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것에 감사해야 할 때
우리는 흔히 우리가 갖지 못한 것을 바라볼 때마다 '만일 저것이 내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결핍을 인식하며 불행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대신에 자신이 소유한 것을 바라보면서 '만일 이것을 잃어버린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볼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켜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
육아휴직을 쓴 직원이 복귀를 하면서 나에게 왔다. 그동안 집에 있으니 갑갑해서 남편하고 싸우기만 했다는 얘기를 한참 하길래 "말이 싸움이지 혼자 짜증부린 거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맞다며 웃어댔다. 그 직원의 배우자 인품을 알기에 가능한 질문이었다. 만약 그 분이 와이프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한 소리를 했다면 정말 싸움이 났거나 아내 마음도 몰라주는 이기적인 남편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잘해줬더니 너무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있다. 친하다는 것이 막 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텐데 그 사람의 태도가 너무 거슬린다. 기분이 나쁘다. 마침 어머니께서 말을 건다. 자신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답해버렸다. 가까운 사람에게 예의없이 구는 사람을 욕해놓고 자신도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쏘아붙인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었다.
알고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엄마라서 아빠라서 집사람이라서 남편이라서 자식이라서 베프라서, 소위 너무 잘 아는 사이라서 참으로 쉽게 대하고 있다. 낯선 사람에겐 눈치보고 친절하고 배려하면서 정작 내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않고 있다. 그들은 나를 잘 파악하고 있어서 이해할거라고? 천만의 말씀. 아무리 가까워도 상처는 받는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에서 받는 아픔은 더 클지도 모른다.
사람은 얕은 물에는 생각없이 건넌다. 그리고 특별한 사람도 가까워지면 평범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조금만 잘못해도 으르렁 거리는 사람은 싫어하지만 정작 그런 사람에게는 조금이라도 더 조심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나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겐 쉽게 대하고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에게는 더 조심하고 신경쓰는 것. 뭔가 이상하고 잘못되었다. 정작 한 번 더 배려하고 친절해야 할 사람은 나에게 가장 편안함을 주는 내 사람들이 아닐까.
익숙해진 사람처럼 우리는 변화없는 삶에도 종종 무료함을 느낀다.평범한 일상이 감사하게 되는 순간은 대부분 재앙이 닥쳤을 때가 많다. 자식이 공부를 못 해서 속상하다는 부모도, 남편이 돈을 적게 벌어서 힘들다는 여자도, 회사가 직원들을 무시해서 싫다는 남자도, 막상 자식이 탈선을 하거나 남편이 병들거나 자신이 회사에서 해고가 되면 과거에 부렸던 투정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었는가, 징글징글하던 따분함이 얼마나 평화로운 것이었는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를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는 것이란 없다. 나중이란 시간도 없다. 소중한 것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감사한 마음으로 다뤄야 한다. 내 사람부터 챙기고 그들에게 관심을 더 많이 주는 것.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일상들. 그 모든 것들이 사라져서 후회하기 전에 불평을 멈추어야 한다. 신은 불만많은 사람들에게는 진짜 불행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복막장어무화(福莫長於無禍), 화가 없는 것 보다 더 좋은 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