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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랑할 성은 Sep 10. 2024

안녕, 난 엔프제야

나를 정의하는 것을 고르시오


유행처럼 번진 MBTI, 사주팔자, 혈액형, 별자리

모두 우리를 정의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나의 MBTI는 ENFJ 엔프제다. 엔프제는 정의로운 사회운동가이자 선도자로 청중을 사로잡고 의욕을 불어넣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한다. 외향형 대 내향형 중 외향형에 속하고, 감각 대 직관 중에서는 직관에 속한다. 사고 대 감정 중에서는 감정에 속하고, 판단 대 의식 중에서는 판단에 속한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온화하며 적극적이며 책임감이 강하다. 사교성이 풍부하고 동정심이 많으며 상당히 이타적이다. 능수능란하게 계획을 제시하고 집단을 이끌어가는 능력이 있다' 등 내가 이렇게 잘난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좋은 내용뿐이다.


동양의 MBTI인 사주팔자 역시 사람의 성격과 성향을 설명하는 것 중 하나다. 태어난 생일 기준인 일주와 태어난 월 기준인 월주가 성격, 성향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사주의 근본은 천간과 지지로 구성된다. 천간은 나무를 뜻하는 갑과 을, 불을 뜻하는 병과 정, 흙을 뜻하는 무와 기, 금을 뜻하는 경과 신, 물을 뜻하는 임과 계가 있다. 지지는 각 동물을 뜻한다. 어렸을 적 '똘기~ 떵이~' 부르던 만화 꾸러기 수비대를 기억하는가? 거기에 나오는 것처럼 지지에는 자(쥐), 축(소), 인(호랑이),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 술(개), 해(돼지)가 있다. 이 요소들을 조합하면 60개의 사주팔자가 나온다.


사실, 90~00년대 나의 학창 시절에는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는 것이 아주 신뢰도 높은 방법이었다. A, B, O. AB형 단 4가지뿐인 혈액형으로 성격을 판단하다니, 떠도는 혈액형 성격 이론은 이렇다. A형은 안정적이고 배려심이 뛰어나지만 소심하고, B형은 자유롭고 아이디어가 많지만 자기중심적이다. O형은 리더십이 있고 활발하지만 기분파고, AB형은 재능이 많고 현명하지만 자기만의 세계가 있고 냉정하다.

이렇게 혈액형으로 따지면 난 활발하지만 기분파이며, 개그 본능에 휩싸인 자존심 강한 사람이다.


별자리 역시 그 시절 우리를 정의하고 규정짓는 것 중 하나였다. 자신의 별자리는 물론 친구들, 짝사랑하는 상대의 별자리 성격도 찾아보지 않았나. 쎄씨, 보그 등 그때의 잡지 속 별자리 운세를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처녀자리인 나는 매번 눈이 높다는 얘기가 쓰여있었다.


하지만 MBTI, 사주팔자, 혈액형, 별자리 속 성격이 모두 일치하는 사람이 있을까? MBTI로 봤을 때 감성적인 사람이지만 사주팔자로 봤을 때는 이성적인 사람일 수도 있다. 혈액형으로 봤을 때는 개방적인 성격이지만 별자리로 봤을 때는 보수적인 성격일 수도 있다. 나라는 사람 또한 이 4가지가 일치하지 않는다.


앞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정의하는 더욱 다양한 것들이 나올 것인데, 나 자신은 내가 정의하고 싶다.

'MBTI가 T라서 이래~, 혈액형이 이거라서 그래~' 이렇게 합리화하고 싶지 않고, 틀에 갇히는 것도 더더욱 싫다. 지구에 사는 60억 명의 성격과 성향이 고작 4가지 방법에 따라 나눠질 수 있겠는가. 이 세상에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이 없듯 성격과 성향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MBTI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도 없고, 사주팔자 속 성격이 나쁘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는 이것으로 판단할 수 없는 숨겨진 매력이 있으니까. 마치 나의 마음에는 순수한 면도 있고, 때로는 열정적이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추진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MBTI, 사주팔자, 혈액형, 별자리가 어떻든 수많은 장점과 매력을 지닌 우리가 각자 자신을 중심으로 정의하고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어떨까.


안녕, 난 엔프제야.

대신

안녕, 난 _____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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