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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Apr 07. 2024

샤넬의 초상

마리 로랑생

미술 사조에 꼭 등장할 만한 화가이지만, 시인 아폴리네르의 연인이었다는 점만 부각되곤 하는 로랑생은 파스텔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생상으로 우아하면서도 꿈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탁월했다. 샤넬은 우울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수정을 요구했지만, 로랑생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로 인해 이 그림은 화가가 평생 소장했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Marie Laurencin <Portrait of Mademoiselle Gabrielle Coco Chanel>, (1923)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920년(37세) 스페인에서 남편과 이혼 후 프랑스 파리로 돌아온 마리 로랑생. 그녀는 결혼하기 전 교류한 다양한 문화, 예술계 인맥으로 큰 문제없이 파리에 빠르게 안정적으로 정착합니다. 연극, 오페라, 발레 등 무대 디자인을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냅니다. 현실을 잊고 싶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휩쓸고 지나간 파리, 자신의 늦은 이혼, 예술계에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에너지를 일에만 쏟았습니다.


1921년 가을. 몽마르트 언덕에서 물랭루주 쪽으로 향하는 중간쯤 로코코 양식의 대저택에서 파티가 열립니다. 파티는 유명한 (프랑스, 미국, 영국) 예술가, 사업가들이 모여 크고 화려하게 열렸고, 프랑스어, 영어가 뒤섞여 혼란스러웠습니다. 로랑생은 이곳에서 코코 샤넬과 처음으로 긴 대화를 하였습니다.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지만 인사만 주고받았던 코코 샤넬. 그녀의 빌까르 살몽 브륏*에 대한 품평에 로랑생은 매력을 느꼈고, 코코 샤넬과의 이야기는 예술, 문학, 사랑, 급기야 서로의 우울에 대한 이야기까지 합니다. 두 사람은 오래된 친구처럼 가까워집니다.


* 코트 데 블랑 côte des blancs의 토양에서 자란 샤르도네를 100프로 사용하여 만든 고급 상페인


워커홀릭 로랑생과 코코 샤넬. 둘의 만남은 로랑생이 전시회를 여는 1년에 두세 번뿐. 코코 샤넬은 로랑생이 전시회를 열면 반드시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1923년 로랑생 전시회를 찾아온 코코 샤넬은 로랑생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합니다. 인위적인 표정이나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로랑생은 그날 저녁 바로 작업에 들어갑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한 시간 혹은 몇 시간이 흐르자 그림이 완성됩니다. 다음날 코코 샤넬과 만나 완성된 초상화를 보여줍니다.


. . . 코코 샤넬은 말이 없습니다. 공허한 검은 자(여인의 눈)만 응시할 뿐.



&



1. 흰, 검은, 파랑. 사이 핑크. 윤곽이 명확지 않습니다. 경계가 없는 색色. 공간과 색 사이. 덩어리 진.


2. 세 마리의 동물이 보입니다. 새, 반려견, 사슴. 새는 코코 샤넬의 자유, 소녀 같은 영혼을. 반려견은 그녀의 우울을. 사슴(오른쪽 옆 검은 형체)은 잘 보이지 않지만 마리 로랑생. 그녀를 지켜봅니다. 


3. 핑크색 소파에 앉아 있는 코코 샤넬. 흰, 검은, 파랑 삼색의 덩어리. 그녀의 예술적 감성 검은, 그녀의 소녀 같은 순결한 정신 흰, 그녀의 욕망 블루. 


처음 본 핑크, 다시 본 핑크, 또다시 본 핑크, 핑크를 보면 볼수록 주변으로 번져가는 것 같습니다. 코코 샤넬도 마리 로랑생도 멈출 수 없는 (성공의) 욕망은 모든 색을 물들이려 합니다. 핑크는 눈에 띄거나 크지 않지만, 진하고 전염성이 강합니다.

 * 화가 -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 (1883 - 1956, french)

+ 전기(1883~1914)


마리 로랑생은 1883년 파리에서 태어나 어머니 손에 자랍니다. 18세 때 세브르에서 도자기 회화를 공부한 후 파리로 돌아와 아카데미 훔베르트에서 유화에 전념해 그림을 그립니다. 그곳에서 파블로 피카소와 함께 큐비즘을 발전시킨 조르주 브라크를 만납니다.


