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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May 12. 2024

화장대 앞의 샤롯데 코린트

로비스 코린트

로비스 코린트와 샤롯데는 로비스가 세운 여성회화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나 22살의 나이 차이에도 사랑에 빠졌고 결혼했다. 그림은 로비스가 아내의 머리를 단장하는 모습이다. 여러 겹으로 거칠게 그어댄 붓질로 속살이 살짝 비치는 아내의 하얀 드레스와 그에 비친 햇살이 농밀하게 기록되었다. _작품 해설, 『365일 모든 순간의 미술』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Lovis Corinth <Corinth Charlotte Corinth am Frisiertisch anagoria>, (1911)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892년, 뮌헨에서 새로운 미술 실험을 하면서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친 코린트. 그해 여름 자신의 미술 수업에 등록한 여학생과 첫 만남을 갖습니다. 샤롯데 베렌트. 투명한 적갈색 피부에 갈색 긴 머리, 자신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붉은 홍조를 띠는 샤롯데,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소녀. 코린트는 강한 끌림과 온몸의 털끝이 솟아오르는 (영감의) 자극을 받습니다. 어느 날 햇빛에 반짝인 그녀의 땀방울, 땀에 젖기 시작한 드레스, 숨겨진 육체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풍만한 실루엣, (그리스 신화 속) 여신 아프로디테였습니다. 현현한 아프로디테는 자신에게 그림을 배우고 있습니다. 황홀합니다.


1899년 12월 30일 사제지간인 듯 연인인 듯 살롯과 인연을 이어오던 코린트는 곧 시작될 20세기(1900년)에 두 가지 모험을 결심합니다. 하나는 베를린 이주와 베를린 분리파*에 가입해 자신의 미술로 유럽 예술의 선도자가 되는 것. 또 하나는 샤롯데와 결혼. 22살의 나이차가 났지만 단 한순간도 그녀와 헤어질 거란 생각을 해본 적 없었습니다. 코린트에게 있어 샤롯데는 여신이고, 자신은 인간입니다. 여신을 동경한,


* 1899년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1863~1944)의 작품 전시 거부를 계기로 막스 리버만Max Liebermann(1847~1935)의 지도하에 베를린 분리파가 창설(1898년에 형성된 후 1913년 해체)된 전위적 성격의 예술 유파. 과거 전통적인 아카데미 형식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시도 _세계미술용어사전


사실 그는 마음 한켠에 항상 말 못 할 두려움에 불안해했습니다. 자신의 예술적 영감은 언젠간 고갈될 것이고, 열정의 불꽃은 언제든 꺼질 수 있다는 두려움, 농밀하고 깊숙한 그녀와의 관계 속에 예술의 지속과 구원을 받고 있다는 믿음. 다음날 (12월 31일) 청혼을 합니다. 아프로디테는 밝은 미소로 답합니다. 



&



1. 화장대 있는 침실인 것 같습니다. 중년 남성은 20대 여성의 긴 머리카락 빗질에 집중해 말이 없습니다. 여성은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의 오른손은 얼굴에 분을 칠하고 있고, 왼손 홍차는 천천히 반복해 찰랑이는 원을 그립니다.


2. 커튼은 햇빛을 차단하는 것에 실패하였고, 틈 사이로 들어온 햇빛은 방안에 들어와 천방지축 돌아다닙니다. 그의 손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고 있지만 눈은 햇빛의 소란으로 드러난 그녀의 실루엣을 더듬고 있습니다. 얇은 베일에 덮인 몸. 바흐의 무반주 첼로 연주 같은 움직임. 머리카락을 만지는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숨소리를 듣습니다. 두 구릉의 움직임과 리듬은 늪을 만듭니다. 늪에 깊숙이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베일, 눈 덮인 긴 적갈색 피오르. 햇빛에 눈 녹듯 점차 선명해집니다.


3. 그녀는 반짝이는 황금 팔찌로 시선을 옮겨 한쪽 눈썹을 찡긋이며 말합니다. "특별한 밤 만들어요."


 * 화가 - 로비스 코린트Lovis Corinth (1858 - 1925, 독일) 

+ 전기(1858-1891)


코린트는 1858년 프로이센 지방에서 태어납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입니다. 1876년부터 1880년까지 쾨니히스베르크 아카데미에서 그림을 공부한 그는 처음에는 역사 화가가 되려고 했지만 스승의 만류로 뜻을 접고, 당시 유럽 아방가르드 미술의 중심지였던 뮌헨으로 건너가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색채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법을 배웁니다. 


