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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Oct 09. 2016

다시 읽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당신이라는 책을 펼치고 나는 읽는다.

- 훌리아 습작시 -


2015년 12월에 읽은 책이다. 아직도 그 여운이 남아있기에 이렇게 떠오르는지도 모르겠다. 로맹 가리 작가를 내 운명의 작가로 생각하고 있다. 제2의 독서 입문이기도 하다.  긴 시간 동안 로맹 가리의 책을 이어서 읽었다. 좋아하는 책들이 있지만 이 계절에 이 순간에 가장 떠오르는 책이라면 바로 이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로맹 가리와 진 새버그를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러브 스토리는 유명하기도 하다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 잊혀졌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마구잡이 떠올라서 마음으로부터 분주해진다. 먼저 단편을 읽기 너무 어려웠었다. 특히나 로맹 가리의 단편은 진입이 어려웠다. 한 번은 되돌아갔고 다른 책들을 다 읽고 나서야 드디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새들은 모두 어디서 오는 건가요?


작중 화자는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해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마흔일곱인 남자다.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스의 레지스탕에서, 쿠바에서 전투를 치른 다음, 모든 것이 종말을 고하는 안데스 산맥 발치의 페루 해변으로 몸을 피한다. 꼭 여기가 영혼을 반환하러 간다는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라도 된 듯이... 자크 레니에는 죽어 있는 새들을 바라보았다. 새들은 언제나 밤에 죽어갔다. 그는 너무나도 많은 새들이 그 모래언덕으로 와서 숨을 거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새들은 진짜 비상을 위해 이곳으로 왔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제목이 너무도 슬펐다. 왜 저 새들은 이 곳에 와서 죽음을 맞이하나 그 생각이 오래도록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작중화자로 등장하는 카페주인이 47세 자크 레니에가 꼭 로맹 가리 자신 같았다. 그도 외면하고픈 현실 속에 있었던건 아니었을까.  




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



죽은 새들로 뒤덮인 이 후미진 해변에서 이 여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얼굴은 어린아이를 연상시켰고, 화려한 치장 속에 웅크리고 있다. 파도가 부서지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녀를 구했지만 그녀는 죽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흐느꼈다. 어떤 연약함, 어떤 무구함이 그녀에게 서려 있었다.



진 세버그는 그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는데 그녀는 스타였고 지고 있는 별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악순환이었고, 그건 누구의 잘못이라고 하기엔... 두 사람 다 연약한 부분(약점)이 있었다. 자크 레니에가 만난 한 여인, 그 여인의 남편 로저의 등장, 그 로저 마저도 로맹 가리의 분신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진짜 마음과 현실 속의 모습은 전혀 다른 그런 것이었다.


그는 희망이라는 미끼를 물고 싶어 했다. 황혼의 순간 문득 다가와 모든 것을 환하게 밝혀줄 그런 행복의 가능성을 은근히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밀어붙인 환상의 힘을 애써 감추려 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런 자신이 절망적으로 느껴졌지만 한번 더 마지막 남은 환상의 조각들을 빼앗기지 않는 법을 배우려 했다.



먼 바다에서 다가오는 강렬하기 짝이 없는 고독의 아홉 번째 파도에.
그 누구도 극복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유혹이 있다면
그것은 희망의 유혹일 것이다.



모두 알아버린 나이, 고매한 명분이든 여자든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나이에 불감증인 아내를 치료하려는 로저는 누구일까? 세상의 끝에 자신과 더불어 머물게 함으로써, 작은 새 한 마리를 보호하려는 자크 레니에는 누구인가? 곧 쉰 살이 될 남자로서 현실의 자신의 모습과 이상의 자신의 모습이 뒤섞인 듯 보였다. 죽어 있는 저 수천 마리의 새들의 무덤은 누구의 무덤인가? 하늘가에 있는 다른 사람들 누구인가? 차갑고 헐벗은 바위뿐인 조분석-바닷새의 배설물이 바위 위에 쌓여 굳어진 덩어리-섬을 떠나온 것은 누구인가? 세상의 끝... 부드럽고 따뜻한 모래가 있는 이곳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새는 당신이다....



가을이 되면 다시 로맹 가리를 떠올린다 아니 이 작품을 떠올린다. 단 한 권의 책만이라도 제대로 읽고 싶은 마음뿐이게 된다. 세상의 책이 얼마나 많고 다 읽을 수 조차 없는데도 이런 욕심이나마 부려본다. 지난 책도 다시 되돌아 보고 음미하고 싶다. 아직 문학의 세계에 소설의 세계에 막 진입하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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