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IBS Sep 21. 2022

두근두근 계약서를 써보자

돈보다 꿈! 돈보다 낭만!


예 이렇게 이어지고 있는 글입니다.




출판사 대표님과의 통화는 다음날 얼레벌레 이뤄졌다. 아마 수영을 다녀오는 길이었고, 중간에 통화를 할만한 야외 자리가 있는 연남동의 카페를 찾아갔던 것 같다. 통화를 하는 내내 추위에 벌벌거렸던 기억이 난다.


꽤 긴 통화를 했다. 대표님은 본인이 로봇이나 장난감, 프라모델 같은 데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다는 얘길 하셨다. 뭐랄까, 내가 이 주제로 글을 썼을 때 들을 수 있는 가장 극상의 찬사였다고 생각한다. 관심이 없는 사람을 잡아둘 수 있는 글이라니. 되새겨도 좋은 말이네, 혹여나 놓칠까봐 바로 연락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진행하신 거라는 얘길 듣고 황송했다. 기사 잘 쓴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그냥 하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이건 좀 다르더라고. 여튼 더 얘기하면 너무 자랑 같으므로 여기서 그만둔다.



짜잔


며칠 지나서 계약서를 받았다. 거기엔 세상에나 내가 저작권자로서 '갑'이었다. 살면서 내가 갑인 계약서를 쓴 일이 있었던가? 감개무량했다고 하면 뭔가 갑을 지향했던 사람 같아서 그건 좀 아닌 것 같고...'색달랐다' 정도라고 하겠음. 출판 계약서는 어떤 형식인가 너무 궁금했는데 그런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계약서를 읽는 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정말 책을 낸다는 사실이 실감 나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계약서 관련해서 상세한 내용을 공개할 순 없고, 일반적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보자면


- 출판권 설정 및 설정 대가(선인세)

- 출판물 배타적 이용권

- 원고 인도 시기 + 발행 시기

- 교정, 저작물 수정 관련 내용

- 증쇄, 홍보 관련

- 계약의 해지 관련


이런 내용이다. 근데 뭐 개인적으론 사실 계약서 그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책을 내면 기본적으로 잘 나올 게 보장이 되는 베스트셀러 작가거나 거기에 준하는 유명인이면 중요할 수 있겠으나, 나처럼 [책 내기]가 인생의 버킷리스트 같은 사람이라면 굳이? 사기당하는 거 아니면 그냥 대부분 하자는 대로 해도 될 것 같다 생각함. 크게 문제될만한 부분은 없었으며, 불합리한 조항 같은 것도 없었다. (물론 나도 이렇게 말해놓고 두 부분 정도 수정을 부탁드리긴 했다 ㅋㅇㅋ) 일종의 계약금 성격을 갖고 있는 선인세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정말 순수하게 돈만 벌자고 달려들 거면 회사에서 야근이나 휴근 며칠 하거나 외주를 한 두 개 정도 더 뛰는 게 낫다고 봄. 에세이스트를 꿈꿔봤던 사람이면 꿈을 향해 한 번 가 볼 수 있는 거 아냐? 사람이 어떻게 돈 버는 일만 하냐!   


물론 이건 의도랄까, 목표, 책을 쓰게 된 원점(原點)에 대한 이야기다. 책으로 돈 벌려고 하는 게 안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 경우 오히려 계약서를 쓰고 나니 이 부분에 대해 더 진심으로 생각하게 됐다. 정말 간절하게, 내 책으로 출판사가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손해 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중얼중얼거리게 되더라고. 


가즈아






매거진의 이전글 거절 메일이 아니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