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coming Jane Nov 17. 2019

세계여행 그 후, 가장 힘들었던 순간

여행 그후는 어떻게 되는거지? 



 여행의 설렘과 떨림을 아직 간직하고 있었던 1월이 지나가고, 현실의 무게가 본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설이 지난 2월 말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가을 취업시장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상반기 취업공고에 맞춰서 원서를 넣어야 했다. 

 

 사실 처음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다른 것을 해볼까 라고도 생각했고 여행하면서 생각했던 다양한 선택지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돈이 필요했고 6개월간의 생활비는 가지고 있었지만 그 외에 충분한 돈이 없었다. 여행 중에 너무 많은 돈을 소비했고 앞으로 언제 취직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돈을 쓰는 것이 겁이 났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것을 하기보다는 일단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취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둘 다 이전 경력과 관련된 곳에 이력서를 넣거나 헤드헌터를 통해 면접을 보게 되었다. 물론 나의 경우는 영어를 활용할 수 있는 완전 다른 직군에도 원서를 넣어 보기는 했다. 

 

 나나 남편 모두 4년 정도 회사 경력이 있었고 1년이 좀 안 되는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많은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후 5년이 넘은 그 시점에서 다시 이력서와 경력 기술서를 작성하고 면접 준비를 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이것 때문에라도 회사 그만두기가 어렵다는 그 말을 실감하며 몇 번의 면접에 실패하기도 하고 입사 제안 받기도 했다. 나의 경우 결혼한 여자라는 것도 큰 걸림돌이었다. 실상 남편보다 더 많은 면접 기회를 얻었음에도 면접에서 가서 듣는 말들의 대부분은 '아이는....?'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었으니까. 그러니 아이가 있는 여성들에게 경력이 단절되는 우리 사회 현상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고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도 공감이 갔다. 그렇게 여러 번의 제안과 연봉 협상 그리고 낙방 끝에 같은 경력으로 지원 한 곳에서 거의 취직이 확정되었다. 하지만 그 무렵 남편이 대기업에 경력 공채로 한 발 먼저 취직이 확정되면서 나는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글을쓰고 사진을 찍는 일을 하며 좀 더 구체적으로 미래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의 삶에 부부세계여행 이후 2막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여행 가기 전에는 해외여행을 해본 적도 없었기에 부부세계여행을 계기로 본인과 세계에 대해 시야가 넓게 트이기는 했지만 아직 많은 것들을 더 생각하고 경험하고 싶어 했으므로 경력을 살리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취미로 경험해 보기로 했다. 나의 경우는 이미 관심사나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뚜렷하기 때문에 생활에 안정이 되면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일들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 시간을 통과하기까지 3월부터 7월이 다 되어가는 그 4개월 동안 마음적으로 정말 힘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언제 취직을 할 건지 이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해왔고 우리는 그 전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내적으로 많이 부딪히는 시기였다. 또한 여행을 가기 전부터 더 치밀하게 미래를 계획하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아 가끔은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스트레스보다 훨씬 마음의 짐이 컸던 부분은 금전적인 문제였다. 대출을 끼고 산 집도 있었고 6개월 간은 버틸 수 있는 돈이 있었음에도 취직이 결정되기 전, 마지막 한 달은 마음이 조마조마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물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적금을 깰 수도 있는 선택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불안감이 없이 행복했다고만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만약 그 순간 부부세계여행을 하자고 했던 것이 오직 한 사람의 결정이었다면 우리는 싸우고 서로를 원망하며 멀어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둘이 충분히 함께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으므로 우울하고 걱정이 되긴 했지만 서로에게 마음에 짐이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세계여행 이전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분명 더 힘들었겠지만 불안감이 들 때마다 함께 여행에서의 순간을 기억하고 그때 썼던 일기 등을 보며 우리의 생각을 가다듬는 시간이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경력이 없다고 해서 준비된 돈이 없다고 해서 세계여행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상황과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모두의 한계는 다르고 정답은 없다. 다만 결혼을 한 입장에서는 안정성이라는 문제와 양가와의 관계 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돌아와서 취직할 수 있는 계획과 기간을 확정하고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만약 다른 일에 도전할 거라면 여행을 하기 전부터 준비해야 여행 후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빠른 시작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여행 전 보다 더 힘든 상황에 빠질 수도 있고 괜히 서로

불안해하다가 싸움이 되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부부세계여행, 30대의 여행에서 여행을 다니는 것 만큼 중요한 건 그 후에 대한 생각과 전략일지도 모른다. 






Copyright @ 2019. Becoming Jane. All rights reserved

이전 09화 떠나기만 하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