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글과 벌고 싶은 글
스무 살, 나는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갔다. 국,영,수,사,과 등 모든 교과목 중 국어가 가장 좋았고, 언어영역 성적이 가장 잘 나왔기 때문이었을까. 초등학교 때부터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혼자 동시랑 동화도 쓰고, 어린이 신문에 기고도 하고, 논술까지 배우며 글을 쓰는 것에 푹 빠지게 된 것이 9살 무렵부터였다. 각종 글쓰기 대회, 백일장에 나가 상도 많이 받았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갑자기 절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머리가 커졌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되고 입시를 준비하게 되면서 작가는 돈을 많이 못 버는 직업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중학생, 고등학생 때 내가 읽은 글이라고는 문제집과 시험지의 지문 그리고 신문 속 사설뿐이었다. 학교, 학원, 독서실 순서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끝났다. 그렇게 살았어도 결국 도착한 곳은 국어국문학과였다. 잠깐 문예창작과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실기를 준비하지 않은 터라 지원할 수 없었고, 국어국문학과 경영학을 같이 배워서 유용하게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다시 꿈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글을 쓰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시절 공책에 동화라며 적어놓았던 글들과 가을을 생각하며 쓴 '가을빛'이라는 동시를 보며 다시 마음이 꿈틀거렸다. 글을 쓰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해 봤다. 광고를 한 줄로 담는 카피라이터, 브랜드스토리를 만드는 브랜드스토리텔러가 되어보기로 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첫 취업을 하게 된 스물여섯 살부터 서른다섯 살인 지금까지 글을 쓰는 능력으로 다양한 직업과 업무를 경험했다.
건강 및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임신 출산 육아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는 에디터였다가 카피라이터가 되어 광고와 마케팅에 쓰이는 각종 카피와 글을 썼다. 브랜드를 기획하며 브랜드 스토리와 캐릭터 스토리를 만들었다. 사이트를 기획하며 그 안에 삽입되는 모든 요소를 설계했고, 제품이 잘 팔리도록 카피를 짜서 상세페이지를 만들었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 브랜드와 제품의 네임을 만들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돈을 만든 글이자 돈을 번 글이다.
공감을 만든 글이자 마음을 번 글도 있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브런치에 쓰거나 개인적으로 작업하는 에세이와 시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쓰고 싶었고 앞으로도 쓰게 될 글이다.
다양한 글을 쓰면서 잘 쓸 수 있는 글과 쓰고 싶은 글에 대해서 생각해보곤 한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그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이를 통해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뿐이다. 감정을 공유하거나 위로가 되는 글을 쓰는 것도 보람되고, 광고가 되어 돈을 버는 글도 좋다. 매일 이렇게 한 줄씩 남길 수 있는 플랫폼과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서 감사할 뿐이다. 취미, 특기, 직업이 일치하는 것이야 말로 오복 중 하나 아니겠는가. 어떤 글을 쓰든 진심을 가득 담기로 했다.
예전에 어떤 작가가 한 말이 기억난다. 할 말이 많은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고. 작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나는 글도 많지만 말도 많다. 정말 수다를 떨고 싶지만 떨 수 없을 때, 이렇게 한 줄 두 줄 남기곤 한다. 에피소드가 많은 내 삶을 풀어내기에 작가는 찰떡콩떡 같은 직업이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 수많은 감정을 시각화하고 사물화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추상적인 것을 사물화 시키면 그 가치는 올라가고 더욱 소중해진다. 누구라도 글을 써보자. 단어가 모이면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이면 문단이 되고, 문단이 모이면 피와 살이 되기도 하고 돈이 되기도 한다.
날이 선선해진 이 가을, 많이 읽고, 많이 쓰기로 다짐한다.
주말에는 책 한 권 들고 카페에 가야겠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