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다는 것

불편한 진실

by Norah

나는 참 지나치게 솔직해서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 아닌 척을 못해서 본의 아니게 배려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타인에게 적잖이 상처 주기도 한다. 기껏 애를 쓰자면 상대에 따라 말하는 방식을 조금 달리할 뿐 어떤 방식으로든 내 속내를 1급 청정수처럼 투명하게 보여주고 만다.


그렇게 행동해서 득보다 손해를 많이 보면서도 그 행동을 고집하는 이유는 타고난 성격이라 고치기 너무 어렵기도 하거니와 굳이 그런 것을 신경쓰면서까지 사람들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체를 좋아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사람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착한 사람으로 보이려 애쓸 필요성을 못느낀다. 그러니 사람으로 인해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사실 인간관계에 있어 솔직함은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선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양심적 인간이라고 외쳐 봐야 알아주는 사람도 거의 없다. 내가 이렇다보니 상대가 조금이라도 숨기고 있다는 인상을 받으면 호기심은 커녕 관심이 뚝 떨어진다. 섣부른 판단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긴 내가 그러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친구가 되기 힘들 것이다. 사실 솔직한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다름을 잘 수용한다는 뜻인데 나는 지금까지 그런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는 사람을 더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솔직하라고 강요하다가 어느 날 부모의 의견에 반하는 솔직함을 보였을 때 부모는 당황해하며 아이를 다그친다. 배우자의 솔직한 마음을 알고 싶다고 해놓고 상대로부터 충격적인 소리를 듣고는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소리친다. 사람이란 그렇다. 솔직함이 좋다고 하면서도 결국에는 자기 귀에 달콤한 소리를 전달하는 사람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기 듣기 좋아하는 말 해주는 사람은 착한 사람, 아닌 사람은 나쁜 사람으로 정의 내리곤 한다.


중국적 교양의 미덕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데 있다고 한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책에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을 군자라 정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교양도 없고 군자도 아니다. 가끔 교양으로 둔갑한 행동을 하는 위선적인 사람이 사회에서 더 인정 받는 것을 볼 때마다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는 평가할만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 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이 위선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의 잘못된 판단일 수 있다. 남의 문제는 내가 섣불리 추측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나의 솔직한 감정 뿐이다.


타인에게 솔직하다는 것. 그것은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로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무와 덕목까지 거들먹거릴 필요도 없어보인다. 극도로 감추거나 예의없이 심하게 드러내지만 않는다면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스타일이자 취향으로 봐주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그런 정신적인 여유에서 이해의 폭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Capture.JPG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모습으로 살고 있다. 취향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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