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어릴 때부터 PC 하나를 가지고 온 가족이 사용했다. 정작 10대 때는 잘 몰랐는데 나도 동생도 20대가 되고 난 후에 동생이 이런저런 것을 다운로드 해서 보고 있다는 흔적을 종종 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고 방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바지를 반쯤 내리고 앉아 컴퓨터를 하고 있던 동생이 내 인기척에 놀라며 팬티와 바지를 황급히 올려 입는 모습을 보게 됐다.
‘하아…, 이런 건 진짜 안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넘기려 애썼다.
그 뒤로 몇 달이 흐르고, 동생과 장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던 날이었다. 동생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
“누나는 얼굴은 별론데, 몸매는 봐줄만해.”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튀어나올 상황도 아니었고, 피가 섞인 동생이 내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 당황해서 나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지만, 불안감은 조금씩 더 커졌던 것 같다.
아빠와 남동생, 그리고 나. 엄마의 빈자리를 느끼며 점점 가족이 아니라 남자 둘과 살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불안감이 이미 자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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