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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유치원은 오늘도 평화로워

by 뚜벅초

옛날 옛날...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의 어딘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아주 깊고 깊은 어느 산 속 수풀이 우거진 곳에

숲속마을이 있다.


그곳에는 이백 여 명 정도 되는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 마을에는 주민들이 사는 집도 있고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학교도 있으며 경찰서, 소방서, 심지어는 작은 식료품점과 대장간, 온천까지 있다.

여느 마을과 다를바없이 평화로운 이 곳의 특별한 점이라고는 주민들이 모두 동물이라는 점이라는 것 말곤 없었다.

정말 평범하지 않은가?


숲속마을에서 가장 해가 잘 드는 평지에는 숲속 유치원이 있다.

이곳에서는 사람으로 치면 대여섯 살 정도의 어린 동물들이 하루를 보내며 즐겁게 놀고 있다.



사본 -ChatGPT Image 2025년 9월 22일 오전 10_53_09.png 이미지 제작: 챗GPT


유치원에서 가장 말 많고 장난꾸러기인 아기곰 버미는 오늘도 통통한 볼을 흔들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그 옆에서 도토리를 든 작은 체구의 꼼꼼한 성격의 다람쥐 준이가 따라다니고 있다. 하얀 털이 사랑스러운 토끼 미미, 방금 넘어져서 울었는지 눈물자국이 있지만 어느새 해맑게 웃으며 친구들을 따라다니는 아기너구리 로니, 그리고 긴 꼬리가 복슬복슬한 아기여우 제이가 있다.

이들은 숲속 유치원에서 가장 신나게 어울려다니는 5인방....아니 5동물방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그렇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인자하지만 어쩐지 눈매가 심상치 않은 부엉이 한 마리는 바로 이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안전과 생활을 책임지는 부엉 선생님이시다.


"자, 얘들아! 이제 놀이시간은 끝났으니 교실로 들어오렴!"

부엉 선생님이 날개를 퍼덕거리셨다.

아이들은 조금은 아쉬운 표정으로 유치원으로 들어온다.


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앞에서 부엉 선생님이 말한다.

"얘들아, 내일은 우리가 기다리던 소풍날이야. 소풍날에는 보물찾기를 한다고 했지? 보물이 뭔지 아는 친구?"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입을 여는 아이들.

"나도 보물 있는데! 선생님 저는요 산책할 때마다 도토리랑 열매를 모아서 가방에 모았어요! 보물가방이요!" 다람쥐 준이가 말했다.

"너 보물상자에 열매 넣고 안열어서 다 썩었잖아~" 옆에서 버미가 참견을 한다.

"썩었어도 땅에 묻으면 다시 열매가 열린다고 엄마가 그랬거든!" 준이가 바로 반박한다.

"선생님 저는요 아빠가 만들어준 장난감 자동차 10개 있어요!" 제이가 앞발가락을 쫘악 펼치며 말한다.

"나는 보물 없는데 어떡하지..."우물쭈물하는 로니와 눈치를 보고 있는 미미.


"내일 소풍 가는 곳에 선생님이 미리 쪽지를 숨겨 두었어요. 먼저 찾는 친구들에게는 선생님이 준비한 선물을 줄테니 안전하게 찾아보아요~" 선생님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선물이에요?" "비밀!"


해가 유치원 지붕 꼭대기에 걸리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한다.

버미는 주차되어 있는 킥보드에 올라타고 친구들에게 호기롭게 말한다.

"놀이터까지 누가 빨리 갈지 시합하자!"

역시나 다섯 친구들이 바로 달리기 시작한다.


나무로 만든 작은 미끄럼틀과 노끈을 꼬아 만든 그네줄, 빙글빙글 도는 회전 놀이기구와 작은 정글짐까지.

이 마을의 놀이터 시설은 모두 마을의 제일가는 목수 스미스 씨가 만들었다.

스미스는 덩치 좋은 멧돼지로, 그의 몸은 사실 전무 근육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 같다고.... 숲속 학교의 체육 선생님이자 마을의 헬스 트레이너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호랑이 티거가 감탄하며 말했다. 자신이 이제까지 본 동물의 몸 중에 가장 이상적인 근육량이라고! (물론 그렇게 말하는 티거 본인을 빼고 말이지.)


아무튼, 스미스가 만든 놀이기구는 꼬마 녀석들이 아무리 세차게 발을 굴러도 고장나는 일이 없다.

아이들은 그림자가 거의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놀고 놀고 또 놀았다. 일을 마친 부모님들이 하나씩 친구들을 데려갈 때까지.

"로니야, 이제 저녁 먹으러 가야지." 아빠 너구리다. 마을 사무소에서 퇴근하는 길이다. 얼굴이 꽤 피곤해 보인다.

"미미도 이제 집에 가자!" 엄마 토끼도 오셨다. 품에는 아기토끼를 안은 채로.

"제이도 저녁 먹어라. 배 안 고프니?" 할머니 여우가 오셨다.

"버미야! 밥 다 식겠다. 얼른 가자." "준이도 가자!" 그리고 버미 아빠와 준이 엄마가 왔다. 준이 엄마는 미용실 문을 닫고 막 달려오셨는지 털에서 퍼머약 냄새가 살짝 풍겼다. 그리고...아직 소방복을 벗지 않은 버미 아빠. 버미 아빠는 마을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곰이다.


"아빠, 오늘도 불 껐어요?" 버미가 킥보드를 타며 아빠 옆에 붙는다.

"하하, 아니. 숲속마을에 그렇게 불이 자주 나면 안 되지. 음..오늘은 나무 사이에 낀 아기여우를 구해주고, 어디보자, 아, 겁 많은 돼지 아저씨네 집에 들어온 아기 박쥐를 구해서 동굴에 풀어주고 왔어."

"아하하, 돼지 아저씨 정말 무서워했겠다! 근데 박쥐가 들어왔다고요?"

"응, 더 웃겼던 건 뭔지 아니? 돼지 아저씨보다 아기 박쥐가 더 겁에 질려 있는거야. 돼지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니까 아기 박쥐는 더 무서워서 나갈 생각도 못 하고 천정에 붙어 있었던 거지. 오히려 침착하게 창문을 열었다면 알아서 나갔을텐데."

"아하하, 아저씨가 많이 무서우셨나봐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곰이 문을 열고 나와서 버미의 작은 몸을 와락 안았다.

"아이고 우리 버미 왔니? 오늘도 땀날 정도로 재밌게 놀았구나. 여보도 고생 많았어! 별 일 없었지? 얼른 들어와서 저녁 먹자!"

집 안에서는 엄마곰이 끓인 토마토 스튜 냄새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었다. 버미는 작은 코를 벌름거리면서 식탁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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