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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이아빠 Mar 04. 2024

반도체라는 최신 기술에 무속신앙도 필요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죽은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렇게 거창하게 얘기하고 싶지만 사실 고장 난 기계 고치는 일이다. 반도체와 관련 있으니 몸값이 두 배 정도 상승한다. 반도체라는 게 그렇다. 일반적인 나사 한 개는 백 원 정도 하지만 동일한 나사가 반도체 기계에 쓰이면 가격이 만 원으로 폭등한다. 대단한 물질의 나사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냥 같은 나사임에도 ‘반도체’라는 단어가 붙으면 가격이 상승한다. 엔지니어도 마찬가지로 반도체라는 단어가 붙으면 월급이 2배 상승한다. 막상 하는 일은 대학에서 배운 것이다. 도면 확인, 전선 연결, X-ray 발생 확인, 가스 플로 확인 등 이공계 학과를 졸업했다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만 가지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선배 중 한 명은 원인을 찾지 못해 4일 동안 공장에서 밤새우며 일하다 정신이 나가려고 해서 기계 앞에 넙죽 절을 올렸더니 고장 난 부품을 바로 찾았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도 있다. 21세기 최신 반도체 기술과 토테미즘의 결합이었다. 


다른 한 여름날, 기계에 세 가지 문제가 동시 발생해서 두 가지는 해결했는데 마지막 한 개의 해결책은 정말 못 찾겠는 것이다. 일주일째 밤낮없이 공장과 사무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아무리 뒤져도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7일째 되던 날 너무 피곤해서 사무실에서 잠깐 잠들었는데 꿈에서 고장 난 부분 고무링 사이에 끼어 있는 머리카락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바로 공장으로 뛰어 들어가 설마 하며 확인했는데 실제로 고무링 사이에 실오라기가 끼어 있었고 이것을 제거하자 기계는 정상 작동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오직 해결하지 못하면 집에 못 간다는 생각으로 일하던 나는 그 당시 간절히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힘들 때는 나도 모르게 기도했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 조상님께 기도했고, 뭐 가끔은 그분들의 도움으로 집에 갈 수 있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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