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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림 Apr 06. 2016

나를 지탱하는 불편함.


"불편한 책을 권하는" 책

얼마 전에 소개로 알게 된 이 작가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한 엄마로서 두 딸을 데리고 귀촌하여 살아가는 분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담은 책인 《없는 것이 많아서 자유로운》을 앉은자리에서 후루룩 넘겨보았는데 이 분이 쓰신 책을 소개하는 책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면 그 책부터 읽어야겠단 생각에 주문했던 책이었다.

세어보니 약 오십여 권의 책을 짧게 소개하고 있다. 그중 다섯 권은 읽은 책이며 세 권은 집에 있는데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

작가가 시대에 저항하기 위해 고른 책들 중 10%가 읽은 책이라니  나도 조금은 저항정신이 있는 독자라는 것이 증명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환경, 생태, 자본주의, 아나키스트, 음식, 저항, 감시, 통제사회 등 18개의 챕터로 나누어 소개한 책들 중 나도 익히 읽고 영향을 받은 피터 싱어 (이 책에서 내가 읽어 본 책을 소개한 것은 아니다.) 가 눈에 들어왔는데, 동물원을 반대하게 된 5년 전부터 조금씩 찾아 읽게 된 책들 중 그의 책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이 있었었다. 실천윤리학의 대가라고 하는데 전에는 그러한 사전 지식 없이 그의 책을 읽은 셈이니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읽어 봄이 좋을 것 같아서 이 책에서 추천한 책 외에도 그의 책 몇 권을 더 장바구니에 담았고, 곧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인상적인 작가가 인도 출신의 아룬다티 로이였다. 우연히도 얼마 전에 그녀의 소설을 읽으려고 구매해두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글을 읽어보니 소설보다도 삶이 대단한 여성이었다. 30대 중반에 부커상을 받으며 (내게 있는 바로 그 책)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인도의 핵무기 개발과 대형 댐 건설에 반대하며 인도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항의 시위에 나갔다가 기소되기도 하였다니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그 용기가 실로 대단하다.

이렇게 온통 정부와 권력, 편안하고 안락한 삶 그리고 맛있고 손쉬운 음식에 반대하는 불편한 작가들과 불편한 책들을 권하는 책인데

어쩌면 나는 이미 충분히 불편한 책들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점점 더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가는지도.

아는 것대로 실천하지 못함에서 오는 괴로움도, 알지 못할 때가 나았다고 생각하는 한탄도 다 내 몫이지만, 그래도 아는 것이 맞다고, 그리고 낫다고 생각한다.

농사짓는 철학가는 첫 책으로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권한다. 물론 그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전 이야기이다.

불편함을 자청하며 불편함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불편한 글들을 읽으며 좀 더 나은 세상을 유지하기를 꿈꾸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정작 이런 것들을 치열하게 공부하여 환경의 훼손을 막고 사람이 덜 죽게 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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