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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락Oazzang철유 Oct 12. 2023

4. 공원의 힘


몇 년 전 처음 중개업을 시작하고 언젠가 부동산 책을 쓰겠다고 다짐하고 브런치에 작가 등록해서 제일 먼저 쓴 글이 공원의 힘이었습니다. 경의선 숲길 공원, 소위 연트럴 파크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연트럴 파크가 생기기 전 저는 건너편 산울림 소극장 근처에서 오아시스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연남동에 거의 가지 않았습니다.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 연남동에는 기사식당이 몇 개 있었고 대부분은 그냥 한적한 주택가였습니다. 가끔 연남동을 갔던 이유는 유명한 만두집이 있어서 만두를 먹으러 갔던 기억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적했던 동네였던 연남동에 큰 공사가 시작됩니다. 

 

경의선 숲길 공원이 조성되기 전 공사 차단막이 양쪽으로 쳐 있었고 몇 년 동안 그 동네를 돌아다니며 이제 곧 멋진 공원이 생긴다는 얘기만 무성했었습니다. 

 

이때는 아무도 연남동을 부동산 투자처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공사가 모두 끝나고 차단막이 걷혀지고 공원이 눈앞에 보여 지자 전국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려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광풍이었습니다. 

30년 된 구옥을 매도하겠다고만 하면 매수자가 몇 십 명씩 달려 들었고 순식간에 평당 1억까지 치솟아서 오히려 매도자가 어리둥절하였습니다. 

 

그저 살려고 여기에 이사 왔고 30 여 년을 잘 살았는데 갑자기 집값이 3~40억이 된 것입니다. 강남의 유명한 아파트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런 횡재가 어디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홍대에 20년 이상을 살았고 현재도 홍대에 살고 있어 연트럴 파크가 언제 생기고 그로 인해 연남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모두 지켜봐 왔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연남동은 기사 식당만 있는 주택가였고 서교동이나 동교동만큼 발전이 안되어 서울시는 2010년에 그 당시 낙후된 5개 동을 휴먼타운이라는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지역 정비를 도모하였을 정도입니다. 

 

후에 이 휴먼타운이 연남동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로 변질되었고 다행히 2022년 지구단위계획이 해제되었습니다.

 

그렇게 서울시에서 지구단위계획으로라도 활성화 시키려던 연남동이 연트럴 파크 하나로 갑자기 전 세계인이 찾는 동네가 되었습니다.

 

처음 중개업을 시작한 몇 년 전 연남동 땅값은 평 당 2~3,000만원이었고 그게 몇 달 새 5천, 6천, 7천, 곧 1억 이 넘었고 이젠 2억을 넘는 땅도 등장하였으며 앞으로 더 오를 것입니다.

 

이유가 뭘 까요? 경의선 숲길 공원 하나 때문에? 동네마다 공원은 모두 하나씩 있습니다. 단지 그 공원 하나 때문에 땅값이 이렇게 올랐을 까요? 

 

경의선 숲길 공원은 다른 공원과 다른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로 공원이라는 것입니다. 

 

공원은 어디에도 있습니다. 서울숲 같은 큰 규모의 공원도 있습니다. 그런 공원과 연트럴 파크와 다른 점이 뭘 까요?

 

대부분의 공원은 닫힌 공원입니다. 

구획이 정해져 있어 들어가면 오직 공원만 보아야 합니다. 

연트럴 파크는 다릅니다. 

공원과 상점 거리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그래서 공원을 걸으며 쇼핑을 할 수 있고 카페에 앉아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서을시가 주최하는 서울시 공원 개발 설명회를 다녀 왔는 데 앞으로 서울의 공원 설계 시 연트럴 파크처럼 상점가와 같이 걸을 수 있는 공원을 많이 개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주 좋은 개발 방향입니다.

 

연트럴 파크는 기존의 기찻길을 지하로 보내고 지상은 공원을 만들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길을 따라 걷기 좋은 공원이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원래 기찻길이 있던 곳 양쪽의 작은 필지들의 주택들이 상가로 개발되어 예쁜 상가들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청춘들이 공원만 걸어도 행복해지는 길이 된 것입니다.

 

두번째는 홍대 역 3번 출구입니다. 

 

2호선은 모두가 알다시피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노선입니다. 

