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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곰처럼 되고 싶어

by 뚜벅초

기다리던 숲속 유치원의 소풍날.

버미와 친구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준비한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부엉 선생님이 이끄는 곳에서 보물찾기 게임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여기서 15분 동안 보물 쪽지를 찾을 거야. 선생님 손(사실은 날갯죽지지만)에 있는 것처럼 생긴 쪽지를 찾은 친구는 바로 가져와 주면 돼. 그럼 유치원으로 돌아가서 선물을 줄게. 자, 시작!"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친구들은 우르르 흩어졌다.


간밤 내내 선물이 무얼지 고민하다 잠을 다소 설친 아기너구리 로니는 누구보다 먼저 쪽지를 찾고 싶었다.

제이가 가진 장난감 자동차보다 멋진 자동차일까? 버미의 킥보드보다 더 빠른 새 킥보드? 아니면 맛있는 과일이 잔뜩 든 상자?

무얼 생각해도 설레는 마음으로 로니는 돌을 들추고 나무 구멍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 순간 로니의 눈에 들어온 큰 나무 한 그루. 그리고 나뭇가지 끝에는 작은 새집이 하나 있었다.

어쩌면 저 새집 안에 쪽지가 있는 건 아닐까?


로니는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몸이 가벼운 아기너구리라 나무 타기는 자신 있었다. 나무 위로 올라가 새집으로 손을 뻗는 순간, 갑자기... 뚝! 하며 뭔가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가 부러진 것이다.

"아아악! 로니 살려!"

놀라서 손을 놓은 로니는 바로 아래 나뭇가지 사이에 대롱대롱 끼이고 말았다.


비명소리를 들은 부엉 선생님과 친구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로니야! 괜찮니?"

"엉엉, 선생님 도와주세요! 꼬리가 부러진 것 같아요!"


"안 되겠다, 소방서에 연락해야겠어!"

"소방서요? 우리 아빠가 온다고요?!"

버미는 친구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빠가 도와줄 수 있다는 게 든든하고 뿌듯했다.


순식간에 아빠곰이 소방복을 입고 나타나 나무 위로 올라갔다. 로니는 무사히 구조되어 들것에 실렸다.

아빠곰이 운전하는 구급차를 타고 가서 마을 유일의 병원(숲속 병원, 동물 최초로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신 흰머리수리 심슨 박사가 운영하는 병원이다.)에서 꼬리에 붕대를 칭칭 감고 돌아왔다.

"소방곰 아저씨 감사합니다."

로니가 아직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꾸벅 인사를 했다.

"그래,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구나. 앞으론 안전하게 놀렴."


"우와, 너네 아빠 되게 멋있다!"

미미가 소곤소곤 버미의 귀에 귓속말을 했다.

두툼한 발바닥으로 침착하게 나무를 오르는 모습, 울고 있는 로니를 안아 올리며 달래는 모습...

버미도 얼른 자라서 아빠곰처럼 마을을 지키는 소방곰이 되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그러니까...근육이라고는 전혀 안 보이고, 조그만 발바닥에다가, 통통한 볼밖에 없지만...


사본 -ChatGPT Image 2025년 9월 22일 오전 11_24_11.png 사진 제작 : 챗GPT


버미는 소풍이 끝나자마자 마을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형들과 축구를 하며 놀고 있는 티거 선생님을 찾았다.

"있잖아요, 선생님! 근육이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갑작스러운 꼬마녀석의 질문에 좀 당황한 티거 선생님은 긴 꼬리로 형들에게 잠시만 기다리라는 몸짓을 한 뒤 버미를 데리고 나왔다.

"버미야, 갑자기 무슨 일이니?"

"오늘 유치원에서 소풍 갔는데 로니가 다쳤는데요 아빠곰이 나무 타고 올라가서 구해줬어요! 저도 아빠처럼 근육이 많아져서 소방곰이 될거에요!"

티거는 운동장이 떠나가게 하하핫 웃더니 버미의 머리털을 살짝 헝클면서 말했다.

"음, 버미야. 아빠곰, 그리고 나처럼! 근육이 많은 멋진 어른이 되려면 말이지, 단백질이 많이 든 음식을 많이 먹고,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많이 하면 돼. 아령을 들고 이렇게 읏챠읏챠~ 한다든지."

"단백질이요? 단백질이 뭐에요?"

"음..그러니까, 근육을 만드는 영양성분인데 닭가슴살이라든지 소고기에 많이 들어 있..."

"고맙습니닷!"

말을 마치기도 전에 버미는 킥보드를 타고 쌩 달려가 버렸다.

"어...저기, 넌 어차피 아빠곰처럼 불곰이라 그냥 골고루 먹고 잘 놀기만 해도 아빠처럼 근육질 될 거라고 얘기 아직 못했는데."



그날부터 버미의 특훈이 시작되었다.

밤낮으로 근력 운동을 한답시고 잘 들리지도 않는 아령을 들다가 발을 찧고 울거나,

밥은 안 먹고 계속 고기만 먹으려고 한다든지....

"버미야, 밥은 골고루 먹어야지. 고기만 먹으면 안 돼요."

"싫어요! 단백질, 단백질 더 먹어야 한단 말이에요!"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다.

유치원 놀이시간, 바깥운동을 한 뒤 교실로 들어가려 쉬려 하는데 유독 버미만은 들어가지 않고 계속 운동을 하고 있었다.

부엉 선생님이 "이제 그만 하고 쉬어야 한다"고 말렸지만... 완강하게 거부하는 버미.

그러다가,

털썩!

버미가 주저앉고 말았다.

"으...너무 힘들어......"

"버미야! 괜찮니?"


숲속마을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던 엄마곰의 자리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어머! 부엉 선생님 무슨 일이세요? 아니..버미가요? 얼른 갈게요!"

엄마곰은 맞은편에 앉아 이번 달 소식지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그리느라 앞니가 입 안으로 들어가 있는지도 모르는 비버 비비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얼른 도서관을 나섰다.


그날 저녁 버미는 침대에 누워 엄마아빠곰에게 실토했다.

"그날, 아빠가 로니를 구해주신 날 아빠가 너무 멋져 보여서 아빠처럼 되고 싶었어요. 티거 선생님한테 물어봤는데 근육이 많아지려면 고기를 많이 먹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빠곰은 그런 버미가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는 표정이었다.

"버미야, 지금은 골고루 맛있게 많이 먹고 마음껏 뛰어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너도 나처럼 불곰이잖니? 우리 불곰 가족은 모두 어른이 되면 튼튼한 근육이 많아진단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일단 아빠가 끓인 따뜻한 연어 스프부터 먹어보자."

버미는 아빠를 와락 끌어안고는, 아빠에게 안겨 연어 스프를 먹으러 주방으로 나왔다.


지금은 통통하고 작기만 한 자기의 몸에도

한없이 강한 불곰의 힘이 들어있다는 사실에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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