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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키 Oct 20. 2024

바람의 신부

오스카 코코슈카

'불 같은 사랑'은 차갑게 식어갔지만, 코코슈카는 '바람의 신부'라는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켰다.

거친 폭풍우 속에서 알마가 지친 듯 코코슈카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휘몰아치는 폭풍우에 항거하려는 듯, 절대로 그녀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중략) _나무위키


*

(작가, 미술 기법, 역사적 배경 등 일체의 객관적 사실을 배제한 하루키의 감각과 추상표현으로 쓴 감상입니다.)

Oskar kokoschka <The Bride of the Wind>, (1914) 출처: Wiki



+ 하루키 감상

1912년 일곱 살 연상인 알마 쉰들러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클림트 전시회에서 처음 만나게 됩니다. 클림트는 미망인 알마 쉰들러를 소개했고, 사별한 남편이 구스타프 말러이며 1년 정도 지났다고 설명합니다. (그녀는 바우하우스의 창시자,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와 비밀연애 중입니다.) 당시 코코슈카는 기괴하면서 독창적인 화풍으로 빈 예술계에서 유명인이었고, 주목받는 젊은 예술가였습니다. 클림트는 코코슈카에게 알마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현재 오스트리아 젊은 세대 화가 중 가장 위대한 재능을 갖고 있다" _구스타프 클림트

[ 알마의 모습, 1900년. <출처 : alma-mahler.at> ]


둘은 소개를 받은 첫날부터 오래된 연인처럼 자연스럽게 깊이 빠져듭니다. 2년 남짓. 유효기간이 있는, 불타는 사랑이 시작됩니다. 두 사람의 욕망은 서로를 끝없이 더듬고, 탐닉하며 떨어지지 않습니다. 코코슈카 속 욕망은 무럭무럭 자라 화려하고 짙은 핑크빛 장미를 피웁니다. '영원한 사랑'의 갈구. 1년을 매달리며 구혼했지만 매번 같은 답변이 돌아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자유로운 새처럼"_알마 쉰들러


1914년 7월 그녀와 헤어지기 1주일 전, (그녀와의 마지막 잠자리일 줄 몰랐던) 코코슈카와 알마는 나체로 한 침대에 누워있습니다. 기이한 정적과 풍경. 코코슈카는 알마의 왼손을 두 손으로 잡고 있고, 알마는 오른손을 코코슈카의 심장에 놓고 있습니다. 오른쪽 귀로는 코코슈카의 심장 소리를 자장가 삼아 듣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코코슈카는 전율이 일어났습니다. 불안합니다. 알마의 쌔근거리는 숨소리, 점차 느려지는 자신의 심장 박동. 평화롭게 잠든 알마 표정. 사랑하는 알마. 행복의 크기만큼, 불행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잠들어 있는 알마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일어나 캔버스 앞 의자로 이동합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림을 그리던 도중 그리기를 멈추고, 캔버스 뒤편에 글을 적습니다. 알마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지상에서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비바람 치는 밤하늘을 떠돌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어야 한다. _오스카 코코슈카



&



1. 지난밤 사랑의 흔적. 침대와 침대 주변은 마치 격렬한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 같습니다. 코코슈카는 붓으로 사정없이 파도인 듯 바람인 듯 찍고, 누르고, 그어 그리기 시작합니다. 스케치도 없이, 물감을 듬뿍 묻힌 채  


2. 한참을 그리다 어느 정도 캔버스를 가득 채우자 이번에는 남자와 여자를 흰 물감으로 형태를 잡기 시작합니다. 물감이 적게 묻은 흰색은 이미 칠해진 바탕색과 혼합이 되고, 물감이 많이 묻은 흰색은 자신의 색을 잃지 않고, 형태를 완성해 갑니다.


3. 거침없이 그림을 그리던 코코슈카. 알마 쉰들러의 얼굴과 몸을 완성한 코코슈카. 그의 붓이 멈춥니다. 자신의 얼굴과 몸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어젯밤 나는 어떤 표정과 모습이었을까?"


4.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자 코코슈카는 소리를 지르고, 물건들을 던지고, 쓰러뜨렸습니다. 그림을 완성하고 싶지만,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상황. 급기야 초를 들어 미완성 그림을 불 지르려 합니다. (흔들리는 그림자) 코코슈카는 멈칫했습니다. 쓰러진 와인병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초를 움직이자 얼굴이 움직입니다.


5.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코코슈카는 그림을 완성합니다. 마지막까지 그리지 못한 자신의 얼굴과 몸을 완성합니다. 초췌한 눈과 시체 같은 육체, 사랑의 불안 

* 화가 -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chka(1886 ~ 1980, 오스트리아)

+ 전기(1886-1914)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코코슈카는 어릴 때부터 예술에 매료되었고, 비엔나의 예술 공예학교에서 조기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의 초기 예술은 아르누보* 운동에 영향을 받습니다. 칼 오토 체슈카Carl Otto Czeschka를 포함한 그의 스승들은 그의 대담한 색상과 형태의 탐구를 격려했습니다.


*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이고 곡선적인 형태가 특징적입니다. 식물의 가지나 줄기 모양을 모티브로 한 섬세하고 구불구불한 곡선 장식이 두드러집니다.


비엔나에 있는 동안 아방가르드 예술가 협회 비엔나 워크숍(빈 분리파)에 참여합니다. 그의 초기 그림은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종종 왜곡된 형태와 강하고 비자연적 색상을 사용해 대상의 심리적 깊이를 포착합니다.


