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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남동뱀딸기 Apr 17. 2024

견공과의 마지막을 보내며, 김밥 만들기

그래도 밥은 넘어간다

견공이 암에 걸렸다.

https://brunch.co.kr/@muto6591/22


주말에 북극곰과 김밥을 만들어 꽃놀이를 가려했지만 아무래도 견공과의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태백집으로 갔다.

아버지는 충격 탓에 몸이 안 좋아지셔서 내가 주방에 나섰다.

집에 김치밖에 없어서 간단한 밑반찬을 만들어 두고, 원래 주말 계획대로 김밥을 만들기로 했다.


미역줄기볶음과 마늘쫑무침을 만들고, 야채김밥과 참치치즈김밥을 만들 재료이다.

참치치즈김밥은 나랑 엄마만 먹어서 참치캔 하나만 사용했다. 김밥 한 줄에 치즈 2개가 들어가서 미리 4개를 꺼내두었는데 깜박하고 참치김밥 한 줄에 치즈를 넣지 않아 2개만 사용했다.


혼자 이것저것 만들어야 해서 분주히 움직였다.

재료마다 물에 몇 분간 담그거나 하는 텀이 있어서 여러 가지 식재료를 동시에 집적대며 다뤘다.

하지만 레시피 설명은 하나하나 메뉴별로 분리해 두었다.



1. 미역줄기볶음


우선 미역줄기를 물에 헹구고, 짠 기가 빠지도록 찬물에 1시간 담가두었다.

미역줄기에 이렇게 소금이 많다는 걸 처음 알았고, 한 팩 분량이 엄청 적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두고두고 먹게 세 팩은 사 올 걸 후회했다.

1시간 뒤, 흐르는 물에 미역을 박박 문질러 씻고 물기를 짰다. 그리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고 다진 마늘 한 숟갈을 넣어 마늘기름을 냈다. 마늘기름이 완성되면 물기를 짠 미역줄기를 넣고 잘 볶아준다.

볶은 미역줄기에 깨, 참기름 적당량을 넣어 무쳐주면 완성이다. 필요할 경우 아주 약간의 소금 간을 추가한다.



2. 마늘쫑무침

우선 마늘쫑을 깨끗이 씻은 뒤, 양 꼬다리를 잘라냈다. 할인상품이라서 질이 그렇게 좋진 않았다. 끄트머리를 다듬은 마늘쫑은 한 입에 먹기 좋게 사등분해 썰었다.


그리고 냄비에 물과 천일염 한 숟갈을 넣고 바글바글 끓인 뒤, 마늘쫑을 40초 데쳐준다.

데친 마늘쫑은 바로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가 빠지게 채반에 올려둔다.

물기를 뺀 마늘쫑에

고추장 1 숟갈, 매실액 1 숟갈, 설탕 1 숟갈, 진간장 한 숟갈, 고춧가루 1 숟갈, 참기름과 깨 적당량을 넣고 잘 버무려준다. 간을 보니 매운맛이 강했다. 우리 집 고춧가루가 매운 것이기 때문이다. 설탕과 매실액을 아주 조금 더 넣어 간을 조절해 완성했다.



3. 야채김밥과 참치치즈김밥


3-1. 당근과 오이 손질

 당근과 오이를 씻었다. 그리고 양 꽁지를 잘라낸 뒤 먹을 분량만큼 감자칼로 채 썰었다.

일반 김밥과 달리 얇게 채 썬 이유는 딱딱하고 두꺼운 당근과 오이의 식감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채 썬 오이는 둘둘 말아서 그릇에 넣어두었고, 당근은 말랑말랑하게 힘이 빠지도록 소금을 반 스푼 뿌려서 무친 뒤 10분 두었다.

10분이 지난 뒤엔 물에 살짝 헹구고 물기를 짠 뒤 기름에 볶아서 오이 옆에 가지런히 두었다.

설거지를 줄이기 위해 소금에 절일때도 후라이팬을 썼다.


3-2. 계란지단 만들기

계란 6알에 소금을 적당히 넣고 잘 섞은 뒤, 이미 달궈진 프라이팬에 얇게 부치도록 적당량 계란물을 넣었다.

여러 장 부쳐서 한 김 식히고, 돌돌 말아서 최대한 가늘게 썰어주면 완성이다.

사진은 딱 한 장만 부쳐서 좀 듬성듬성 썰어둔 베타버전인데 더욱 가늘게 썰어줄 필요가 있다.


3-3. 시금치 무치기

시금치는 뿌리를 자르고 식초물에 5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 헹궈준다.

그다음 끓는 소금물에 넣고 30초 데친다. 사실 마늘쫑을 데치고 나서 바로 그 물에 시금치를 데쳤다.

데친 시금치는 바로 찬물에 헹궈준 다음 손을 물기를 꼭 짜서 그릇에 둔다. 그리고 소금과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주었다.

양념은 따로 계량하지 않았다.


3-4. 참치마요


캔참치 하나를 까서 기름을 최대한 짠 뒤, 마요네즈를 1~2 숟갈 취향껏 넣고 섞어준다.


