 잔소리할 어른들도 없으니 웹소설 웹툰 시장은 날개 돋친 듯 커 나아가고 있다. 





로맨스 판타지


내가 주로 읽는 장르이다. 화려하다 못해 뽜려하고 외모는 흡사 외국인같이 생긴 남녀 주인공이 그려진 표지에 장소는 주로 상상 속의 어느 나라이지만 요즘 인기의 웹소설은 시대적 배경과 장소에 대한 반영이 무척이나 꼼꼼하다. 독자들이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으니 전개상의 캐붕 (캐릭터 붕괴)이나 시대적 설정에 실수가 나기라도 하면 날 선 악플을 피해 갈 수 없다. 글만큼이나 댓글이 재미있는 편도 꽤 있다. 댓글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나만 이거 보며 울고 불고 하는 거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대체 이걸 왜 읽을까? 



예전 귀여니의 소설에도 어른들은 물었다. '왜 읽어요?' 당시 교복을 입고 목도리를 두른 여학생들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재밌어서요 ㅎㅎㅎ'라고. 지금도 마찬가지. 재밌어서 읽는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특히나 요즘의 웹소설들은 기존 로맨스 소설이 가진 신데렐라 클리셰를 잘 따라 나아가면서도 독자들이 지루해하지 않을 장치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등장인물에 관한 심리 묘사가 섬세해 나도 모르게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드는 작품도 있고 세계관을 탄탄하게 구축해서 내가 마치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간 듯한 작품도 있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을 읽는 이유는 '궁금해서'이다. '이다음에 어떻게 되는데???' 하는 궁금증에 쿠키를 지불한다.  


  

  




<스틱>에서는 '인위적으로 공백을 만들어 내고 이를 채워나가는 방법'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사실 요즘 만들어지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이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해 보인다. 유튜브 썸네일이나 인스타 표지 그리고 웹소설들이 만들어 내는 '궁금증'과 이를 찾기 위한 과정이 모두 그 깨알 같은 재미를 충족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공백을 만들고 이를 찾아 나아가는 행위가 어찌 보면 우리가 행하는 모든 지식활동의 단계라고 봐야 한다. 취향에 따라 그게 과학이냐 웹소설이냐 일뿐. 









나는 가끔, 삶이 좀 버겁다고 느껴질 때 내 인생이 이런 소설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 이 정도의 시련은 있어야 읽을 때 재미있지.'하고 웃어버리거나 내가 내 인생을 읽는 독자가 된 마음으로 '오~~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는데?'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좀 낫다. 

그나마 좀 재미있어진다. 



다들 이 고단함을 잠시라도 잊으려 

웹소설을 읽다가 꼴딱 밤을 새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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