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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이아빠 Mar 08. 2024

파티클(Particle)때문에 회사 못 다니겠어요!

사실 파티클이라는 단어는 보고만 있어도 기운이 빠지며 손이 떨릴 지경이다. 알다시피 반도체는 미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반도체를 만드냐에 따라 얼마나 미세할지 결정하지만, 기본적으로 머리카락 하나를 길이 방향으로 자른 100가닥 중 한 가닥 크기의 먼지를 없애야 한다. 그 먼지가 눈에 보이려나? 절대 안 보인다. 그래서 이 먼지(파티클)를 측정하는 기계도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어디서 묻어오는지도 모른다. 예측해서 파티클 발생 의심 부위를 열심히 닦아낼 뿐이다. 또는 웨이퍼가 움직이는 동안 어느 곳에 부딪히는지, 웨이퍼가 있는 곳에 압력이 갑자기 변하는지 확인한다. 파티클 발생의 원인은 정말로 다양하다. 그러므로 해결하기 힘들고 오래 걸려 주로 밤새우며 찾는다. 웨이퍼가 기계에 들어가기 전 측정을 해서 파티클이 몇 개가 존재하는지 확인한 후 기계에서 작업을 마친 후 다시 측정하여 파티클이 몇 개가 붙어 나왔는지 확인한다. 대략 10개 미만이어야 통과한다. 


입사 첫날 이 파티클 문제로 72시간 꼬박 일했다. (1화 참고 : https://brunch.co.kr/@superdave/17)  부품을 뜯어서 닦고, 다시 달고 측정하여 기다리고, 통과 못 한 것을 확인하면 이 모든 과정을 다시 반복했다. 입사 첫날과는 다르게 숙소로 돌아갈 자동차도 있었지만, 숙소로 돌아가지 못했다. 고참과 나 이렇게 두 명이 돌아가며 이 작업을 반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개수가 통과되기 전까지 아무도 집에 갈 수 없었다. 이곳 일하는 방식이 이렇다. 맘에 들지 않는다면 회사를 떠나야지. 난 첫 회사이며 첫 회사에선 최소 2년 경력을 채워야 한다고 들었는데 아직 2년을 채우지 못했다. 그래서 버티고 일했다. 


파티클이 의심되는 부분을 알코올로 닦기도 하고 과산화수소로 닦기도 한다. 연기도 나고 냄새도 나고 그렇다. 하염없이 닦다 보면 문득 폐에 문제가 생기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월급은 받아야 하는데 노동법 위반은 아니라고 하고 시간 외 수당도 챙겨준다고 해서 그냥 했다. 생각을 많이 하면 더 힘드니 그냥 했다. 


그즈음 반도체 종사자 직원들이 백혈병에 걸려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뉴스에 자주 나왔다. 남 일 같지 않았다. 닦을 때 나오는 연기를 마시면서 일하는데 폐가 뒤집히던 병이 걸리든 할 것 같았다. 내 건강을 깎아내며 돈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그러다 이틀째 우연인지 하늘이 우릴 갸륵히 여기셨는지 테스트 결과가 10개 미만이 나왔다. 통과다. 집에 갈 수 있다. 상부에 보고하고 숙소로 들어가 씻었다. 16시간을 잤다. 그러다 배고파서 깼다. 반도체 엔지니어가 하는 것은 대부분 이런 작업이다. 동기들은 못 견디고 입사 1년 후 차례로 회사를 떠났다. 그땐 몰랐다. 안 떠나고 계속 견디는 내가 이길 줄 알았다. 지금에서 뒤돌아보니 떠난 동기들의 승리였다. 나는 이런 경력을 도대체 무엇 때문에 쌓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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