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돈 벌러 안 가?

by gruwriting


- 10년간, 난 왜 10년 뒤의 나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예전에야 친구집에 가면 당연히 친구의 부모님들이 계셨고 부모님의 시야에서 얌전하게 놀다가 집으로 오곤 했습니다. 그게 당연한 줄로만 알았지만 IMF를 겪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친 가정이 늘었고 집에만 있던 엄마들이 돈벌이를 하기 위해 취업을 해야 했습니다. 가정을 유지하려면 맞벌이가 점점 늘어나던 시절이지만 저는 집에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린 터에 맡기고 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이상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어딘가에 아이들을 맡기고 일을 하기는 싫었습니다.





애초 10년 간 - 1호가 10살이 될 때까지는 일을 하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어느덧 그 기한이 다가오고 있었고, 아이들이 학교를 들어가면서 서서히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여전히 마음 한편은 불안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을 일하지 않았던 터에 현실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재택이다, 프리랜서다, 일하는 방법이 조금 다양해졌지만 그 당시엔 무조건 고정적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 일이고 집 주변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더더욱 쉽지 않았습니다.






엄마들의 일자리는 어디 있을까



학교에서 아이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오면 간식을 먹이고 한두 시간 놀고 갑니다. 다른 집에서도 비슷하려니 생각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오는 횟수가 줄어들고 그동안 아이들은 쑥 자라 있었습니다. 2호가 학교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느닷없는 소릴 합니다.


다른 친구들 엄마는 돈 벌러 가는데 왜 엄마는 돈 벌러 안 가?

왜? 엄마가 돈 벌러 가면 좋겠어? 그럼 니가 집에 오면 엄마가 없을 텐데?

.... 아니, 다른 친구집에는 엄마가 없어.


갑자기 멍~ 해지면서 더 이상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는지,.. 친구들이 오면 내가 같이 있는 것이 싫었나? 아니면 단순한 궁금증이었을까? 내가 집에서 놀면 안 되는 것이었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가면 되지... 라며 간신히 웃어넘깁니다.



그랬습니다. IMF 이후로 맞벌이 부부들이 급격히 늘어나던 때였습니다. 친구들 집에 가면 아무도 없고 엄마들이 차려놓은 먹을 것들을 찾아 먹거나 쥐어준 용돈으로 사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으며 놀았던 겁니다. 그런데 우리 집엔 항상 아이들이 오면 엄마가 있었으니, 이상했던 겁니다. 엄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난 그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정보를 아무리 뒤져봐도 하던 일을 하기란 불가능했고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습니다.






바닥에서 일하는 사람들, 엄마와 아빠들



학교 때 아르바이트로도 해 본 적 없는(고분고분 말 듣게 생긴 비주얼이 아니라 고용주가 싫어함) 서비스 직종에 도전해 보지만 서비스에 어울리지 않아 채용이 안되고 전문적인 일을 시도하자니 너무 아는 것이 없었고, 세상도 많이 변했고, 새로 배우자니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정보지와 일간지를 매일 보면서도 '섬'이 된 채 남아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10년간 난 왜 10년 뒤의 나를 생각하지 못했을까? 왜 계획을 세우지 못했을까? 2호의 생뚱맞은 질문 하나 가 가져다준 마음속의 파장은 이후 오래 마음속에 남게 됩니다.



우리 사회 많은 힘든 분야에서 나이 든 엄마, 아빠들은 여전히 일합니다. 나이 들어 나중에 직업을 찾은 대부분의 엄마와 아버지들은 생계를 위해서 남들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일합니다. 아무리 육아 휴직 제도(부부가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휴직 후 복직의 불이익은 대개 비슷합니다.)가 있다 해도 자신이 하던 일을 복직 후 아무런 장애 없이 유지하는 사람은 꽤 드뭅니다. 더구나 그 당시엔 아무런 제도 장치가 없던 때라 육아를 위한 휴직은 곧 퇴사였습니다. 경력 단절은 덤, 하지만 나중에 육아를 어느 정도 끝내고 들어선 엄마, 아빠들의 일자리는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일뿐입니다. 살아오면서 겪은 궂은일들에 비할 바 아닌 일이 자신의 생계에 바탕이 됩니다. 직업의 귀천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그 일을 경력이 단절되었거나 나이 든 부모들이 찾아 해야 한다는 것이 한편 기회에서 너무 많이 소외되었다는 생각일 뿐입니다.






이제 막 학교를 들어간 아이가 맹랑하게 물어본 질문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며, 스스로 한정했던 10여 년의 기간 중 남은 1년 반을 '나에게' 집중해서 보내기로 합니다. 무엇을 배워야 할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여러 질문을 해 보지만 막막합니다. 정보 수집을 시작하면서도 한편 아이들을 두고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씩 착잡해집니다. 지금도 수많은 엄마들이 아이들을 키우며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제도적으로 비용이 지원되고 시설이 많아졌다고 엄마들의 불안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위험하지 않게 자랄 수 있는지, 그럴만한 환경은 갖추어져 있는지 자꾸 되짚어보게 됩니다. 보다 광범위하게 세상의 따듯한 관심들이 여전히 유지되어야만 약간의 안심이 될 텐데요. 심리적 안전장치 없이 세상에 다시 뛰어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아직 노출되지 않은 위험까지 감수할만한 그 무엇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용기 그 이상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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