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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Apr 21. 2024

용사들의 고향

찰스 데무스

<용사들의 고향>이라는 제목은 미국인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리는 국가의 가사 중 제일 마지막 소절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특별하게 제목이 그림을, 그림이 제목을 암시하지 않는다. 화가 자신이 살던 펜실베이니아 주 랭커스터의 건축물을 그린 그림으로, 3차원의 대상을 여러 면으로 잘라낸 뒤 다시 평범하게 붙이듯 그려냈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Charles Demuth <…And the Home of the Brave>, (1931)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929년 미국은 버블이 터졌고, 대공황이 시작됩니다. 은행은 연쇄 부도를 일으켰고, 수많은 기업과 소상공인이 폐업을 합니다. 도시는 실업자들로 넘쳐납니다. 교외에(펜실베니아 주 랭커스터) 살고 있던 데무스는 당뇨, 신장 질환, 안구 감염 등 합병증으로 죽음에 대한 예감과 자신의 예술에 회의를 갖기 시작합니다. 미국의 (대공황의) 고통과 신음 같습니다. 그가 시선을 바다로 돌리자 대서양 너머 유럽은 전쟁의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습니다.


1930년(46세) ㅡ 그가 죽기 오 년 전 ㅡ 당뇨병 치료를 위해 운동과 식단 조절, 미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약을 복용하며 노력했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매일 12시간씩 그림을 그렸고, 저녁이면 친구들과 만나 술과 이야기를 즐겼습니다. 이중적 생활을 즐긴 데무스.


1931년 2월. 뉴욕에 있는 스티글리츠 291(갤러리 291을 중심으로 한 예술가 그룹)로부터 (그림) 의뢰와 꼭 와달라는 전보를 받습니다. 자신이 소속된 291 그룹 의뢰이기에 거절하지 못하고 바로 (1929년형) 뷰익 자동차를 타고 뉴욕을 향합니다. 차창 밖 뉴욕의 풍경은 처참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하의 날씨에도 얇은 옷차림으로 인도와 차도를 가득 메웠고, 중간 중간 긴 줄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일자리를 얻기 위한 줄, 아니면 배급을 기다리는 줄입니다. 1931년 뉴욕의 풍경.


잠시 멈추었던 차가 움직이자 정신을 차립니다. 차창을 통과해 비스듬히 들어온 그림자. 그림자를 쫓다 한 건물을 발견합니다. 직선으로 잘리고 면이 퍼즐처럼 끼워져 만든 것 같은 높은 건물, 파란 하늘, 가지 없는 상록수처럼 우뚝 서있는 전신주. 데무스는 강한 영감을 받습니다. 미국 적인 것. 어떤 시련도 미국인은 극복했고, 산업을 발전시킨 용사들. '용사들의 고향'(미국 국가의 가장 마지막 소절)을 묘사한 도시를 그리자



&

파란 하늘, 면의 퍼즐, 전신주

 

 

1. <용사들의 고향>은 면과 면의 만남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색과 원색의 교차. 곡선이 아닌 직각과 직각의 만남. 이격없는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진.


2. 캔버스를 가득 채운 건물은 미국 산업화의 급성장이 엿보입니다. 하지만 (우울질 같은) 파란 하늘은 스테인드글라스같이 조각나 있습니다. 아래 부분은 연필과 자로 그린 도면 같은 느낌입니다. 낯선 신호등. 그 안의 원형과 곡선에서 미국의 기술적 성취와 약속의 국가 (법치국가)로서의 상징성이 느껴집니다.


3. 시선이 (건물 한쪽 면) 창앞에 멈춥니다.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그림자. 어두운 창문. 창에 비친 흐릿한 하늘. 미완의 창도 보입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아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차갑고 어두운 (급속한 산업화가 느껴지는) 도시. 1620년 영국에서 메리플라워호를 타고 건너온 102명의 이민자가 만든 첫 콜로니(도시 단위 식민지)를 시작으로 콜로니가 모여 미국이 됩니다. 콜로니는 도시로 변모하고, 산업화로 가속됩니다. 자본주의라는 동력은 끊임없이 기름을 넣습니다. 미국의 도시는 곧 미국이자 미국의 역사를 압축한 나아가 미국의 미래를 보여줍니다.

* 화가 - 찰스 데무스Charles Henry Buckius Demuth (1883 - 1935, 미국)

+ 전기(1883~1914)


데무스는 1883년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납니다. 그는 고관절 질환으로 다리를 절게 되어 지팡이를 사용합니다. 어린 시절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 크레용이나 수채화 그림을 그리며 보냅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예술적 재능을 격려하였고 적극 지원합니다.


데무스는 랭커스터에 있는 프랭클린 앤 마샬 아카데미에 다녔고, 1903년 필라델피아의 드렉셀 예술, 과학 및 산업 대학에 입학하여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하워드 파일에게 사사받습니다. 1905년에는 펜실베니아 미술 아카데미(PAFA)에 입학, 하숙집에서 시인이자 평생의 친구인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를 만납니다.


