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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는 참 예쁘구나 Jun 06. 2016

찌질=용기

나를 위한 최선

그 여자,

밤새도록 그 남자 집 앞에서 왜 기다렸냐고요?

보고 싶었으니까요.

만나주질 않으니까요.

간절했으니까요.


이유가 없었어요.

'여자인데?'라는 말이 어디 있어요.

그럴 정신조차 없었는데..

누구보다도 그 사람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자꾸 나쁜 생각만 들었어요.

그 사람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요.

나는 그 사람이 내 곁에 없는 걸 상상해 본 적도 없는데..


친구들이 저보고 그래요.

네가 아쉬울게 뭐냐고,

여자로서 자존심도 없냐고..

 

맞아요.

그깟 자존심, 그 사람 때문에 하나둘씩 포기하다 보니

죄다 내려놓았어요.

그것보다 중요한 게 그 사람이었으니까..


그 남자,

한 두 번 그녀가 힘들어할 때마다 저한테 기대었던 거..

괜찮았어요. 좋아했으니까,

한 두 번 토라지거나 맘에 들지 않은 행동을 지적하는 거..

괜찮았어요. 정말 좋아했으니까,

근데요...

잠시 동안이라도 제 시간을,

저 혼자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친구를 만나도,

집안에만 있어도,

일을 하더라도,

어디냐 묻는 그녀의 연락에 이제는 제가 너무 지쳐 버렸어요.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말했어요.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고.


그 여자,

전화를 걸었어요.

받질 않아요.

문자를 남겼어요. 

분명 읽었는 데 답장이 없어요.

무서운 생각까지 들게 됐어요.

마지막 연락과 그의 뒷모습을 자꾸 되짚어 보면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했어요.

말 한마디, 행동 한 가지...

그의 표정, 시선, 행동 그 모든 걸 반복해 떠올렸죠.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해야지.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지? 

연락은 왜 안 되는 거야. 불안하게..

헤어지자 하면 어떡하지,

보고 싶다 자꾸 전화한 게 화근인 건가?

같이 있고 싶어서 칭얼된 게 잘못된 건가?

그만하자 하면 어떡하지..?'


기승전결 속 결말은 항상 헤어지게 되는 상상이었어요.

슬퍼서 눈물도 나고,

불안해서 잠도 안 오고,

그래서 그의 집으로 찾아가서 그를 다짜고짜 기다렸어요.

새벽 2시쯤이었나...

멀리서 그가 보이더니 저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어요.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하더군요.

시간을 좀 가지자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인 거냐고. 

물어봐도 답이 없었어요.

한 동안 제 얼굴조차 잘 못 쳐다보더니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만 하고는

그냥 집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그 사람.


참 나빴는 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 사람이 너무 미웠는 데

날 밀어낸 그 손이 야속하기만 했는데, 근데

다신 볼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가장 아려왔어요.

그래서 그 상황이 그저 막막하기만 하더라고요.


그 남자,

헤어질까? 생각했었죠.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녀가 저를 보고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녀를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


사실을 말하자면

그녀가 회사에서 회식을 한 후에 저한테 전화를 한 적이 있었어요.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잘 달래서 집으로 들어가라고 말을 하니까

계속 보고 싶대요.

근데 그녀의 말이 시끄럽게만 들려왔어요.

설레지도 기쁘지도 않았어요.


당시 반복되는 야근 때문에 지쳐있을 때였어요.

미리 사정을 이야기했음에도

그녀는 제가 아니니까 잘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아니, 그냥 저는 저만으로도 너무 벅찼던 거예요.

그녀를 볼 여력이 없을 정도로..


그 여자,

기다리는 방법뿐이라는 것도 알고,

그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머리로는 이해가 잘되었는데

마음이 그렇지를 못했어요.

답답하게만 느껴졌었죠.

그래서 참지 못하고 연락을 몇 번 했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안부나 제가 현재 느끼는 감정, 마음 그런 것들을 전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랬으니까.

매번 답장이 오거나 전화를 받지는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이 저는 계속 이렇게 연락을 시도해 볼 것 같아요.

마음이 자꾸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그게 제 간절함이니까.

기다리면서도 

무언가를 해야 할 거 같으니까


그 남자,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

친구랑 술 한 잔 하게 되었어요.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해봤죠.

내가 내 상황에 너무 지쳐서

그녀를 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행복하게 해줄 자신도 없고

그녀를 봐도 웃을 수가 없다고.


친구 녀석 

말없이 술 한잔 따라주더라고요.

같이 몇 시간을 그렇게 말없이 술을 주고받았어요.

서로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을 때쯤

그 녀석이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녀가 보고 싶지 않냐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동안 무척이나 보고 싶었거든요.

사실 그녀에게 기대어 다 말하고 싶었어요.

일 때문에, 여유가 없는 것 때문에

그녀를 만나면서 참아지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벅차고 힘들고 지친다고.

근데 말 못 하였어요.

그녀에게는 큰 사람처럼 보이고픈 자존심 때문에.


친구 녀석

울고 있는 저에게

술 한잔 따라주면서

꼭 사과하라고 하더라고요.

마음속에 있는 네 자존심 때문에 

그녀를 잃지 말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녀에게 사과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러면서 제 지금 마음도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로 다짐했죠.

사랑하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히죽히죽 G

함께 하는 거...

그게 사랑이죠.


오래 고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답은 항상 마음속에 있는 거 아니까.

괴로운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사랑이 후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과거의 실수가 되고 싶지 않다면 용기를 가지세요. 

당신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게 참 멋진 거예요. :)


사진출처: 히죽히죽 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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