+ 중기(1915-1945)

제1차 세계대전은 개인적으로나 예술적으로나 코코슈카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시기 그의 그림은 혼란스럽고 부서진 세상을 반영하였습니다. 고통이나 절망에 빠진 인물을 묘사해 전쟁으로 인한 고통을 보여줍니다. 나치의 발흥으로 오스트리아 정치 상황은 악화되었고, 나치에게 '퇴폐적'이란 비난과 박해를 받아, 유럽을 전전합니다. 인물화에서 풍경화까지 그의 작품은 다양한 유럽 미술의 경향을 보여줍니다.


+ 후기(1946-1980)

전후 기간 코코슈카는 스위스 빌뇌브에 정착하여 평화롭고 안정적인 삶을 찾습니다. 이 시기 그의 작품은 차분해져 아름다운 풍경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코코슈카는 잘츠부르크에 있는 국제 여름 미술 아카데미에 "시각 학교"를 설립하였고, 그의 말년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이 됩니다. 젊은 예술가들에게 감성적이고 경험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가르칩니다. 형식적인 기술보다 개인적인 비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1980년 (93세) 심부전으로 사망합니다.



+ 비평적 관점

일부 비평가들은 코코슈카의 작품에서 종종 보이는 원시적이고 감정적인 강렬함으로 인해 그림이 "왜곡"되거나 "그로테스크하다"고 주장합니다. 더 깊은 심리적 진실을 표현하기 위해 사실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그의 작품은 특히 전통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저평가되고 있습니다.


* * *


+ 주요 특징


1. 표현주의

코코슈카는 움직임과 감정을 전달하는 빠르고 즉흥적인 선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는 깨끗하거나 지나치게 세련된 선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거친 스트로크의 활력과 즉각성을 선호합니다. 고르지 못한 획을 사용해 대상 내의 감정적 불일치나 강렬함을 강조해 이러한 접근 방식은 심리적 표현의 수단으로 관람자의 감정적 반응의 통로를 만들어 냅니다.


2. 정서적 강도

코코슈카는 심리학, 특히 예술을 통한 인간 정신 표현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의 그림은 종종 복잡한 심리적 상태를 탐구해 인물을 묘사합니다. 단색의 작품에서도 대비를 능숙하게 활용해 감정 표현을 강조했고, 컬러 그림에서는 감정적인 주제를 강조하면서 심리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종종 거슬리는 색을 사용합니다.


3. 시간에 따른 진화

초기에는 아르누보 미학에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장식적이고 다소 절제된 접근 방식을 취합니다. 중기에는 제1차, 제2차 세계 대전을 경험하고 사회적 격변을 겪은 코코슈카의 그림은 심리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해집니다. 말년에는 도시 풍경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로 눈을 돌립니다. 그의 그림들은 덜 강렬해지고 개인적이 되지만, 특유의 감정적 깊이와 표현적인 선 작업은 유지됩니다.



+ 의식 안의 미술관

재미있는 것은 둘의 편지가 수십 년간 끊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내용만 보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당장이라도 다시 달려갈 것만 같다. 1949년 70세 생일 때 코코슈카가 보낸 편지가 대표적이다. 

“사랑하는 나의 알마! 코코슈카의 가슴은 당신을 용서하오.” 

하지만 두 사람이 실제로 재회하는 일은 없었다. _한국경제신문 23.05.22


위의 기사를 읽고 든 생각은 코코슈카와 알마가 육체적으로는 헤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었던 것 아닐지- 코코슈카만의 짝사랑이 아닌 알마도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사실!


19세기말, 20세기 초. 유럽에는 두 명의 주체적이며 예술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이 있습니다.

수많은 (남성) 예술가와 지식인의 뮤즈이자 주인이었던, 바람과 같았던


프리드리히 니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연인이었고, 수많은 예술가, 작가, 의사, 장교 등과 연애를 한 루 살로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 바우하우스의 창시자 발터 그로피우스, 문학가 프란츠 베르펠과 3번 결혼했고, 구스타프 클림트, 코코슈카와 연애를 한 알마 쉰들러

(좌) 루 살로메 (우) 알마와 코코슈카 출처:Wiki





"오늘 듣는 이 목가는 아마도 목가들 중

가장 꿈꾸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지 싶다" _1일 1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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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초원, 파란 하늘, 양 떼, 10대 초반의 소녀가 맑은 웃음을 짓는다. 산들바람이 불어 소녀의 머리카락을 건들자 소녀는 노래를 시작한다. _하루키


바이레로 - 오베르뉴 언덕의 양치기의 노래. (영어 번역).


“강 건너 양치기, 

당신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바이에로 등을 부르세요.

실제로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죠, 

바이에로 등을 부르세요.


목자님, 초원에 꽃이 피었어요, 

이리 와서 바예로 등을 불러요. 

이쪽 풀이 더 푸르네 

이쪽으로 오세요, 바이에로 등.


목자님, 개울이 우리를 갈라놓았어요, 

난 건너갈 수 없어, 바이에로를 부르며... 

그럼 내가 더 내려가서 데려다 줄게요, 

바이에로 등”

Joseph Canteloube : Songs of the Auvergne : Bailero. Netania Davrath.





삶이 고양될지 혹은 무해할지, 의식 안의 미술관을 꿈꾸며 ... 감사합니다. 하루키




+ 출처


[1] 위키피디아: Oskar_Kokoschka

[2] BritannicaOskar_Kokoschka

[3] TheartstoryOskar_Kokosch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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