1907년 데무스는 어머니와 함께 처음으로 유럽 여행을 떠납니다. 그는 런던, 파리, 베를린, 뮌헨, 베네치아 등을 방문. 입체파, 야수파, 표현주의의 사조를 접합니다. 또한 자신의 동성애를 발견하고 파리에서 보헤미안 문화를 접합니다.


1908년 미국으로 돌아온 데무스는 주로 풍경, 정물, 초상화 등을 수채화로 그렸고, 유화와 파스텔을 실험하기도 합니다. 그는 랭커스터와 필라델피아를 오가며 시간을 보냈고, 재정적, 정서적으로 그를 지원한 어머니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합니다.


+ 중기(1915 - 1927)


데무스는 모더니즘 운동에 참여하였고, 미국에 유럽 현대 미술을 소개합니다. 뉴욕에 있는 스티글리츠의 갤러리 291을 중심으로 한 예술가 그룹에 합류 조지아 오키프, 아서 도브, 마스덴 하틀리, 존 마린, 폴 스트랜드, 에드워드 스타이첸 등과 친구가 됩니다. 291 및 독립 예술가 협회와 다니엘 갤러리 등에서 작품을 전시합니다.


데무스의 스타일은 더욱 추상적 기하학적이 됩니다. 그는 날카로운 선, 평면적인 색상, 단순화된 형태를 사용하여 미국의 산업화와 도시화를 표현하는 역동적 구성을 만듭니다. 고층 빌딩, 다리, 곡물 엘리베이터, 급수탑 등 상징적 이미지를 그렸으며, 상징적 사물과 문자를 사용해 친구와 동료 예술가들의 초상화를 그립니다. 이 때 데무스의 대표작 "포스터 초상화" 시리즈가 탄생합니다.


이 시기 그는 당뇨병에 걸렸고, 신장 문제와 안구 감염으로 고생을 합니다. 그는 랭커스터에 대한 향수와 애정을 담은 풍경화를 그립니다.


+ 후기(1928-1935)


데무스의 말년은 미국의 주요 아티스트로서 인정받았지만 건강이 악화됩니다. 이즈음 남성의 누드와 목욕하는 장면 등 에로틱하게 그리기 시작합니다. 1935년(51세) 고향 랭커스터에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그의 작품이 너무 장식적이거나 당시 사회, 정치적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조지아 오키프와 같은 친구 및 동료 예술가들로부터 모티프와 제목을 자주 차용했기 때문에 그의 독창성과 미국 예술에 대한 공헌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 *


+ 주요 특징


1. 꽃 정물화


데무스는 사실적 관찰과 입체파 추상화 조합을 응용해 꽃, 과일, 채소 등을 주로 수채화로 그립니다. 기하학적 형태, 역동적 구도를 사용한 그의 작품은 "마법 같은 생동감과 충격적 감각"을 부여합니다.  랭커스터 어머니의 정원에서 이러한 작품을 그립니다.


2. 인물 연구


또한 초상화나 인물의 장면을 그렸는데, 종종 동성애적이거나 풍자적인 분위기를 그립니다. 수채화 물감, 연필 스케치, 유화물감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표현력이 풍부하고 양식화된 이미지를 만듭니다. 또한, 카페, 극장, 서커스, 목욕탕 등 다양한 배경으로 친구, 연인, 유명인, 사교계 인사들을 묘사합니다.


3. 산업 풍경


그의 유명한 작품은 대형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산업 풍경입니다. 그는 현대 건축과 기계의 기하학적 형태, 날카로운 윤곽선, 평면적인 색채를 강조하는 정밀주의 스타일을 채택합니다. 그는 미국 도시와 농촌을 진보, 힘, 아름다움으로 상징해 묘사합니다. 비스듬한 각도, 극적인 조명, 글자를 사용해 역동적 추상적 구성으로 만듭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데무스의 작품들이 ... 미래주의(190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과거의 전통을 부정하고 근대 문명이 낳은 속도와 기계를 찬미한 모더니즘 사조)그림으로만 느껴집니다. 일부 비평가들이 주장한 그의 창의성에 대한 의심에 마음이 기웁니다. ^^;;

출처: Wiki


  




"작품 전체가 숭고한 선율로 가득 차 있지만,

나는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속에서 모스크바 강변을

가로지르는 새벽을 그린 시작 부분이 특히 좋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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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떴지만, 완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어슴프레한 새벽. 느리게 새벽을 가로질러 걸어 본다. _하루키

Mussorgsky - Khovanshchina - Prelude -Dawn over the Moscow River-




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Charles Demuth

[2] britannica: Charles Demuth

[3] wikiart: Charles Dem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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