또한 쿠르베, 루벤스, 바르비종파의 작품과 뮌헨의 예술가 빌헬름 라이블과 빌헬름 트뤼브너의 작품에 영감을 받습니다. 1882~83년 군 복무를 위해 학업을 중단한 후 파리로 건너가 아카데미 줄리앙에 등록해 미술 공부를 합니다. 그는 그림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했고 여성 누드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살롱에서 메달을 받지 못해 실망한 그는 1888년 쾨니히스베르크로 돌아옵니다.


+ 중기(1891~1911)


1891년 코린트는 뮌헨으로 돌아와 보수적인 아카데미 미술계에 반기를 든 예술가들의 모임인 뮌헨 분리파에 가입합니다. 진보적 예술가 그룹인 자유 협회에도 가입합니다. 1892년 자신의 모델이자 뮤즈, 훗날 아내가 된 젊은 미술 학생 샤롯데 베렌트를 만납니다. 1901년 베를린으로 이주한 코린트는 막스 리버만, 케테 콜비츠, 에드바르드 뭉크, 에밀 놀데 등이 포함된 베를린 분리파의 멤버가 됩니다. 


그는 개인 미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독일과 해외에서 다양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이 시기 그는 인상주의, 특히 마네와 모네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느슨한 붓질과 밝은 색채로 풍경, 초상화, 정물, 신화 및 문학의 장면을 그립니다. 또한 에칭, 석판화, 목판화와 같은 판화 기법도 실험합니다.


+ 후기(1911~1925)


1911년 코린트는 뇌졸중으로 왼쪽이 마비되는 고통을 겪습니다. 집중치료 끝에 부분적으로 회복되지만 그의 스타일은 극적으로 변합니다. 그의 붓질은 더욱 표현적이고 왜곡되며, 색채는 강렬한 대비를 이룹니다. 그는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를 반영하는 자화상을 많이 그렸으며, 투병 기간 내내 자신을 지지해 준 아내 샤롯데의 초상화도 그립니다. 


그는 종교적 신앙과 실존적 질문을 표현한 성서의 장면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1915년 리베르만이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 정부의 민족주의 정책에 항의하며 사임한 후에도 계속 베를린 분리파에서 활동합니다. 코린트는 전쟁을 지지하며 '군인의 맹세'(1914), '철십자 의식'(1914) 등 애국적인 장면을 그립니다. 1918년 전쟁이 끝난 후 정치에 환멸을 느낀 그는 개인의 삶과 예술에 집중합니다. 예술 이론과 역사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합니다. 1925년 네덜란드 잔드보르트에서 아내와 함께 휴가를 보내던 중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누드와 성서 장면을 연결해 그린 코린트는 보수 비평가와 관객들에게 도발적이라고 여겼고, 나치는 그의 작품을 박물관과 개인 소장품에서 압수해 '퇴폐적'이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 * *


+ 주요 특징


1. 톤 페인팅(Tone Painting) 스타일


코린트가 뮌헨에서 공부했을 때의 초기 스타일로, 색조와 명도에 주안점을 두고 현실적인 장면을 그렸습니다. 이 스타일은 쿠르베와 바르비종 학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뮌헨의 윌헬름 라이블과 윌헬름 트뤼브너의 해석을 통해 발전시킵니다. 


2. 플레네르Pleinairism(외광파)* 스타일


코린트는 파리에서 공부하고 베를린으로 돌아와 발전시킨 스타일로, 자연광과 공기의 영향을 반영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스타일은 인상주의 화가들과 루벤스의 작품에 영감을 받았으며, 색채와 붓터치가 활기차고 감각적입니다.


*  19세기 중반 인상파 화가들이 취한 작업 방식. 태양광을 이용한 야외에서 그린 그림


3. 표현주의(Expressionism)


1911년 뇌졸중을 겪은 후 나타난 코린트의 스타일로, 기존의 형식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비전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색채가 선명하고 강렬하며, 초상화, 풍경화를 매우 생동감 있고 에너지 있게 그립니다. 그의 표현주의 스타일은 인물화나 성경을 주제로 한 작품에도 자주 보입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샤롯데, 샤롯데와 코린트, 샤롯데와 코린트 가족입니다. 행복해 보입니다. 샤롯데와 코린트는 죽을 때까지 함께합니다.^^

출처: Wiki





"오늘 듣는 이 아리아는 마을 농민인 네모리노가

부유한 지주이자 사랑하는 아디나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부르는 노래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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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오~ 오페라가 이렇게 아름답다니 _하루키

L'elisir d'amore (2005) - 15 - Una furtiva lacrima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Lovis_Corinth

[2] TateLovis_Corinth

[3] TateLovis_Corin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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