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동네 꽃집에서 딸기화분을 하나 사 왔다.
창피하지만, 본래 살아있는 식물을 참 잘 죽이는 터라 꽃 화분보다는 키우기 쉬운 나무 화분을, 열매 맺는 식물보다는 말린 꽃 따위를 선호하는데
그날따라 집에 가지고 가서 딸기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내가 더 호들갑을 떨며 사 온 딸기화분이다.
애초에 화분에서 딸기를 키운다는 게 좀 우습기는 하지만, 어찌 됐건 아이는 식물에 무심한 나와는 달리 매일 베란다로 나가 딸기 화분에 눈을 맞춰 쪼그리고 앉아 안녕 딸기야. 인사를 건넸고 꽃집 직원의 말을 충실히 따라 3일에 한 번씩 물을 주었으며 해가 드는 곳을 따라 화분을 옮겨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매는 아이의 새끼손톱보다도 작은 크기의 구슬처럼 매달려 성장을 멈추었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그런 구슬이 두 개 세 개가 붙은 모양이어서 원전 사고 이후 베리류를 가려 먹고 있는 나로서는 영 찝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꼬투리를 잡아 없애려는 내 마음이 영향을 미쳤을까, 아이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딸기에는 벌레까지 생겨버렸다.
미세먼지 있다고 환기도 최소한으로 자제한 베란다에서 축축하게 있어서 그런 건지, 내 못된 마음 때문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벌레까지 생긴 딸기화분은 내 신경을 계속 건드렸고 급기야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작은 벌레 때문에 화분을 내쫓는 사람.
마이클 폴란에게는 두 개의 정원이 있다.
하나는 상상 속의 정원으로, 글과 생각으로 이루어진 공간이고 또 하나는 7년간 실제로 가꾼 현실 속의 정원이다.
현실의 정원은 당연히 생각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벌레는 창궐하고 토지는 거칠며 뭔가 계획을 세워도 틀어질만한 요소들이 새로이 발견된다.
이 책은 그의 현실 속 정원 이야기로, 어린 시절 부모님도 모르던 작은 텃밭 같은 공간에서 시작되어, 사계절 동안 정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적어나간다.
이 책은 정원 가꾸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지만, (혹시나 기대하는 분 있으실까봐. 정원 사진은 한 장도 실려있지 않다.) 그렇다고 정원을 벗어난 이야기가 담겨있지도 않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정원만을 이야기하고 있지만은 않은, 전문적이면서 동시에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느껴지는 신기한 책이다.
이 책이 이슈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소로우의《월든》에 의해 형성되어있던,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향한 '낭만주의적 시각'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부분은 사실 '잡초와의 전쟁' 부분이다. 큭.
보고 감탄하는 대상이 아닌, 가꾸고 설계하는 대상으로 대하는 "자연 "인 정원의 영역은 잘 알지도 못하고 사실 관심도 많지 않은 터라 지루해서 조금은 힘겹게 읽었다. 나는 위에도 적었듯 벌레 하나에도 화분을 내쫓는 모자란 인간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사실 뭔가 다른 내용을 기대하기도 했다. 가령 아주 손쉽게 자급자족할 수 있는 정원 가꾸기 비법 같은 걸 찾을 수 있길 바랐다고 고백하기는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 그게 사실이어서 또 좀 슬퍼지네... 작가의 수준에 못 미치는 독자라서 슬픈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