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들은 모두 어디서 오는 건가요?
작중 화자는 페루 수도 리마에서 십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해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마흔일곱인 남자다.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스의 레지스탕에서, 쿠바에서 전투를 치른 다음, 모든 것이 종말을 고하는 안데스 산맥 발치의 페루 해변으로 몸을 피한다. 꼭 여기가 영혼을 반환하러 간다는 인도의 성지 바라나시라도 된 듯이... 자크 레니에는 죽어 있는 새들을 바라보았다. 새들은 언제나 밤에 죽어갔다. 그는 너무나도 많은 새들이 그 모래언덕으로 와서 숨을 거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새들은 진짜 비상을 위해 이곳으로 왔다...
죽은 새들로 뒤덮인 이 후미진 해변에서 이 여자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얼굴은 어린아이를 연상시켰고, 화려한 치장 속에 웅크리고 있다. 파도가 부서지는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그녀를 구했지만 그녀는 죽지 못한 것을 후회했고 흐느꼈다. 어떤 연약함, 어떤 무구함이 그녀에게 서려 있었다.
그는 희망이라는 미끼를 물고 싶어 했다. 황혼의 순간 문득 다가와 모든 것을 환하게 밝혀줄 그런 행복의 가능성을 은근히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를 밀어붙인 환상의 힘을 애써 감추려 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그런 자신이 절망적으로 느껴졌지만 한번 더 마지막 남은 환상의 조각들을 빼앗기지 않는 법을 배우려 했다.
먼 바다에서 다가오는 강렬하기 짝이 없는 고독의 아홉 번째 파도에.
그 누구도 극복할 수 없는 단 한 가지 유혹이 있다면
그것은 희망의 유혹일 것이다.
모두 알아버린 나이, 고매한 명분이든 여자든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나이에 불감증인 아내를 치료하려는 로저는 누구일까? 세상의 끝에 자신과 더불어 머물게 함으로써, 작은 새 한 마리를 보호하려는 자크 레니에는 누구인가? 곧 쉰 살이 될 남자로서 현실의 자신의 모습과 이상의 자신의 모습이 뒤섞인 듯 보였다. 죽어 있는 저 수천 마리의 새들의 무덤은 누구의 무덤인가? 하늘가에 있는 다른 사람들 누구인가? 차갑고 헐벗은 바위뿐인 조분석-바닷새의 배설물이 바위 위에 쌓여 굳어진 덩어리-섬을 떠나온 것은 누구인가? 세상의 끝... 부드럽고 따뜻한 모래가 있는 이곳을 향해 곧장 날아오는 새는 당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