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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는 참 예쁘구나 May 03. 2016

너라고 부를게

너어~? 이게 죽을라고 진짜!

그 남자,

듣기 싫은 말이야 많죠. 

야, 꼬맹아, 애기야, 저기야... 등등... 하아...

저기야는 쫌 너무 하지 않나? 내 이름 석자가 떡하니 있는데.

예전에 저기야 말고 자기야라 부르라고 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때는 정말....

상상하지 마세요.

상상 그 이상이니까요.

저요, 그 날이 제 제삿날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 막말을 듣는 데도 그녀가 좋은 이유요?

간단하죠, 예쁘니까!

무엇이요?

헤-, 그녀의 전부요.


그러니까 저는 그녀에게 누나라고 절대 못 부릅니다.

처음 본 그 순간부터 그녀는 저에게 여자였지 누나가 아니었다고요.


그 여자,

저게 기어오르는 것도 정도껏 이여야지.

자꾸 미선아 ~ 하면서 이름을 부르질 않나,

걸어가는 데 어느새 와서는 턱 하니 어깨동무를 하지 않나.

제가 밥으로 보이는 거죠 그냥, 저 자식은.

쪼그만한 게 어른인 척 폼이란 폼은 다 잡고.


남자로 보이냐고요?

남자로 보이겠어요?

성격이라도 어른스러우면 몰라요.

초등학생이랑 다니는 것 같다고요.


왜 모르지 이 마음?

저는요, 어른스럽고 저를 이해하고 의지되는 마음 넓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요.

저렇게 생떼부터 부리는 남자애 말고요.


그 남자,

그녀를 제 여자로 만들 자신이요? 있습니다!

보다 보면 정이 들지 않겠어요?

저도 제 나름의 남성을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보다 키가 크니까 그녀가 날 올려 볼 때 드는 위화감이라든가

그녀의 손을 제가 꽈악 쥐었을 때 그녀가 느끼는 안도감이라든가

어깨를 감싸서 제 품에 딱 품었을 때는... 이건 분명히 생각했을 거예요. 

아 이 애도 남자구나 라고.


저는요, 그녀를 위해서 매일 운동도 빼먹지 않고 하고요.

그녀가 뭐에 관심이 있는지 항상 궁금해하고요.

그녀를 배려하기 위해서 그녀가 먼저 행동하기 전에 제가 먼저 움직입니다.

믿기지 않으신다고요?

제가 그녀에게 어떻게 했는지 보지 않으셨잖아요. 그죠?

저요, 정말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녀도 저를 좋아했으면 하는 맘이 간절하다고요.


그 여자,

무엇을 해줘도 그 애가 남자로 보일 일? 그런 거 전혀 없어요.

처음부터 그 애는 저에게 동생이었다고요.

나이 차이도 무려 7살 차이입니다.

저요, 생일도 빨라가지고 초등학교도 7살에 들어갔어요.

저 올해 서른이고요.

그 아이는 스물셋입니다.

제가 그 아이를 처음 봤을 때가 18살이었을 때고요.

그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군대요?

아 또 그때가 막 뚜렷하게 떠오르네요.

참 자랑스럽게 말하더라고요.

자랑스러운 육군 병장으로 무사히 전역했다고.


아, 갑자기 현기증이...

잠시 쉬었다 할까요?


아~아니!!! 군대 다녀왔다고 그 애가 턱 하니 남자로 보여요? 자연스럽게 막? 네??


그 남자,

처음 그녀를 봤던 게 제가 열한 살 때였습니다. 

물론 그때는 무척이나 어렸죠.

근데 저는 그녀도 어렸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십 대였고, 그녀도 십 대였고.

지금은 제가 스물셋이고, 그녀가 서른 살이고.

앞자리가 달라졌다 해서 그녀가 저보다 어른이 된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나이 일곱 살이 뭐 대수라고.

남녀 사이에 나이가 장애물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절대로.


그 여자,

저는 저 먹고살기도 힘든 사람입니다.

이십 대 때는 마냥 서른이 되면 어느 정도 다 가지고 있을 줄 알았어요.

직업에 대한 커리어, 적당히 모은 재산 그리고 결혼할 남자까지.

삼십 대가 되면 고생 끝에 쏟아져 오는 행복만 누리면 된다고 생각했는 데...

그러긴커녕 제 앞 길도 여전히 제대로 갖추지도 못하고 있다고요.

남자는커녕, 직장에서 제 입지도 다지질 못했어요.

그런데도 다들 저한테 언제 시집을 가니 마니, 남자가 있니 없니, 선자리가 들어오니 않오니 하고 계시고

친구들은 하나, 둘 씩 결혼해서 애까지 낳고 살고 있는 데!

