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손잡아준 진달래

일상의 장미를 찾아서

by 달삣

올봄에 날이 풀려서

남편과 함께 홍제동 개미마을까지 마을버스 타고 가서 인왕산을 단거리로 오르기로 했다.


오랜만에 등산을 하니 다리에 힘이 풀리기도 하고 숨이 찼지만 쉬면서 천천히 올랐다. 인왕산 허리쯤 되는 곳이 보이면 내려갈 심산이었다.


그런데 내려가려는 곳이 나무계단 공사 중이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 아예 정상까지 갈판이 되어버렸다.


어떤 흰옷 입은 여자도 내려가는 길 공사 중인 표지판 앞에서 한참 서있다가 우리 앞을 지나간다.


남편과 나는 그녀를 따라가기로 했다."이쪽으로 가면 길이 있나 봐"


봄이 시작되는 산은 연분홍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있고 새싹품은 나무들이 메마름을 벗기 시작했다.


조금 가다가 바위에서 V 자 손 사진도 찍고 진달래 구경하다가 앞서가던 여자의 발자취를 놓쳤다.


"여긴 길이 없는데"했으나 그 여자도 내려갔으니 한번 가보자 하고 내리막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때 되돌아 나왔어야 하는데 예전에 호랑이가 살았다던 인왕산을 우습게 봤다.


나무뿌리를 잡으며 계속해서 내려갔는데 절벽처럼 가파르게 꺾어진 지형이 계속 나왔다. 미끄러진 돌멩이가 아래로 떨어진다.

한참 앞서가던 남편이 되돌아가라고 손짓을 한다."여긴 절벽이야 되돌아가"


'힘들게 내려왔더니 길이 없다고...'


이번에는 올라가는 게 낭패다. 막 피어나는 연분홍 진달래 나뭇가지를 건드릴 수없어서 다른 마른 가지를 잡으니 죽은 나무인지 뿌리가 얕은지 그냥 뽑혀버린다.


하는 수없이 뿌리 튼튼한 여리한 진달래 줄기를 잡으며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진달래는 강해서 내 몸무게를 버텨냈지만 부러지는 나무 가짓소리에 미안한 생각이 엄습했다.


좋아하는 꽃 중의 하나인 진달래는 너무 좋아해서 감히 만지지도 못하고 바라만 봤었는데 이렇게 내가 힘드니 그 진달래 나뭇가지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진달래가 손잡아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 여자는 어디로 내려갔을까 혹시 귀신? 하며 남편과 웃었다. 산에서 실족하는 이유를 알겠다. 드라마에서 보면 실족해서 기억상실증 걸리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도 그런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하며 일부러 여유를 부렸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길이 아닌 곳을 들어서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조금 더 오르니 동네 아파트로 가는 샛길이 나왔다.


앞서가던 여자는 이 동네를 잘 아는 주민이었는지 이쪽으로 내려간 것 같았다.


산을 내려와서 땀을 식히며 생각해보니

정신이 번쩍 나게 혼줄이 나고는 길이 아닌 곳은 탐험가가 아닌 이상 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과 올봄 잊고 있던 진달래의 고마움이었다.


요즘 사실 장미가 예뻐 보이기 시작해서 봄이 왔는데도 일부러 진달래를 찾지 않았었는데

미끄러지는 올라가는 길에 실제로 진달래의 도움을 받으니 고맙고 또 고마웠다.


역시 나에게 진달래는 찐 친구고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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