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자가 되는 쉬운 방법
동수는 애완동물로 뱀을 키우고 있다. 남들은 혐오스럽다고 하지만 동수는 뱀이 키우기도 쉽고 깨끗하고 귀엽다고 한다. 자주 뱀을 데리고 산책을 하며 목에 걸기도 하고 손에 들고다니며 뱀에게 바깥 공기를 쐬어준다. 동수는 엘리베이터에서나 공원에서 뱀을 보고 기겁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오만하게 웃으며 말한다. "뭐가 무섭다고 그래요. 우리 뱀은 안 물어요."
나는 개를 참 무서워한다. 작은 개조차 무서워 근처에도 못간다. 그런 내가 산책을 하고 벤치에 고요히 앉아있다가 놀라서 죽을 뻔 한 적이 있다. 갑자기 소같이 큰 개가 나에게 달려와 내 무릎 위에 발을 올리며 소세지 같이 긴 혀를 내밀었다. 개 주인은 저 멀리서 다급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안되지" 이 소리만 하며 느린 걸음으로 걸어왔다. 그 사람은 얼어붙은 내 모습을 보고서도 목줄을 채울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 개는 또 다시 혼자서 황소처럼 뛰어 다녔다. 그렇게 많은 개사고(?)가 났음에도 아직까지 그렇게 뻔뻔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나는 산책을 갈 때마다 나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습관이 생겼다.
개를 뱀 이야기에 빗대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개와 뱀을 비교하냐고 공격하려 들것이다. 확률적으로 뱀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훨씬 많기 때문에 그 주장이 정당하다는 듯 말을 한다. 세상은 다수가 지배하니 소수는 찌그러져 있어란 뜻이 내재돼있다. 다수의 의견으로 돌아가는 세상은 맞지만 그렇다고 다수가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뱀을 무서워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개를 무서워하는 것은 이상한 것도 아니다. 아무리 작고 귀여운 강아지라도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하고 기겁하는 사람은 기겁한다. 그 사람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취향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있다. 그 호불호는 사람이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다만 자기가 좋아한다고 남도 비슷한 생각을 해야한다며 배려없이 행동하는 것은 이기적임이다. 자기 좋자고 공공장소에서 애완동물을 풀어 놓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 한 사람이라도 피해를 준다며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요즘엔 개목에 줄을 채우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그 당연함에도 너무나 고마워진다. 그 사람은 교양있어보이고 우아해보이고 친절해보이기까지 한다. 몰염치한 사람때문에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대단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