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서 내렸을 때 제일 맛있는 감자조림
오늘은 금요일, 그러니까 원래 엄마가 오(늘은)이(걸)먹(어보면)어(떨까) 편지를 띄우는 날보다 하루 늦은 날이지. 엄마는 원래 이렇게 웃긴 말줄임 제목을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 날 문득 첫 글자만 따서 보니까 오이먹어가 되는 걸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오이… 그래, 오이는 다음에 무쳐먹든 버무려먹든 하기로 하고 오늘은 하루 밀렸지만 다른 반찬을 만들자.
어젠 모처럼 서울을 다녀왔지. 진이를 데리고 외할머니랑 함께. 선이는 아 나도 그런 거 좋아하는 거 알면서 왜 나는 안 데려가는데!라고 절규를 했지만 어쩌겠니… 목요일에 제일 수업이 빡센 대학생아, 고등학생 동생이 유일하게 시간이 날 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엄마의 입장이란 걸 이해해 주렴… (안 하면 어쩌겠어? 아하하)
오늘은 뭘 가르쳐줄 건가 하면, 별거 아닌데 해보려고 하면 잘 안 되는 반찬이지.
식당에 가면 흔히 만나볼 수 있는 반찬이지만 이거 의외로 만들기 힘들어하더라고. 살짝 살캉하게 조릴 수도 있고 부드럽게 푹 익힐 수도 있고, 그런데 뭐랄까 살짝 쫀득한 맛이 입안을 휘감는 바로 그 감자조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줄게.
감자 두 개 정도로 해보자.
일단 껍질을 잘 벗긴 다음 반으로 갈라. 그런 다음 그 모양 그대로 놓고 1.5센티미터 정도의 두께로 착착 썰어나가는 거지. 남은 감자도 그렇게 하면, 1/4 크기로 썰린 감자가 도마 위에 예쁘게 준비되겠지.
그걸 볼에 옮겨 담고 물엿을 부어줘. 얼마나 붓느냐고 또 묻겠지? 감자 한 조각 한 조각 빠짐없이 물엿 옷을 입어서 치덕거릴 정도면 돼. 그리고 15분 정도 그렇게 물엿 속에서 자게 내버려 둬.
그런 다음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너무 많이 두르면 NG~) 물엿에 담갔던 감자를 넣고 볶아주면 돼. 아마도 물엿에 절여놓았던 감자에서 물이 제법 나왔을 텐데 그거 모조리 같이 부어 넣어주고.
물엿을 부어놓는 이유는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서 감자 내부의 수분을 빼내기 위해서야. 단맛을 미리 들여놓기 위해? 아니야. 물엿은 의외로 그렇게 달지 않아. 그러니까 조청에 절여둬야지… 이러면 안 돼. 진짜 아니야. 알겠지, 이건 반드시 물엿으로 해줘야 돼. 그러니까 쫀득한 맛의 감자조림을 만드는 비결은 사실 이게 절반 이상이야.
약불에 놓는 이유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센 불에 두면 순식간에 타버려. 익지도 않고, 겉은 짙은 갈색으로 변한 감자조림… 그것도 감당하기 쉽지 않지. 약불에 두고, 감자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밥숟가락으로 두 스푼 정도로 시작할까. 참기름 한 스푼 하고.
물엿과 수분이 있기 때문에 불 크기만 올리지 않으면 감자가 그렇게 두껍지 않아서 충분히 익을 수 있어. 다만 부지런히 섞어주긴 해야 돼. 그렇게 볶아주면서 지켜보면 감자 가장자리가 이상하게 반투명해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익어가는 건데 그렇게 반투명하게 보이는 것 같다가 또 완전히 제 색이 나기 시작할 때, 눈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테니 젓가락이나 뭐 다른 끝이 뾰족한 도구가 있으면 살짝 찔러봐도 좋아.
눈으로 판단할 수 없을 때는 그게 익기의 정도를 판별할 때 가장 유용한 도구니까. 아마 지금쯤이면 물기 흥건했던 양념도 묽은 캐러멜처럼 끈끈하고 반짝반짝 윤기가 날 거야. 감자가 충분히 익었다는 판단이 되면 불 세기를 올려줘서 20초 정도로 마무리를 해줘. 그럼 진짜 반짝반짝, 쫀득쫀득한 맛의 감자조림을 맛볼 수 있을 테니까.
요 반찬은 진짜 아무 데나 다 잘 어울리고 만들기도 쉬운데 맛도 있어서 꼭 손에 익혀놓으면 좋겠어. 참, 혹시 만약 남잖아? 그러면 냉장고에 넣지 마. 절대로. 못 먹을 음식이 되니까.
그러지 말고, 작은 팬에 덜어 두었다가 다음 끼니에 먹기 전에 빠르게 한 번 더 볶아주면 방금 한 것 같이 먹을 수 있어. 엄마는 이 반찬 싫어하는 사람 거의 못 봤어. 아, 딱 한 사람 빼고. 구황작물을 끔찍해하는 너희 아빠.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