제가 스물셋 남자애를 만난다고요?

상상해보셨어요?

그들 앞에서 스물셋 남자애 손을 잡고 들어오는 모습?


저요,

어디 가서 석고대죄까지 하고 살고 싶지 않아요, 정말...


그 남자,

처음 그녀를 보자마자 저 여자는 내 여자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잖아요?

그녀가 처음 저희 집으로 온 게 저희 누나 때문이었거든요.

부모님 이혼 때문에 방황하고 떠돌던 누나가 학교도 가지 않고 그러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엄마는 저희 누나랑 저를 붙잡고 다 같이 죽니 사니 하면서도

악착같이 저희 둘을 먹여 살리려고 노력하셨어요. 

그때 그 처절한 상황을 열 한살이라고 저인들 다 몰랐겠어요?

어디서 뭘 하는 지도 모르지만 밤만 되면 나가는 누나랑

밤, 낮 삼교대로 일을 하러 나가시는 엄마...

밤만 되면 저는 혼자였던 나날들이 더 많았었어요. 

매일 암흑 속에서 울고는 했었죠.


그런데 그녀가 어느 순간 제 눈 앞에 나타나더니

누나가 집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학교를 다니기까지 해요.

엄마를 속 썩이는 대신 집안일을 도와가며 저를 돌봐줘요.


어린 나이에 그녀가 어떻게 보였겠어요?

천사였고, 여신이었고 저의 모든 것이었죠.


저희 누나 때문에 집도 자주 놀러 오곤 했었어요.

물론 말도 지금처럼 거칠고 힘도 셌었지만

제 눈에는 그저 천생 여자였다 고요.


그 여자,

걔가 그래요? 그래서 저를 여자로 본거라고?

흠.

그땐 친하던 친구가 학교를 오질 않으니까

어떻게든 붙잡고 포기하지 않으려다 보니 그랬던 거죠.

무엇보다도 난 내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근데 그 녀석이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대요?

별로 썩 좋은 기억이 아니어서 

기억하지 않았음 했었는 데.


봐요, 

이렇게 말하는 것만 봐도 답이 나오잖아요.

그 녀석이 저한테 그런 존재예요.

그 녀석 누나처럼

나는 그저 그 녀석이 꽃길만 밞았으면 좋겠고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가족 같은 마음이지

남녀 간의 사랑은 아니잖아요, 확실히


그 남자,

다른 또래 친구들 만나는 거 보면 부럽죠.

연애하는 그들이, 사랑하는 그들이 무척이나 부러워요.

그래서 저도 그녀와 하루빨리 연애를 해서 꽁냥 거리고 싶어요.


미래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늘 그녀가 저에게 말을 하는 데

나름 저도 제 인생에 대한 계획이 확실하답니다.

저도 남자고 그녀의 가장의 되어야 할 사람인데

생각 안 해봤겠어요?

그녀가 걱정하는 것보다도 

저는 지금 현재의 그녀의 마음을 그녀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왜 오지도 않는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후회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저는 그녀가 좋고

그녀도 분명 저를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데...


그 여자,

현실과 이상의 갭은 무척이나 크죠.

그걸 알고 현실을 마주하기까지가 이렇게나 오래 걸렸어요.

경제적인 남자도 만나고

안정적인 직장도 가지고

그렇게 부모님 용돈도 드리고

비행기도 가끔 타고


그렇게 살고 싶은 데 

지금 그렇게 되질 못하니까

하나씩 이루어 나가기도 바쁘네요, 현실이...


그러니 그 녀석은 안돼요. 절대.

인터뷰 여기까지 할게요. 감사했습니다.





"인터뷰 여기까지 할게요. 감사했습니다."


"그녀도 분명 저를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데... 어? 미선아? 인터뷰 끝나.."


"딸랑~"


"아씨, 저 인터뷰 다 끝났죠? 여기까지만 할게요! 야, 정미선!!"


"딸랑~"


"아까부터 너 불렀잖아! 뒤도 안 돌아보고 막가 왜! 어...? 너 울어?"


"..."


"왜 우는 데, 뭐 때문에 우는 데. 내가 여기 너 억지로 데려와서 그래?"


".. 잡지 마."


"뭐라고?"


"손 잡지 말라고, "


"왜 그래, 또 너.."


"너라고 부르지도 마. 손도 좀 계속 잡지 마, 진짜로... 그만 하자 정말. 응?"


"야!! 정미선!!! 야!!! 아, 뭘 그만해 자꾸!!!"




히죽히죽 G

알콩달콩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 데... 잉? 왜 이렇게 되는 거죠?

그만하지 마아~!! 너희들 어차피 해피엔딩이란 말이다!!!



사진출처: 히죽히죽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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