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는 참 예쁘구나 Apr 13. 2016

사랑싸움

나야, 그 형이야?

그 여자,

진짜 좋다~

쟤가 제 남자친구예요.

잘 생겼죠?

그냥 보기만 해도 행복하다니까요.

내 인생이 이렇게 아름다워질 줄 몰랐어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벽해서 오히려 더 불안하다니까요.

봐봐 또 저렇게 웃잖아, 아무 여자 앞에서나.

아, 짜증 나!

쟨 좀 알아야 해요.

지가 잘생긴 줄을 몰라, 아무한테나 웃지 말라니까 기어코 저렇게 웃어, 멋있게.


아, 근데 너무 빤히 쳐다보진 마세요.

닳아요.

아니, 뭐 사실은 싸웠어요. 얼마 전에.

몰라요~ 저도 궁금하네요. 도대체 왜 화가 난 건지.


그 남자,

그녀에게 친한 오빠가 하나 있어요.

어렸을 적부터 남매처럼 자라서 이성 간의 마음 따위는 전혀 없다는데,

사실 찜찜해도 그냥 넘어가 줬어요.

저는 찌질하지 않으니까, 쿨한 남자친구가 되고 싶었으니까.

근데 해도 해도 쟤는 너무 경각심이 없어요.

얼마 전에 집 앞을 찾아 가서 그녀를 기다리는 데

그녀가 그녀의 집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오빠라는 사람 집에서 나오는 거예요.

그 상황도 당혹스럽고 어이가 없는 데, 술까지 취해서 업혀 나오더라고요.

제가 그때 완전 얼이 빠져가지고...


아니,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옆집 오빠다, 친한 오빠다.

이렇게 이야기는 하는 데 어떻게 알아요?

무슨 마음으로 쟤랑 저렇게 지내는지 알게 뭐냐고요.


그래서 말했죠.

나인지 그 형인지 선택하라고.

뭐예요, 유치하다는 그 표정?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전 진지했으니까.


그 여자,

아~니, 그 오빠가 남자예요?

자그마치 20년을 알고 지낸 사이라고요.

친남매나 다름없어서, 심지어 똥 냄새까지 다 알아요.

그 오빠는 올해 결혼까지 합니다.

오빠한테 시집가는 여자한테 울면서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어요.

근데 다짜고짜 아무런 이야기도 안 하고 저한테 그러는 거예요.

둘 중 하나 선택하라고.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죠.


그렇게 자기 여자친구 못 믿어서 어떻게 만나요?

사랑은 믿음이 아니었나? 언제부터 변질이 돼버린 거죠? 사랑이!!


그 남자,

아무 말도 안 하고 들어가 버리는 데, 화가 난다고 소리 지를 수는 없잖아요.

더군다나 여자친구 부모님이 그 안에 있을 텐데.

옆에 서있는 그 오빠라는 작자를 붙잡고 심문했죠.

키도 저보다도 커서 실실 웃는 그 표정부터 맘에 안 들었어요.

쟤한테 관심 있냐, 술 취한 애한테 뭘 했냐 그렇게 말을 하는 데도

실실 웃어대요. 그러더니 대뜸 그래요.

자기는 관심 있으면 안 되느냐고.


아, 진심 열 받네.

잠시 좀 쉬었다 하시죠?


그 여자,

걔가 질투해주는 거라서 사실 재밌기도 해요, 좋기도 하고.

화가 났다기보다 그 반응이 웃겨서 자꾸 지켜보고 싶달까?

화가 나긴 났었죠. 근데 그것도 처음에만 그랬고 후에 계속 저러니까 귀엽잖아요.

그래서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옆집 오빠가 결혼한다는 걸.


그래서 그런가 오늘은 저랑 눈도 안 마주치는 거예요.

다른 여자들한테는 저렇게 실실거리면서.

복수하는 거 같아서 더 기분 나빠요, 아악!!


그 남자,

여자친구한테 왜 말을 안거냐고요?

답을 안 해주잖아요. 답을.

연애란 분명 서로에 대한 믿음을 전재하에 하는 건데 그냥 휙하니 들어가 버렸어요.

그리고 그 남자는 제 여자친구에 대한 맘이 있다는 식으로 저한테 이야기했죠.

그런데 어떻게 말을 걸어요? 쟤한테.


아니 뭐 사실 그냥 봐도 예쁘고 그냥 둬도 좋은데, 말 안 걸고 싶겠어요?

옆에서 맨날 쟤가 조잘대는 거, 웃는 거, 먹는 거, 숨 쉬는 거... 다 보고 느끼고 싶은데.


쟤가 먼저 절 피했어요.

그게 사실 너무 슬펐고요.

말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고요.

피할 생각은 없었죠.


그 여자,

해야죠. 화해.

저도 잘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불안하게 만들었으니까.

확실하게 말을 했어야 했는 데 미처 그 생각까지 하지 못했어요.

사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그렇잖아요.

그 녀석한테 옆집 여동생이 있다. 근데 남매처럼 지낸다.

남자친구가 술에 취해서... 그녀의 방을 나왔다...?

와우, 저는 참지 못했을 거예요.

많이 참아준 거예요. 저 배려한다고.


말하다 보니 그 사람 마음이 얼마나 비참했는 지를 알겠네요.

당장 사과해야겠어요.


그 남자,

사과해야겠어요.

사랑하는 사이에 제일 중요한 게 믿음인 데,

제가 너무 의심하고 질투한 거예요.

불안했거든요. 빼앗길까 봐 겁도 났어요.

그런데 그것보다도 그녀가 실망한 그 눈빛이 더 저를 처참하게 만들었어요.

제가 그 사단을 만든 거예요.

모든 원인을 제가 제공한 셈인 거죠.


깨닫게 해주셔서 다시 솔직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만 가봐야겠어요.



"인터뷰 끝났어?"

"어, 넌 일찍 끝났네?"

"응, 앉아도 돼? 할 말... 있는데."

"나도 있어."

"나부터 말할 게. 사실 그 오빠 말이야."

"내가 먼저 말할게, 그 형이 너 좋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많이 불안했어. 그래서 말 못 했어. 네가 아무 말 없이 들어가서... 그래서 헤어지자 그럴까 봐... 쉽게 말 못 했어. 내가 널 믿지 못해서 미안, 의심해서 미안. 근데 여전히 난 네가 좋다. 그래도 무슨 말이든 어떤 답이든 너한테 맡길게."

"그 오빠가 내가 좋대?"

"응? 응..."

"...나도 미안. 내가 먼저 너 불안하게 만들었잖아. 나도 여전히 네가 좋고 너만 좋은데. 그런 의심을 하게 했다는 게 나한테도 실망스러웠어."

"진짜?"

"응, 그리고 그 오빠 말이야."

"응."

"다음 달에 결혼해."

"뭐, 뭐라고?"

"결혼한다고 다음 달에, 새언니랑도 벌써 정말 친해졌는 데?"

"......"

"너 그 오빠한테 완전 농. 락. 당한 거야."

"...... 아아아악!!! 짜증 나 진짜!!"

"멍청이. 헤헷!"


히죽히죽 G

감기 걸리지 마세요. 죽겠네요 정말. ㅜㅜ

사진출처: 히죽히죽G

작가의 이전글 망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