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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Apr 28. 202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조지 던롭 레슬리

작가로도 활동하던 영국 화가 레슬리는 자신이 공부하던 로열 아카데미의 초기 역사를 기록하거나 아이들을 주제로 한 그림을 다수 제작했다. 그림 속 어머니가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아이는 화가의 실제 딸을 모델로 한 것으로 딸의 이름 역시 앨리스이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George Dunlop Leslie , (1879)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레슬리의 딸 앨리스는 5세 때부터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 앨리스. 굳게 다문 입. 배고프거나 아플 때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엄마) 리디아만 바라 볼뿐. 신기하게도 리디아는 앨리스와 눈만 마주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앨리스의 관심은 엄마와 책뿐,


1879년 앨리스가 아홉 살이 되던 해, 레슬리는 딸의 자폐증 성향에 고민이 깊었습니다. 현재는 (아내) 리디아가 공부를 가르치고 있지만, 언젠가는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리디아는 앨리스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앨리스는 똑똑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말을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일 뿐, 건강한 아이라 생각했습니다.


수요일 아침, 레슬리는 아침 일찍 런던에 다녀왔습니다. 계획보다 일이 일찍 끝나 집에 일찍 돌아왔습니다. 오후 4시를 막 지난 시간, 집은 지나칠 정도로 조용했습니다. 오래된 빈집 같았습니다. 레슬리는 아내 리디아를 찾아 부엌을 지나 거실에 이르자 기이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마주칩니다. 앨리스의 눈동자. 리디아는 (남편) 레슬리가 집에 들어온 것도 모른 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고 있습니다.


방안 공기의 파동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합니다. 한 쌍의 눈동자와 꾹 다문 입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소녀. 레슬리는 온몸의 털과 핏줄이 일제히 곤두섰습니다. 어쩌면 (딸) 앨리스가 아닐지도, 이공간에 선 느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를 만난 것 같은 느낌. 급히 스케치용 노트를 펼쳐 스케치를 시작합니다. 다시는 마주하기 힘들 것 같은 장면.



&



* 밀도 21.5 _에드가르 바레즈(1883 ~ 1965)


 <밀도 21.5>는 (중략) 미시적으로는 흐릿했다가 강렬했다가를 불규칙적으로 반복하는 의식의 흐름을 묘사하고, 거시적으로는 사유의 연속으로 감정선의 변화를 겪는 (중략) 관찰자 혹은 당사자 시점의 서술이며, 고민의 암묵적 흔적을 추적하는 내용 _나무위키


1. 19세기 엘리자베스 2세 양식의 소파와 빛바랜 회색 벽. 소파의 한쪽에는 하얀색 피부에 짙은 남색 드레스, 빨간 머리띠를 한 금발의 인형이 대자로 누워있습니다. 인형의 한쪽 신발이 보이지 않습니다.

 

 2. 외출을 준비한 듯한 단정한 머리와 깨끗한 노란색 드레스. 엄마 리디아는 앨리스를 위해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이셔 고양이와 앨리스가 만나는 장면. 그녀는 낮고 작은 목소리로 읽고 있습니다. 한 손은 딸 앨리스의 손을 잡고, 앨리스는 엄마 리디아의 가슴에 한쪽 얼굴 기대고 있습니다. 리디아는 알 수 있습니다. 앨리스가 책 읽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심장 박동에 귀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3. 앨리스 손에는 노란색 프리지어가 들려 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 긴장, 의문이 깃들어 있습니다. 행복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영원히 리디아와 함께이고 싶습니다. 음악이 흐르고(책 읽는 목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사물 풍경 소리(심장 박동), 양수 안의 따뜻함(체온).


그저 바라만 볼 뿐 언어로 말할 수 없는 이 순간

 * 화가 - 조지 던롭 레슬리George Dunlop Leslie (1835 - 1921, 영국) 

+ 전기(1835-1867)


1835년 런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레슬리. 그의 아버지는 저명한 장르 화가 찰스 로버트 레슬리였고, 삼촌은 해양 화가인 로버트 레슬리였습니다. 그는 캐리 미술 아카데미에서 미술 공부를 한 후 1854년부터 왕립 아카데미에서 공부합니다. 라파엘전파 영향으로 디테일과 사실주의에 관심을 갖습니다.


레슬리는 1859년 아카데미에서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매년 작품을 선보입니다.  어린이와 젊은 여성의 초상화도 그렸는데, 이는 피사체의 순수함과 매력을 포착하는 그의 재능을 보여줍니다.


+ 중기(1868~1901)


1868년 왕립 아카데미 준회원(ARA)이 되었고, 1876년에는 왕립 아카데미 정회원(RA)이 되었습니다. 그는 "영국 가정의 밝은 면을 그림"으로 보여주기 위해 보다 학문적이고 미학적인 화풍에 정착합니다. 경쾌한 장르의 주제를 선호하는 예술가 그룹인 세인트 존스 우드의 일원이 됩니다.


1884년 옥스퍼드셔 월링포드의 리버사이드 하우스로 이사하여 아내 리디아와 두 자녀 앨리스, 피터와 함께 삽니다. 예술가였던 여동생 메리 레슬리도 옆집에 삽니다. 그는 제임스 헤일라와 협력하여 빅토리아 여왕의 황금 희년을 기념하는 초상화를 그립니다.


+ 후기(1902~1921)


1906년 서섹스의 린드필드에 있는 콤튼 하우스로 이사하여 말년을 보냅니다. 그는 장르적 장면을 계속 그렸지만 수채화와 파스텔을 실험하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이 살던 지역의 삶과 자연에 대한 개인적 관찰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하였고 삽화를 그렸습니다. 1921년 린드필드에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레슬리를 빨래나 차 마시는 것과 같은 사소한 주제를 그리고 여성을 상투적, 낭만적 순진함으로 표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 * *


+ 주요 특징


1. 라파엘전파 스타일


초기 작품에서 레슬리는 중세 예술의 사실주의와 영성을 되살리려는 운동인 라파엘전파의 영향을 받습니다. 세심한 디테일과 선명한 색채, 상징적 요소가 특징입니다. 그는 일상이나 역사적 배경에서 젊은 여성을 자주 묘사합니다.


2. 미학의 추구


후기 작품에서 레슬리는 도덕적 또는 사회적 메시지보다 아름다움과 조화를 중시하는 미학 운동의 영향을 받습니다. 보다 학문적이고 미학적인 화풍을 채택합니다. 당시 저명한 미술 평론가 존 러스킨의 찬사처럼 "영국 소녀 시절의 달콤한 특성"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어 어린이를 피사체로 삼아 목가적이거나 장난스러운 상황의 묘사가 많습니다.


3. 목가적 스타일


레슬리는 월링포드와 린드필드에 지내면서 시골 환경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보다 목가적인 스타일로 그림이 전환합니다. 이 시기 그의 그림은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고요하며, 동물, 꽃, 물을 자주 그립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여인과 아이들. 순진무구해 보입니다. 도자기가 유독 눈에 띕니다. 레슬리가 생존했던 19세기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로 영국 역사상 최전성기입니다. 그의 그림에서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출처: Artnet

  





"그녀의 사랑은 거짓이었지만, 확고했다.

그녀의 묻힌 몸 위에,

부드럽게, 당신의 흙을 덮어라"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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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의) 제목은 'Lay a Garland화한을 내려놓는다'. 모든 사랑은 불멸하다. 믿음이 변하지 않는 한. _하루키

Lay a Garland (Robert Lucas de Pearsall) - Voces 8




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George Dunlop Leslie

[2] ArtnetGeorge Dunlop Leslie

[3] Tate: George Dunlop Les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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