홍대 역은 물론이고 신촌 역, 이대역, 건대역등 많은 대학을 경유하고 홍대 역은 수 십 년째 청춘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동네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더구나 경의선도 홍대 역에 정차하고 인천공항에서 오는 공항철도도 홍대 역에 정차하여 외국인들의 유입도 상당합니다. 

 

홍대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8년 동안 운영하였기에 공원이 생기기 전에는 저녁 먹고 느긋하게 연남동에 가끔 산책을 다녔습니다. 

 

그때는 기찻길 옆이 모두 주택이었고 할머니들이 골목에 평상을 놔두고 수박을 나눠 먹으며 수다 떨던 그런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그런 곳이 2012년부터 그 주택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하려는 젊은이들이 전국에서 몰려와서 주택 소유자들은 본인 살던 집을 임대로 돌리고 몇 백 만 원씩 월세 수입을 얻었었습니다. 

 

물론 이제는 모두 근린 상가로 바꾸었고 땅값은 폭등하여 평당 1억은 이미 모두 넘었고 매도 물건 자체가 안 나오는 실정입니다. 

 

가끔 저에게 매수자가 묻습니다. 

 

대표님, 명동 상권이나 이대 상권, 경리단 상권처럼 연남동도 언젠가는 죽지 않을까요?” 

저의 대답은 “아니요”입니다. 

 

왜냐하면 연남동 상권은 공원 때문에 만들어진 상권이기 때문입이다. 

공원은 영원하다.”

 

저는 건축 일을 하던 때 건축 설계 회사 뉴욕 지점에서 1년을 거주하며 일 했었습니다. 

 

알다시피 뉴욕의 맨하튼 한가운데 커다란 센트럴파크가 있습니다. 센트럴파크가 창밖으로 조금만 보이는 아파트라면 무조건 100억이 넘어갑니다. 이젠 1,000억 이상의 아파트도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전 세계인들이 그곳에 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가 센트럴파크를 사업지로 개발할까요? 말도 안되는 상상입니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정부가 경의선 숲길 공원을 민간 업체에 팔까요? 이것도 말이 안됩니다. 

 

연트럴 파크에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가족을 상상해 보세요. 

그 유모차에 탄 아이가 자라서 다시 엄마가 되어 유모차를 끌고 나올 때도 연트럴 파크는 그 자리에 있을 겁니다.

 

이게 바로 공원의 힘입니다. 

공원은 몇 백 년, 몇 천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영원이 있습니다. 

 

공원이 없어지지 않고, 홍대 역이 이전하지 않는 한은 연남동 상권은 영원합니다.

 

연남동 상권이 다른 상권과 다르게 계속 발전 할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연남동 상권은 착한 상권이다.”

 

이 것에 대하여는 어느 누구도 얘기 하지 못 했고 알아차리지도 못 했습니다. 

저는 홍대, 연남동에서 누구보다도 오랬 동안 열심히 놀았기에 알 수 있었습니다.

 

딸이 홍대나 이태원에서 놀고 온다고 하면 엄마들은 불안 해 합니다. 시간마다 사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연남동에서 놀고 온다고 하면 어느정도 안심 합니다. 

 

연남동은 착한 상권이기 때문입니다. 

연남동의 주 업종은 카페, 베이커리 카페, 작은 식당 정도입니다. 맞은편 홍대 상권처럼 클럽이나 헌팅 포차가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 지 아시나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 째는 연남동의 필지가 작습니다. 

애초부터 무허가를 필지로 만들다 보니 30평, 40평의 필지에 작은 주택들만 있던 동네였습니다. 그런 주택을 근린 상가로 바꾸다 보니 실내 평수가 커도 20평, 30평 입니다. 이 정도로는 클럽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홍대 상권과 다르게 젠트리피케이션이 없습니다. 

그 흔한 스타벅스도 없습니다. 버거킹도 없습니다.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들어 올만 한 자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작은 카페들만 생기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10 여년 동안 1종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있어 술을 팔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규제는 지금은 어느 정도 완화되었지만 아직도 이 영향권 아래에 있습니다. 

그래서 임차인들은 카페나 작은 식당밖에 운영을 못하였고 이 점이 아이러니 하게도 연남동 상권을 착한 상권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공원의 힘과 착한 상권이 연남동 상권을 영원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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