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포트폴리오
[ 포트폴리오 ]
이력이나 경력 또는 실력을 알릴 수 있도록 자신의 작품을 모아 놓은 집합체.
예술 분야에서 자신의 창작물을 모아 둔 일종의 경력증명서.
사회생활에 첫 발을 디딘 후, 이직을 할 때마다 만들어뒀던 포트폴리오가 있다. 이전 회사에서 했던 베스트 작업물을 모아 요약한 내 실력의 엑기스다.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마다 각 작업물을 만들면서 있었던 희로애락이 떠오른다. 잊고 살았던 일과 동료, 호되게 고생도 하고 욕도 먹었던 날, 야근하면서 먹었던 야식까지 기억이 난다. 그새 기억이 미화된 건지 당시에는 무척이나 힘들었어도 지금 돌이켜보면 뿌듯함만 남았다. 8년 동안의 직장 생활 동안 하나 둘 쌓인 창작물은 나의 밥벌이를 담당하고 있으며 동시에 나를 소개하고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내 인생에도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보여줘야 하는 포트폴리오가 아닌 내가 나로서 살아오면서 차곡차곡 쌓인 추억, 직관, 삶의 스킬 같은 것 말이다. 나를 구성하는 수 만 가지의 데이터다. 1990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라는 존재를 열심히 다져왔다. 신생아 때는 열심히 잘 잤고, 작게 태어났지만 아주 잘 먹어서 평균 키를 훌쩍 넘었고, 개근은 아니지만 유치원과 학교 모두 성실히 다녔다. 종종 글짓기 상도 받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하는 일탈 행동에 혼쭐이 나기도 했다. 전공과 특기를 살려 직업을 가진 자가 되었고, 지금은 결혼해서 누군가의 아내이자 주부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신이 반죽 덩어리만 뚝 떼어서 인간 세상에 퐁 떨어뜨리면 그 반죽 덩어리를 예쁘게 빚어 작품을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다. 자신 이외에는 누구도 빚을 수 없고 구울 수 없으며, 색칠할 수 없다. 나라는 작품은 하루하루 살면서 만들어지는 중이다. 지금의 나는 완성되지 않았다. 매일매일 나를 정성스럽게 빚고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나씩 고치고 있다. 조금 스크래치가 나면 어떠한가.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 그리고 인생은 없다.
삶은 또 하나의 창작이다.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이다.
먼 훗날 구름을 타고 하늘로 돌아갈 때, '나 좀 멋지게 살았네, 다음 생도 기대된다'하며 뿌듯해하고 설렐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