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같이 살다가 유유히 떠나는 것
최근에 고향에 갔을 때 어머니께서 전자제품 하나를 주셨다. 좋은 성능에 비싸고 박스도 뜯지않은 새제품이었다. 그것은 예전에 나의 구매 의욕을 불러 일으킨 것이었지만 나는 받기를 사양했다. 집에는 꼭 필요한 물건만 두기로 작정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은 거의 다 사는 편이다. 그 돈 주고 왜 그걸 사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일단 뭔가에 꽂히면 질러야했다. 다행히 유행하는 물건에는 관심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그러다 2년 전부터 미니멀 라이프에 심취되었다. 그것은 나의 요상스러운 소유욕과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처분했고 음식도 많이 못 넣게 냉장고도 작은 것으로 바꿨으며 일 년간 손 안 댄 물건은 모조리 내다버렸다. 그런 노력 끝에 내 집은 누가 봐도 딱 혼자 사는 사람의 집이 되었다. 물건이 많지 않다보니 텅텅 울리는 거실에서 나즈막히 노래도 부르고 춤추는 재미도 있다. 여백이 많아서 정신도 명료해졌다. 그렇게 내 집은 나에게 진정한 휴식처이자 힐링공간이 되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니 지인은 자기도 시도해보았으나 이것은 이럴 때 필요할 것 같고 저것은 추억이 담겨서 등등 하나도 못버리고 자리만 재배치하고 말았다고 했다. 계속 갖고 갈 것인가 과감하게 버릴 것인가 둘 중 하나만 고르면 되는 쉬워보이는 선택이지만 사람들은 늘 이 문제에서 갈등을 한다. 눈 딱 감고 버려도 되지만 아깝다는 그 생각때문에 한참을 쳐다 보고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 욕심을 하나씩 허용하다보니 정리같지 않은 정리를 되풀이 하게 되었을 것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스타일이 있고 미니멀 라이프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군더더기 없는 삶에 대한 열풍이 일어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물건을 버리면서 알게 된 것은 물건을 정리하면 생각도 정리된다는 것이었다. 물건 버리기는 마음 비우기와 같은 행위이다. 물건이 많을수록 집은 지저분해지고, 끌고 갈 상념이 많을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그러니 쓸모없는 물건도 버리고, 지저분하게 얽힌 인간관계도 정리하고, 불필요하게 여기 저기 붙은 군살도 빼고, 어지러운 마음까지 텅 비운다면 삶은 한결 가벼워진다고 나는 확신한다. 과거보다 지금의 내 삶이 더 만족스럽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니까 말이다.
솜털같이 살다가 유유히 떠나는 것, 나는 그렇게 멋진 삶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