그녀는 피카소의 작업실을 자주 방문했고, 스페인 최초 입체파 전시회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연인이었으며 종종 그의 뮤즈로도 알려집니다. 또한 미국 작가이자 레즈비언 나탈리 클리포드 바니와도 친분을 쌓습니다.


+ 중기(1914 - 1939)


제1차 세계대전 중 로랑생은 1914년 결혼한 독일 태생의 남편 화가 오토 폰 바웬과 함께 프랑스를 떠나 스페인으로 망명합니다. 이 결혼으로 그녀는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잃습니다. 1920년 남편과 이혼하고 파리로 돌아옵니다.


그녀는 프랑스와 해외에서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며 예술가로서의 경력을 이어갑니다. 또한 연극, 오페라, 발레 세트, 의상 작업도 합니다. 세르게 디아길레프 발레단 '발레 루스'와 함께 모리스 라벨 음악에 맞춘 '라 베트 에 라 벨'(1924)과 쇼팽 음악에 맞춘 '라 담 오 카멜리아'(1934) 세트, 의상을 디자인합니다.


그녀의 스타일은 더욱 둥글고 부드러우며 서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그녀의 주제는 여전히 여성 인물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유니콘, 개, 새와 같은 환상적이거나 상징적인 동물과 함께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후기(1939-1956)


제2차 세계대전 중 로랑생은 독일 점령 하의 파리에 머무릅니다. 그녀는 물질적, 도덕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림과 전시를 계속합니다. 1945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그녀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수많은 회고전 및 그룹전에 참여합니다. 또한 코코 샤넬, 장 콕토, 에디트 피아프 등 유명 인사의 초상화를 그립니다. 1956년 파리에서 72세의 나이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반진보적이고 감상적이며 반가부장적인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부합한다고 폄하합니다. 로랑생 자신도 예술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강조하며 후자에 대한 분명한 선호를 나타냅니다.



* * *


+ 주요 특징


1. 입체파 스타일


로랑생은 피카소 등 입체파 화가들과 자주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그녀는 형태의 단순화, 평면의 파편화, 윤곽의 기하학화, 장식적 모티브 사용과 같은 조형 언어적 요소를 채택하였고, 아프리카 가면, 일본 판화, 로코코 회화 등 이국적이거나 고전적인 영감의 원천에 대한 관심도 공유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형상이나 색채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입체파 스타일은 피카소와 브라크의 분석적 입체파보다는 로버트 들로네의 고아 입체파에 더 가깝습니다.


2. 여성성 스타일


로랑생은 자신, 친구, 모델, 후원자 등 여성을 가장 좋아하는 주제로 삼습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과 아몬드 모양의 눈을 가진 어린 소녀들이 친숙하거나 환상적인 동물과 함께 등장하는 꿈결 같고 친밀한 세계를 창조합니다. 파스텔 색상과 곡선 형태를 사용하여 부드러움, 우아함, 관능미를 표현합니다. 또한 상징주의 문학과 현대시, 특히 연인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를 참고하여 상상력을 더욱 풍부히 드러냅니다.


3. 장식적 스타일


로랑생은 장식적 예술을 받아들여 종종 발레 세트와 의상에 대한 협업을 합니다. 그녀는 직관보다 지적인 작업의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로랑생은 이론 중심에서 실천으로 이동함에 따라 아름다움의 가치를 새롭게 주장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물 빠진 핑크와 녹색, 파랑. 전체적으로 여성이 중심이 된 몽환적인 느낌. 코코 샤넬이 로랑생 그림을 좋아한 이유를 알 것만 같습니다. :) 

출처: Wiki

 




"거슈윈은 38세에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좀 더 사았더라면 어떤 작품을 남겼을까.

가슴이 먹먹하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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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작곡가 조지 거슈윈. 38세의 짧은 생을 살다 갔다. 오늘밤하늘에서 유독 반짝이는 별. 그일지도- _하루키

George Gershwin - Walking the Dog (audio + sheet music)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Marie_Laurencin

[2] britannicaMarie_Laurencin

[3] wikiartMarie_Laurenc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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