3-5. 압력솥으로 밥 짓기

모든 재료가 완성된 다음 밥을 지었다.

종이컵으로 쌀 4컵, 찹쌀 1컵 분량을 깨끗이 씻어주고 물을 받아 30분 불린다.(즉, 다른 요리를 할 때 미리 쌀을 씻어 불려두어야 함)


불린 쌀을 마지막 헹궈준 뒤, 밥물을 맞춘다. 손등을 올려둔 다음 손가락 첫마디까지 물을 맞추면 김밥 만들기 좋은 고두밥이 된다. 물 맞추는 사진을 깜박했다.

압력솥뚜껑을 닫고 강불에 올려서 뚜껑이 딸랑거리기 시작하면 약불로 낮추고 5분, 그 뒤 불을 끄고 13분 뜸 들인다.


다 만들어진 윤기 나는 밥은 주먹으로 잘 섞어주고 소금과 깨, 참기름을 넣어 다시 섞는다. 계량은 하지 않고 입맛에 맞춰가며 만들었다


3-6. 야채김밥 그리고 참치치즈김밥

김밥 어벤져스 완성

김은 거칠한 부분이 위로가게 둔 뒤, 밥을 잘 펴준다. 그리고 재료를 올려주고, 잘 말아주면 끝이다.

밥을 펼 때 김에 잘 눌러주고, 김을 말 때는 재료들 안쪽으로 감싸 눌러주며 말면 되는데

다 만든 뒤 이음새 겉에 물을 발라주고 이음새를 밑으로 가게 놔두면 김밥이 안 풀린다.


참치치즈김밥을 만들 땐, 김 하나를 반으로 자른 다음 밥이 펼쳐진 김 한가운데 반으로 자른 김을 올리고 거기다가 참치와 기타 재료를 둔다. 이러면 김밥이 축축해지지 않는다.

김밥을 썰 때는 칼에 물을 묻혀주면 더 잘 썰린다.


김밥만 먹기 아쉬워서 버섯과 콩나물을 사 와 김칫국도 끓였다.



4. 김칫국

물에 다시마 2조각을 넣고 끓이다가 다시마는 건져낸다.

김치 한 줌을 썰어 넣고, 김치국물을 적당량 넣는다. 그리고 진간장 아주 조금을 넣고 소금을 넣는다.

대파 반 개, 팽이버섯 반 개, 표고버섯 3개, 콩나물 반봉지, 다진 마늘 1 숟갈을 넣어준 뒤 끓였다.

순식간에 완성된 칼칼한 김칫국

별다른 육수가 없어도 다시마를 충분히 우려서 깊은 맛이 났다.



김밥은 엄마가 퇴근하면 함께 먹기 위해 랩핑 해두고, 견공과 햇볕이 좋은 곳으로 산책을 갔다.

물티슈로 닦아주고 양지바른 곳에서 돗자리를 깔고 한참 앉아있다 귀가했다.

그래도 견공의 컨디션이 조금 나아서 꼬리도 흔들고, 헥헥거리는 소리도 냈다.



집에 돌아오자 견공은 곯아떨어졌고 나는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참치김밥과 참치치즈김밥을 작은 접시에, 야채 김밥은 큰 접시에 플레이팅했다.

김칫국과 반찬, 그리고 김밥을 만들고 남은 계란지단과 단무지를 밥상에 함께 올렸다.


김칫국과 김밥 조화가 끝내줬다.

밥도 압력솥으로 짓고, 반찬 간도 우리 가족 입맛에 맞춰서 파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반찬은 특히 마늘쫑무침이 맛있었다. 물엿이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양념이 쫀득하게 잘 만들어졌다.


견공이 처음 아프기 시작했을 때, 우리 가족 모두 입맛을 잃고 체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눈물이 찔끔 나긴 하지만 밥은 잘 넘어간다.


5월 연휴, 해파랑길을 같이 가려 했었다.

너는 다리가 아프니까 기분 좋을 정도로만 산책하고, 아버지랑 쉬면 되겠지 했는데.

너를 위해 수레를 사야하나 생각도 했다.

https://brunch.co.kr/@muto6591/21


견공은 베란다에 누워 거실을 지켜보았고, 고양이는 견공을 물끄러미 보다가 코를 핥아주었다.

병이 안 났더라면 이 김밥을 싸서 함께 산에 갔겠지.

아버지는 두릅을 따고 견공은 토끼나 고라니, 멧돼지의 흔적을 찾아 달렸을 것이다.


김치국을 제외한 모든 메뉴는 생전 처음으로 만들어 본 것이다.

김밥은 봄소풍 음식인데, 앞으로는 김밥을 볼 때마다 내가 처음 김밥을 만든 날이 너와의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던 날이었다고 추억하겠지.

아빠의 소중한 친구였던 고마운 견공


마지막으로 함께 주말을 보내고

2024년 4월 16일 오후 3시 6분

너는 너무나 착하고 선해서 우리보다 빨리 하늘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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