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과 친숙함을 오가는 음식들

스웨덴식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미트볼

by 담화

먹는다는 건 뭘까?


어떤 사람은 살기 위해 먹지. 요즘은 대부분이 이쪽에 속하지 않을까 싶어. 드물게 먹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겠지. 살기 위해 먹는다는 건 바로 이해가 가는데, 먹기 위해 사는 삶이란 어쩐지 조금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해. 얼마나 사는 게 여유가 있으면 먹기 위해서 산다는 말을 다 할 수 있을까, 조금은 질투 섞인 마음이 드는 것도 부정하긴 힘들고. 그렇지만 말야, 만약 곧바로 부러움과 질시가 치밀어 오른다면, 잠깐만 그 마음을 눌러두고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오늘은 뭘 먹으면 좋을까? 추천해 주고 싶은 메뉴 있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는 거지만, 행복은 주로 저층에서 살아. 눈높이가 높지 않은 곳에 행복이 넝쿨째 굴러다니기 때문에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이 잘 안 보여. 정류장에 들어서자마자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데. 우연히 발 들인 카페의 커피가 맛있으면 그것만 한 행운이 또 없고. 겹이 없고 결이 없는 곳을 보면 어디에나 있더라, 모두가 목이 빠져라 찾는 그 행복이.


엄마는 오늘 아침 조금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차려둔 밥상이 식어버렸는데도, 행복하게 식탁에 앉아 대뜸 차가워진 등갈비를 입에 물고 뜯는 준이의 헤벌쭉한 얼굴에서 행복을 봤어.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 엄마도 기분이 좋아지더라. 키가 유난히 작아서 고민인 준이 덕분에, 하루에 꼭 한 끼는 동물성 단백질 음식이 있어야만 엄마의 정신적 평안을 보장해 주는 아빠 덕분에(잠시 이악물 타임) 엄마는 본의 아니게 이런저런 육류 요리를 많이 하게 되었지 싶어.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호불호가 적은 게 바로 미트볼이 아닐까. 사실 미트볼은 굉장히 조리법의 스펙트럼이 넓어. 기본적으로 다진 고기를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비율, 그리고 첨가하는 빵가루나 밀가루, 전분 등의 가루류에 따라 식감을 다르게 바꿀 수 있지. 어떤 허브를 넣느냐에 따라서 국적을 다르게도 할 수 있어. 그뿐일까, 어떤 소스에 담가 졸이느냐에 따라 온갖 이름이 다 붙지. 국적만 달라지나, 심지어 지역색까지 달라진다니까.

그중에서 비교적 이국적인 버전으로 가볼까, 오늘은.


혹시, 너희가 어릴 때 엄마가 종종 읽어줬던 책 중에서 ‘지붕 위의 카알손’ 기억나니?

허리에 프로펠러를 달고 다니는 이상한 아이 있잖아. 삐삐 롱스타킹 이야기를 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쓴, 만만찮게 우습고 재미있는 카알손. 사실 엄마는 카알손 이야기를 많이 잊어버렸지만 단 하나만큼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그건 바로 카알손이 ‘고기 완자’에 사족을 못 썼다는 거야.

린드그렌의 국적을 생각해 볼 때, 그 고기 완자는 아마도 스웨덴식 미트볼 요리인 셰트불레(pl. 셰트불라르) 일 가능성이 커. 이케아 매장에서 파는 그 미트볼이 바로 셰트불레지.


셰트불레는 다른 미트볼 요리와는 달리 특이하게 링곤베리 잼을 곁들여 먹곤 하는데, 사실 그건 우리 입맛에는 조금 난처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 무엇보다 과일 잼을 식사용 요리에 곁들인다는 게 한식의 정서에는 약간 미스매치로 느껴지기도 하고.

아무튼 미트볼을 매쉬드 포테이토에 곁들이는… 아니, 순서가 반대인가. 아무튼 이건 거의 나라를 불문하고 살짝 암묵적인 룰인 것처럼 생각되는 걸 보면 감자와 미트볼의 상성이 정말로 훌륭하다는 거겠지. 그러니까 미트볼 반죽을 넉넉히 만들어서 냉동해 뒀다가 찐 감자로 부드럽게 매쉬드 포테이토를 만들어서(이것도 곧 가르쳐 줄게) 곁들여도 되고, 밥 위에 올려 부숴 먹어도 되고… 여하간 전천후로 요긴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별 건 안 들어가.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비율은 입맛대로 해도 돼. 물론 두 종류 다 간 것으로 해야 돼. 돼지고기는 꼭 넣어주면 좋겠어.

왜냐하면 돼지고기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은 식감에서 꽤 차이가 많이 나거든.

그리고 빵가루도 꼭 넣어줘. 빵가루는 너무 많이 넣지는 않아도 돼. 여기에 소금 후추로 살짝 밑간을 해주면 좋지.

양파 다진 것, 마늘 다진 것. 요 정도만 넣어도 충분한데, 스웨덴식 미트볼로 만들고 싶으면 올스파이스와 넛맥이라는 가루를 아주 조금씩 넣어줘야 돼.

근데 향신료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면 올스파이스는 굳이 권하진 않을게. 어쨌든, 그런 재료가 들어간다는 걸 알고 있으면 여러모로 좋을 거야. 상식이란 건 풍부하면 할수록 좋은 거니까.

계란도 하나 깨어 넣고 반죽을 하다 보면 고기가 약간 뭐랄까, 나풀나풀한 실 같은 게 반죽 사이에 보일락 말락 하거든? 그럼 조금 더 몇 분 열심히 반죽해 줘. 그러고 나서 지름 3cm에서 4cm 정도 크기로 빚어주자. 이건 원하는 대로 해도 되지만 너무 크지 않게 하면 좋겠어.

왜냐하면 동그란 반죽을 잘 익히는 건 처음에는 좀 기술이 필요해서. 적당한 크기로 빚는데, 꼭 동그랗게 하지 않아도 돼.

살짝 눌러서 약간 납작한 디스크 형태로 빚는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 다시, 대세에 지장 없다, 오케이?


반죽 준비가 다 됐으면, 이젠 식용유를 둘러서 데워 놓은 팬에다 넣고 살살살 굴려가며 익히는 거지. 이게 너무 어렵다 싶으면 아주 얇게 기름만 입혀서 에어프라이어에다 구워내도 돼. 그렇게 구워놓은 미트볼은 정 귀찮으면 케첩 찍어 먹어도 되고, 약간 한식 밥반찬으로 하고 싶으면 간장, 참기름 조청 약간 그리고 물도 아주 조금 넣은 양념에 졸여도 맛있어.


엄마가 애초에 셰트불레로 시작을 했으니까 그렇게 먹으려면 역시 매쉬드 포테이토와 링곤베리 잼이 있어야 할 텐데, 아마 링곤베리 잼을 지금은 한국에서 구하기가 그렇지 어렵지 않은 걸로 알아. 엄마는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 보는 것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험적으로 좋다고 생각하니까 한 번쯤은 맛봤으면 좋겠어…라고 쓰다가, 지금 생각났다. 엄마가 그렇게 해줬을 때 너희가 잘 안 먹었던 거.

그럼 한 번은 경험해 봤으니까 두 번은 안 하겠다며 넘어가도 안될 건 없지. 뭐 어때, 괜찮아. 어쨌든 오늘은 좀 색다른 걸 가르쳐 줬는데 해보려나. 꼭 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또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를 늘려가는 거지. 그거 제법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지 않니?


그럼 오늘도 맛있는 밥 먹길 바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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