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맛있게 먹어준다면 행복하겠소. 내 시간과 정열을 그대에게 "하며 집안 요리사인 남편이 파슬리를 공중에서 뿌린 것이다.
그냥 하나의 허세 퍼포먼스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고 마지막 ' 요리 마무리'인듯하다.
남편은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요리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고 성가시다. 그래도 맛있게 먹는 식구들을 상상하며 즐겁게 요리를 한다.
음식 하는 것으로도 감정표현도 많이 하는데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여주가 남주에게 하는 말 "라면 먹고 갈래요"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다.
그대와 사귀고 싶다를 품은 그런 말이고
"나 김치 못 담가"는 너랑 끝내고 싶다는 말인듯하다."언제 우리 집에 와 밥 한번 먹자"는 공수표 약속도 너에게 관심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함께 나눈다'라는 의미가 커서 어려운 사람과 밥을 먹으면 앞에 산해 진미가 있어도 얹히고 오이지를 찬물에 밥 말아먹어도 맘에 맞는 사람과 먹으면 맛있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이야 말로 사랑의 결정체 인듯하다."한솥밥 먹자."하고 식구가 된 다음
사랑하는 식구를 위해 손 많이 가는 김치를 담고 끼니 챙기고 아기 이유식을 만들고 자식이 크면 수험생 새벽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고 매일 중복되는 일도 다 상대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하기도 힘들고 할 수도 없다. 결혼하자는 말은 "내 아를 낳아도 가 아니고 같이 평생밥 해먹자로"로 해석해야 할 듯하다.
또 나의 은밀한 속옷 같은 내 집으로 타인을 식사 초대한다는 것은 아주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행위라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초대하기 전 무작정 남의 집을 쳐들어가는 것은 무례이다. 속옷이 언제나 깨끗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자식이든 부모든 독립된 공간은 존중해야 할 듯하다.
다시 요리하는 것으로 돌아와서 음식 만들 때 엣지를 주면 훨씬 요리가 산다.
가령 라면에 다시마나 냉장고에 남아도는 당근 같은 걸 넣으면 인스턴트의 맛을 순화시킬 수가 있다.
남편이 하는 요리에는 이런 엣지들이 들어간다. 계란 프라이하고 파슬리를 뿌리는 일은 가장 기본적인 일인 셈이다.
하루는 남편이 소파에서 자고 있는데 저녁 늦게 밖에서 들어온 아들이"엄마 라면 하나 끓여 주세요"해서 가스에 라면 물을 올려 넣는데 언제 깼는지 눈을 감은체 남편이 잠꼬대하듯 한마디 한다.
"라면 물은 레시피대로 정량을 넣고 다시마를 넣어 계란도 넣고 청양고추도 썰어 넣어 봐"하며 지시를 내린다.
나는 좀 짜증이 나서 "그러려면 그대가 끓이시던지"하니 곧 깊은 잠에라도 빠진 듯 코를 곤다."드르렁드르렁"
비빔면을 먹어도 라면 봉지의 그림처럼 삶은 계란과 오이채를 넣으면 훨씬 맛이 산다는 걸 알지만 인스턴트 라면의 장점이 무언가 쉽고 빠르게 먹는 게 아닌가 하여서 아들이 비빔면 끓여 달라하면 그냥 면만 삶아 비비는데 남편은 오이채를 썰고 계란을 먼저 삶는다. 김가루로 마무리를 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 나도 서서히 닮아가고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차림도 이왕이면 여자들이 화장하듯 그릇도 예쁘게 음식도 정갈하게 담으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성 들인 것에 감동을 받는다.
차를 마실 때도 컵받침을 밑에 깐다던가 해서 조금 더 엣지 있는 것들이 더 기분을 좋게 한다.
계란 프라이의 파슬리 가루는 사랑의 마법 가루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하며 포크로 계란 노른자를 터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